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가족회의를 한끝에 올레걷기를 가는 것으로 아내와 아들 녀석은 의견일치를 봤는데, 딸애는 죽어도 싫다고 하네요. 하는 수 없이 가장 짧은 코스를 고르고는 예전의 절반밖에 안된다며 겨우겨우 마음을 돌려놓긴 했는데, 얼굴표정을 보아하니 그래도 내키지는 않는 표정입니다.
제주올레 9코스는 8.8km로 이미15개 코스의 평균거리인 16km의 절반정도 밖에 안되는 코스입니다. 제주올레코스 중에서 가장 짧은 코스로 시간적으로 제약이 따르는 사람들이 걷기에는 정말 안성맞춤인 코스입니다. 하지만 거리가 짧다고 하여 우습게보면 안 되는 코스가 바로 9코스입니다.
이유는 코스 내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이 이어지는 비경들 때문입니다. 출발지인 대평포구에서 박수기정을 거슬러 올라 아찔한 절벽위에 서면 숨 돌릴 틈 없이 펼쳐지는 눈앞의 경관에 잠시 정신을 놓아야 할지 모릅니다. 잔잔한 바다위에 솟아 있는 형제섬과 송악산의 모습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기 때문입니다.
박수기정을 내려서 황개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또다시 절경과 마주하는데, 바로 안덕계곡의 줄기입니다. 제주의 계곡 중에서는 가장 빼어난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는 안덕계곡, 난대수림의 울창한 밀림과 그 계곡 밑을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흐르는 물줄기가 쉴 새 없이 지저귀는 새소리와 어우러지는 풍경은 정말 신선이 노는 곳은 따로 있을 법하다는 인상을 심어줍니다.
안덕계곡의 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여러 개의 내(川)에는 갖가지의 시적인 이름들이 붙어 있어 지루하지가 않으며, 계곡과 언덕을 오르내리기를 수차례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화순마을로 접어듭니다. 계곡으로 인해 방향 감각을 잃어버릴 때쯤이면 멀찌 감치서 동행하는 산방산이 길동무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그 절경들이 얼마나 빼어난지를 사진으로 소개해 드립니다.
제주올레9코스의 시작은 조그마한 어촌마을인 대평리에서 시작합니다. 기암괴석이 있어 아름다운 마을이라 하는데, 바로 박수기정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곳 대평리는 ‘난드르’ 라고도 부르는데, 설촌 유래는 지금부터 약300년 전에 양씨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그후 150여년 전에는 창천 2구에 속했던 적도 있으며 해방 이듬해인 1946년부터 대평리가 되었습니다.
제주올레 9코스의 가장 큰 볼거리는 이제부터 거슬러 올라야 할 월라봉인데, 도래오름이라고도 부르는 월라봉은 안덕면 감산리에 속해 있으며 해안으로 접해있는 암벽지대가 절경을 자랑합니다. 안덕계곡의 맥을 이어 내려온 월라봉은 그 지세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오름입니다.
이 오름의 절벽에는 지상 1m 암반에서 1년 내내 샘물이 솟아나와 이 물을 바가지로 마신다는 연유에서 유래된 박수라는 샘물이 유명하며, 특히 이 샘물은 피부에 좋다하여 백중날 물맞이 하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병풍절벽 중간에 사철나무가 자생하는 묘한 경관과 함께 갖가지 암석들은 마치 '바위 박물관'에 들어 선 듯한 느낌을 갖게 하기도 합니다. 저녁이면 황홀한 노을을 감상할 수도 있으며, 해안은 갯바위 낚시터로도 아주 유명합니다. ‘박수기정’의 기정은 절벽을 뜻하는데, 박수샘물이 있는 절벽이란 뜻입니다.
우두커니 서 있는 산방산이 그것인데요, 백사장이 보이는 해변이 바로 화순해수욕장입니다.
황개천은 원래 포구였습니다. 1653년의 『탐라지』에는 한개천으로, 18세기 후반에 발행된 『제주읍지』에는 항개천으로 표기되어 있기도 합니다. 황개천이란 지명유래는 이곳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조간대여서 부근에 가끔 누런 물개가 나타났다 하여 '황개창'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안덕면 상천리 병악을 발원지로 하는 안덕계곡의 물줄기가 '임금내창', '보막은소', '도체비빌레 내창'을 거쳐 이곳까지 도달하는 동안 일의대수가 아니라 굽이굽이 꺾이면서 거칠게 내려오기 때문에 '거친 내'라 하여 황개천 이라고 불렀다 합니다. '한'과 '항'은 크고 넓다는 뜻인데 이 내가 바다 쪽으로 가까울수록 넓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계절에 어울리는 나무에 매달린 밤송이와 매미의 웃음소리도 요란합니다.
보이는 안덕계곡은 먼 옛날 하늘이 울고 땅이 진동하고 구름과 안개가 낀지 7일 만에 큰 산들이 일어서고 시냇물이 암벽 사이를 굽이굽이 흘러 치안치덕(治安治德)한 곳이라 하여 안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지는 계곡입니다.
안덕계곡은 군산(軍山) 북사면에서부터 월라봉(月羅峰) 서사면을 절단하여 이루어진 깊은 계곡으로 해안하구에 이르기까지 상시 하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면암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양안은 기암절벽으로 병풍과 같고, 계곡의 밑바닥은 평평한 암반으로 깔려 있으며 그 위를 맑은 물이 항상 흘러서 관광명소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 계곡의 양측에는 구실잣밤나무, 참식나무, 후박나무, 감탕나무, 조록나무, 가시나무류 등 난대수림의 고목으로 울창하게 덮여 있으며, 남오미자, 바람등칡, 백량금 등이 하층식생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계곡에는 솔잎란, 소사나무, 지네발란, 녹나무, 육박나무, 호랑가시나무 등의 희귀식물과 담팔수와 상사화 등이 자생할 뿐만 아니라 보존이 잘 되어있는 난대림의 원시림으로 가치가 높아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곳에는 300여종의 식물이 분포하며 특히 양치식물이 많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해수욕장의 모래는 검은 빛으로 부드럽고 고운편이며, 해수욕장의 주변에는 풍부하게 흘러나오는 시원한 용천수가 그만입니다. 여름철이면 용천수를 이용한 담수풀장에서 더위를 식히는 것도 아주 매력적일 것입니다.
해수욕장 옆으로는 소금막 해변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어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고 뒤로는 산방산이 떡 버티고 있어 마치 동양의 산수화를 한 폭 감상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풍경을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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