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그 길에서 마주하는 해학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은 거기에서 황금카펫이 깔린 황홀함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목이 마르면 목을 축일 수 있는 우물을 만나게 해주지도 않습니다. 걸음을 가볍게 하는 내리막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풀 한포기가 가시덤불로 바뀔 수도 있고, 바람한점이 태풍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청명한 하늘만을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많은 이들은 그런 길을 찾아 떠납니다.
일상을 훌훌 털어 버리고 그 길로 향하는 것은 가쁘게 내쉬는 호흡의 소리와 질펀하게 온몸을 적셔대는 땀방울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린 땀방울이 온몸에 베겨, 후각을 자극하는 비릿한 냄새를 풍겨대는 땀 냄새 조차도 그 땀의 의미를 아는 이들에게 그 것은 향긋한 향수의 냄새일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고욕의 냄새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향기로움도 그곳에는 있습니다.
제주올레 12코스에 있는 지금은 폐교된 한 초등학교 교정을 지키고 서 있는 해학 머금은 친구들
해학도 있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며 멋쩍은 미소를 애써 지어 보이다가도 이따금씩 해학을 머금고 있는 무엇인가를 만나게 되면 그곳에서 또 다른 힘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일상에서 만나기 힘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마주하고 있을 때면 실로 오랜만에 진솔 된 기쁨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웃음은 고단한 일상에 더할 나위 없는 양분을 선사하기 때문일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회지로 떠나버려 이제는 비록 폐교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어린 동심들이 재잘대며 뛰어놀던 그 자리의 한 켠에는 우리를 두고 도회지로 떠나버린 사람들을 원망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에 아랑 곳 없이 단순하게 길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려는 것인지 모르지만, 각양각색의 표정을 하고 서 있는 얘네들의 모습을 보니 올레길에서 우연하게 마주하는 해학이라는 의미를 넘어 또 다른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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