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와 천사의 날개를 가진 간세 이야기

제주올레와 천사의 날개를 가진 간세 이야기

'간세', 많은 사람들은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겁니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면서 이 말을 수도 없이 접하였지만 정작 이 말의 어원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 없는 저로서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일하기를 싫어하는 게으름뱅이를 일컬어 '간세다리' 라 불렀으며 실제로 이러한 소리를 듣는다면 심한 욕으로 인식되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놀멍, 쉬멍, 걸으멍(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있는 '제주올레'의 사람들은 '간세'의 개념을 제주의 상징인 '제주조랑말이 느릿느릿 걸어가는 모습'이라 표현하였습니다. 실제로 '간세'의 어원에 대해 찾아보려고 해도 쉽게 찾을 수는 없었지만 천천히 걸으면서 잃어버렸던 마음의 평온을 되찾고 감춰져 있던 소박한 제주의 속살을 깊이 있게 전달한다는 제주올레의 뜻을 담고 있다면 이미 '간세'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전혀 다른 시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올레걷기와 뜻을 같이하는 간세, 우스꽝스러운 해학이 깃들어 있는 간세의 모습에 조그마한 천사의 날개를 달아준 것은 또 무슨 의미일까요. 하얀 백마의 등에 날개를 달아 천마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상상속의 동물은 본적이 있지만 조랑말의 등에 날개가 달린 모습은 처음보기 때문입니다. '제주올레'에서는 이 날개를 천사의 날개라 칭하고 안 보이는 곳에서 제주올레에 후원을 보낸 사람들의 천사 같은 마음에 비유하였습니다.

이런 천사의 마음이 하나둘 모여 말없이 보내준 성원은 결국, 지난해 20만 명이 넘는 올레꾼들의 사랑을 받게 된 계기가 됐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2007년 9월. 1코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5개의 정규코스와 2개의 비정규코스를 합하여 총 17개의 코스를 개발하는 동안 세찬 바닷바람과 뜨거운 뙤약볕을 견디며 길을 트는데, 헌신적으로 몸을 던진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땀방울도 함께 깃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제주올레는 삼성경제연구원이 선정한 '2009년 히트상품' 8위에 오르기도 하고 최근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족여행을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 1위에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얼마나 빠른 기간 안에 엄청난 열풍을 몰고 왔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열풍과 함께 집중조명으로 겉으로 드러난 영광 뒤에는 가슴 아픈 소식들도 제주올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하였습니다. 개인사유지가 훼손된다며 토지주가 길을 막아버리는 일도 있었으며, 올레길 곳곳에 쓰레기를 무분별하게 버리는 바람에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최근에는 애써 가꾼 농민들의 농작물에 손을 대는 비상식적인 올레꾼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는 제주도내의 언론에서도 자주 보도되기도 했는데, 올레코스개발에 힘을 쏟아온 자원봉사자들은 넘쳐나는 쓰레기를 보다 못해 직접 팔을 걷어 올렸으며 이마저도 힘에 부쳐 최근에는 홈페이지를 통하여 공개적으로 쓰레기 수거 운동을 벌이는 형편입니다. 이러한 각고의 노력 끝에는 무분별한 일부 올레꾼들을 자각시키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제주올레의 간절한 소망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앙증맞은 모습의 날개달린 간세를 동봉하여 천사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편지에서도 한 해 동안 힘을 보태줘서 고맙다는 말과 더불어 친환경적인 올레를 가꾸자는 간곡한 부탁으로 끝맺음을 한 것으로 보아 환경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로 인해 지금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제주조랑말이 힘찬 날개짓을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올레꾼 모두의 손에 달려있는 듯합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파르르의 제주올레]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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