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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 올 레

사람들이 제주올레에 열광하는 이유

by 광제 2009.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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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제주올레에 열광하는 이유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발길, 정신을 놓아 본 적도 여러번

제주올레 탐방, 하나만을 위해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가장 많은 케이스는 제주관광을 위해 입도하였다가 일정 중에 올레걷기를 끼워 넣는 경우가 가장 많지만, 일정의 전부를 올레걷기에 집중하는 여행족들이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장기간 동안 체류하는 열혈 마니아들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이토록 제주올레에 사람들을 빠져들게 하는 것일까요?

많은 사람들은 올렛길에 철학적인 의미를 많이 부여하기도 하더군요. 명상의 길, 치유의 길, 고행의 길 등, 갖은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러한 의미만을 생각한다면 올렛길이 지금처럼 열광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숫제, 봄 소풍을 떠나는 어린아이의 설레는 마음이 바로 올레걷기를 눈앞에 둔 사람들의 실제 모습일 겁니다. 그 바탕에는 바로 천혜의 자연환경이 깔려 있습니다.

아직도 새로운 코스의 개발이 진행 중인 제주올레는 지금까지 15개의 코스가 만들어 졌고 앞으로 타원형 제주도의 하나의 길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제 절반을 갓 넘긴 코스의 거리만도 250여 km,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제주가 하나의 올렛길로 이어졌을 때의 총 거리는 500km에 육박할 것으로 보여 집니다. 산티아고 성지 순례길의 거리가 약 800km라고 하니 거리만 놓고 따진다면 그에 버금가는 거리의 코스가 탄생되는 것입니다.

■ 순례자, 모험가를 위한길이 아닌 누구나 갈 수 있는 길

제주올렛길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의 가슴속으로 깊이 파고든 데는 앞서 말한 철학적의미 보다는 걷는 내내 눈부시게 펼쳐지는 자연환경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자연환경 못지않게 적절한 코스선정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인데요, 올렛길은 순례자를 위한 길도 아니요, 모험가를 위한 길도 아닙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마을 안길을 걷는 듯,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고향의 골목길처럼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가장 짧은 코스가 8.8km, 가장 긴 코스가 23km, 평균거리가 16km, 느릿느릿 콧노래를 부르면서 걸어도 어느 코스를 막론하고 하루면 한 개의 코스를 마칠 수 있습니다. 가다 힘들면 앉아서 쉬어가고, 가다 해가 저물면 어디서든 쉽게 잠을 청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올레걷기입니다. 순례길의 고행을 요구하지도 않고 탐험가의 모험심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하기에 두려움도 없습니다. 올렛길이 트여진 제주도의 지리적 여건이 그러하고 해안가를 중심으로 마을들이 형성되어 있고, 그 마을들을 스쳐지나가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코스마다 적절한 거리가 정해져 있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대목은 각 코스마다에 숨어있는 특색이 그 것입니다. 어느 코스인들 지루하거나 익숙한 길이 없습니다. 조그마한 제주도 안에서도 마을마다 조금씩 다른 관습을 안고 살아 왔기에 눈앞에 보여 지는 풍경들 또한 새로움의 연속입니다. 제주의 자랑거리인 푸른 바다와 오름, 그리고 돌담사이로 이어진 꼬불꼬불 정겨운 길, 전 코스에 걸쳐 이러한 제주의 특색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 막강여성파워?

제주올레의 인기몰이에 한몫을 단단히 하고 열광하는 사람들 중에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제주올레를 처음 고안해낸 분이 여성이어서가 아닙니다. 올렛길은 지극히 여성스럽습니다. 나지막히 솟아 잇는 제주의 오름들이 그러하고, 낮으면서도 끝없이 이어진 제주의 돌담들이 한없이 여성스러우며, 들녘의 제주아낙들에게는 동질적인 시선이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삼다의 섬 제주에 대표적으로 많은 것이 바로 여성이기에 투박하고 거친 모험에 본능을 갖고 있는 남성에 비해 여성들이 제주올레에 까무러치며 열광하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 속담 중에는 ‘등잔 밑이 어둡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일수록 그 속을 알지 못한다.’는 뜻에서 쓰여 지는 속담이기도 하지만, 제주사람들,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사람들조차도 아주 가까운 곳에 우리의 ‘오감’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던 것도 지금에 와서 제주올레에 열광하는 이유입니다. 너무나 틀에 박혀 있는 관광과 레저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 외국에서나 경험할줄 알았던 환경이 아주 가까운 곳에서 접할 수 있고, 이곳에서 모두에게 내재(內在)되어 있던 감수성을 자극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열광의 이유입니다.

상업적 접근을 거부하는 올레 특유의 뚝심도 신선한 매력을 안겨줍니다. 상가 밀집지역이나 호화 위락시설이 들어서 있는 지역은 과감하게 우회하여 길을 튼 것도 지극히 자연친화적인 신선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나마 있는 상업시설이라 해봐야 오랜 세월 마을의 역사와 함께 해온 할머니가 지키는 구멍가게와 보따리에 싸들고 길가에 앉아 팔고 있는 할머니들의 과일 몇 가지가 전부입니다.

안심하고 올렛길을 걸을 수 있도록 파란색의 페인트로 길을 안내하는 화살표를 그려 넣으면서까지 사람인(人)자의 의미를 두어 그 존엄함을 강조했고, 사람과 자연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한, 아주 작으면서도 세심한 배려의 마음이 크게 변하지만 않고, 그 뜻을 마음속에서부터 헤아리는 올레꾼들의 발길이, 앞으로도 더욱 신명나게 이어지기를 바랄뿐입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한라산과 제주]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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