무너져버린 제주의 환해장성, 그 현장을 직접가보니


“펜션업자의 손에 의해 훼손된 탐라 만리장성” 


<제주의 환해장성>

김상헌(金尙憲)이 제주도에 안무어사로 파견되어 기록한 남사록(南槎錄)에는 “바닷가 일대에는 돌로 성을 쌓았는데, 잇따라 이어지며 끊어지지 아니한다. 섬을 돌아가며 다 그러하다. 이것은 탐라 때 쌓은 만리장성이라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길이만 놓고 보면 중국의 만리장성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석성이 바로 제주의 환해장성(環海長城)입니다.

그런데 이 환해장성이 최근 훼손된 현장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환해장성의 소중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외지에서 온 펜션 업자에 의해 오로지 바다 경관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펜션과 해안 사이에 놓여 있던 환해장성을 무너뜨려 버린 것입니다.


<펜션업자의 손에 의해 훼손된 환해장성>

알려진 바에 의하면 훼손된 구간이 70여 미터에 이른다고 했고, 너무 심각하게 훼손이 되어 복구조차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대체 어느 정도일까, 사익을 위해 꼭 무너뜨려야만 했을까.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환해장성이 훼손된 북촌리 마을을 직접 다녀왔습니다.


훼손된 현장을 보기 전에 환해장성이 과연 무엇인지 알고 넘어가겠습니다. 

환해장성(環海長城)은 고리‘환’자를 써서 해안가를 돌고 돌아 이어진 장성이라는 뜻입니다. 환해장성은 고려시대 몽골에 끝까지 항쟁했던 삼별초군을 막기 위해 고려군의 고여림 군대가 해안선을 따라 축조한 석성입니다. 삼별초군이 제주에 들어온 이후에는 다시 고려군을 방어하기 위해 보강하여 활용하였으며, 조선시대에 와서는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다시 쌓았습니다.

내륙에서 내려오는 적을 방어하기 위해, 또는 왜구들이 들어올 수 있는 방향으로 석성을 쌓다보니 환해장성은 대부분 제주도의 북부 또는 동부에 축조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구가 들어올 수 있는 방향인 온평리와 신산리를 제외하면 서귀포방면으론 환해장성이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 남아있는 환해장성은 처음 고려시대에 축조한 석성이라기보다는 조선시대 왜구 방어용으로 축조한 것인데, 약300년 정도의 역사를 지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훼손되어 사라지고 현재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화북곤흘동(140m), 화북별도(620m), 삼양동(280m), 애월리(362m), 북촌리(263m), 동복리(150m), 행원리(310m), 한동리(290m), 온평리(2,120m), 신산리(600m)입니다.

축조 당시에는 300리(약118km)로 제주도 해안선 길이의 4분의1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컸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현재는 제주 10개의 마을에 다 합해서 약 5km정도만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95% 이상이 사라져 버린 환해장성, 건축용도 등 다양한 이유로 훼손이 지속되어 오다 그나마 보존이 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제주도에서 기념물(제49호)로 지정하여 관리를 시작하면서 부터입니다.

하지만 관리행정의 눈을 비웃기라도 하듯, 일부 환해장성이 개인의 의해 무너져 버렸습니다. 그 현장이 있는 북촌리 마을, 북촌리 마을에는 총 263m의 환해장성이 마을 해안선을 따라 이어여 있는데, 그중 일부가 펜션업자의 손에 의해 훼손된 채 최근 발견된 것입니다. 그곳으로 가보겠습니다.


<다려도가 한눈에 보이는 북촌리 마을>

북촌리 마을 해안에 오면 쉽게 환해장성을 발견할 수 있고, 그 환해장성은 마을의 해안을 따리 길게 이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훼손된 환해장성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바닷가의 바위 위를 걸어야했습니다. 주변이 대부분 사유지로 문제의 펜션은 주변 양식장에 가려져 외부에서는 잘 눈에 띠지 않는 곳에 있었고, 10개 정도의 객실을 운영하고 있었고, 북촌리 앞바다의 무인도인 ‘다려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었습니다.    


<오른쪽에 펜션 건물이 보이고 그 앞쪽으로 무너져 내린 환해장성이 보인다>


<환해장성의 상부를 무너뜨려 평탄화 작업을 한 현장, 사람이 위로 쉽게 걸어 다닐 수 있다>

펜션 앞에 도착해 보니 우리가 알고 있던 환해장성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돌다리 형태의 이상한 구조물만이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펜션업자가 환해장성을 무너뜨려 평탄화 작업을 해버린 그곳이었습니다. 대충 거리를 재어보니 65m 정도 되었습니다.

이참에 펜션의 들어서 있는 위치와 바다의 조망권도 한번 살펴봤습니다. 과연 환해장성을 무너뜨려야 할 정도로 앞을 가리고 있었을까. 평탄화 작업을 하고 난 뒤 실제로 낮아진 높이는 1m도 채 되지가 않았습니다. 제가 판단하기에는 단지 조망권 만을 위해 이 정도 높이를 허물었다고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존 환해장성의 높이와 평탄화 된 환해장성의 높이를 비교할 수 있는 장면>


<기존 환해장성의 높이와 평탄화 된 환해장성의 높이를 비교할 수 있는 장면>

평탄화 되어 돌다리가 변해버린 환해장성, 사람이 편하게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하고 널게 다져져 있는 상태였고, 눈짐작으로 봐도 다리의 폭이 대충 1.5m는 되어 보입니다. 훼손하지 않아도 바다경관을 보는 데엔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는데, 왜 허물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펜션의 방향에서 바라본 해안 쪽, 굳이 훼손하지 않아도 바다를 보는데 지장이 없어 보인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유산들이 있는 곳이 제주도입니다. ‘흑룡만리’라고 부른 제주의 돌담이 그러하고, 만리장성이라 불렀던 환해장성 또한 그 중 일부입니다. 돌이켜 보면 노동착취라고도 볼 수는 있지만 제주 선인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는 유산이고 화산석인 제주 현무암을 이용해 만들어져 후세들에게 물려줘야 할 문화재적으로 우수한 가치가 있는 것들입니다.

펜션업자의 말에는 모르고 일을 저질렀다고 했습니다. 과연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까요. 몰랐다고 하면 다 용서가 되는 것일까요. 문화재 훼손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떠한 체벌이 이뤄질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체벌은 체벌대로 하되 무너진 환해장성은 다시 쌓아 올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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