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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런 제주

신이 내린 경관, 섭지코지에 가보니

by 광제 2009.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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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한편이 만들어 놓은 자연경관의 운명
-신이 내린 경관, 섭지코지를 가다-


2003년 봄, 당시 어마어마한 시청률 40%대를 변함없이 유지하며 전국민의 눈과 귀를 안방으로 몰아 넣었던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올인(All-in)'인데요, 제주도의 자연을 배경으로 하고 서귀포 시내의 모 카지노를 셋트장으로 하여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였던
드라마입니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밤만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되어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속을 헤메고 다녔던 6년전 봄의 아련한 기억을 되살려봅니다.

당시 드라마의 아름다운 배경이 되었던 '섭지코지', 당시 주인공 수연(송혜교)이 기거를 하였던 '수녀원'이 있는 곳입니다. 

'섭지'는 좁은 땅이라는 '협지(狹地)'에서 유래된 말이며, 코지는 '곶'을 나타내는 제주어 입니다. 즉, '섭지코지'는 '좁게 튀어나온 땅'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하늘에서 보면 복주머니의 형태의 특이한 형상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예로부터 제주에는 '코지'라는 언어를 많이 사용했는데, 가장 많이 사용한 예로는 '바람코지'가 있습니다. 삼다의 섬으로 유명한 제주도에서 바람은 빼놓을 수 없는 대명사입니다.

어느동네, 어느해안을 막론하고 '바람코지'가 없었던 마을이 없었을 정도로 바람과 제주인들의 삶은 떼어 놓을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었습니다. 아주 오랜세월 세찬 바람을 견디며 살아오다 보니 바람이 세차게 불어 오는 대표적인 지역인 해안가의 '바람코지'는 언제나 '사람 살 곳이 못되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제주도내의 대표적인 '바람코지'라면 모슬포 지역의 송악산 지역과 이곳 성산포 지역의 섭지코지가 대표적입니다.

지형상 제주섬을 스쳐 지나는 바람의 길목에 위치하고 있고 지리적 특징 또한 '바람 잘 날 없는 곳' 처럼 생겼습니다.

이처럼 6년전만 하더라도 도민들에게 조차 소외되었던 '바람 많은 곳'인 '섭지코지'가 이제는 전국적으로 각광 받는 명소가 되어 버렸으니 한편의 드라마가 만들어낸 힘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빼어난 경관을 알아보기 시작하는 관광객들의 안목이 높아진 것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먼저 섭지코지에 이르려면 가슴이 여리도록 옅은 에머랄드 빛깔을 발산하는 신양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을 스쳐지나야 합니다. 불과 10년전만 하더라도 찾는 이가 거의 없이 간혹 스쿠버의 모습과 단체수련훈련의 장으로만 사용되었을 정도로 철저하게 소외되었던 해수욕장이 바로 신양해수욕장이기도 합니다. 

이 해수욕장의 끼고 있는 섭지코지 입구의 모습은 가느다란 호리병 입구을 연상케 하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성산일출봉과 에머랄드 빛깔과 코발트 빛깔로 수시로 바뀌는 환상적인 바다의 경관은 한마디로 일품입니다.


 


신양해수욕장 동쪽 해안의 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바다속의 속살까지 훤히 들여다 보이는 푸른 바다와 그리고 바람코지의 대명사임을 단박에 알아 차릴 수 있을 정도의 귓전을 때리는 세찬바람, 그리고 홀로 떨어져 애틋한 사연과 전설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이 외롭게 서 있는 바다위 기암과 눈부신 파란하늘을 더욱 파랗게 만들어 내는 새하얀 등대가 파노라마 처럼 펼쳐집니다.




오직 뜨거운 여름철에라야 그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바람이 드세어 그외의 계절에는 옷깃을 여미기에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오른쪽으로는 망망대해 드 넓은 바다의 스평선이 하늘과 맞 닿아 있고 왼쪽으로는 갯야생화들이 푸른 잔디위에 저마다 자태를 뽐매고 있는그림 같은 코지의 산책길으로 돌아 나오면 끝이 보이진 않을 정도로 길다란 검은 모래의 해안과 성산일출봉이 웅장한 모습으로 다가 옵니다. 


제주도를 주무대로 하여 제주의 아름다운 경관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해 냈다고 평가 받는 드라마, 올인. 지금까지 여타 드라마를 통하여 제주의 자연경관을 소개하여 이처럼 시청자들의 가슴속을 파고든 드라마가 있었을까 할 정도로 열풍을 몰고 왔던 올인, 그리고 그 배경 섭지코지.






SBS드라마 '올인'은 실존하는 차민수라는 인물을 모델로 한 노승일의 동명소설 '올인'을 원작으로 하고 최완규 작가와 유철용 PD에 의해 만들어진 드라마입니다. 어떤이는 철저하게 흥행 위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던 드라마입니다.


-그렇다면 신이내린 경관인 지금의 섭지코지에는 무슨일이?

이 드라마로 인하여 '섭지코지' 일대는 대 전환기를 맞게됩니다. 사람조차 찾지 않았던 바람많은 섭지코지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 들었고 코지 전체의 지역은 자본가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결국 섭지코지의 토지들은 모두가 자본들의 손으로 넘어가고 급기야는 마을 사람들과 자본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아픈 경험을 겪기도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후 섭지코지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위사진은 온평리 방향에서 신양리쪽으로 진입하는 해안도로에서 본 섭지코지의 풍경입니다.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푸른 바다와 싱그런 들판지대였던 곳에 아주 보기좋은(?) 건물이 들어서 있는 모습입니다.

위 사진은 인근의 고지대에 올라서 찍은 사진입니다.
올인이 방송되던 2003년만 하더라도 멀리 보이는 성당 건물 하나만이 운치를 뽐내고 있었지만 최근들어서 고급 펜션들이 길게 들어서 있습니다.
 
이쪽 부분은 더욱 숨이 탁 막힙니다.

다음 스카이뷰 지도서비스를 통하여 하늘에서 본 모습은 더욱 기가막힙니다.
불관 6년전만 하더라도 약간 보수는 되었지만 겨우 등대시설 하나 있었지만, 성당은 2003년 드라마 촬영을 위하여 세워졌고 최근들어 푸른 잔디의 들판이었던 곳이 이렇게 변해 버렸습니다.

아래는 로드뷰를 통해 본 등대 인근의 경관 감상용 구조물의 모습입니다.
흉측하기 이를데 없는 모습입니데요, 저 안에서 보면 경관이 달리 보일까요?


비록 지금은 고급팬션들과 위락시설들이 들어 서면서 10여년 전의 마소가 뛰어 놀던 그 모습은 완전히 살아졌고 또한 드라마 촬영 당시의 고즈넉한 분위기 조차도 찾아 볼수 없지만 아직까지는 신이 내린 경관이라 부를 만큼 빼어난 경관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바로 '섭지코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지어진 건물들을 되돌려 예전의 천혜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지금 이대로 만이라도 더 이상은 개발 되지 않는 모습으로 남아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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