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 아들이 차려준 생애 최고의 밥상
아내자랑은 팔불출이라 할지 몰라도 누님자랑은 그렇지 않겠지요?
사람 살 곳이 못된다며 모두가 떠났던 우도, 한 겨울 세찬 바닷바람과 싸우며 모진 삶을 살아온 그 곳의 해녀들은 그런 우도의 버팀목이었습니다. 우도에서 태어나 10대 중반의 꽃다운 나이에 바다와 인연을 맺었으니, 해녀의 삶을 살아온 지가 어언 40여년입니다.
누님의 이야기입니다. 어제가 바로 해녀누님의 55회째를 맞는 생신이었습니다. 그래서 서귀포를 다녀왔습니다. 해녀생활은 우도에서 시작하였으나 시집을 서귀포로 가시는 바람에 부득이 서귀포의 바다에서 해녀 물질을 하고 계십니다. 전에는 정방폭포 인근에서 하셨는데, 요즘에는 새섬 인근에도 자주 나가신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누님에게는 시집간 딸과 장성한 아들 둘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조카가 되는 이 녀석 둘은 공교롭게도 요리사입니다. 한 녀석은 일본에 까지 건너가 요리유학을 마치고 귀국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둘은 제주도내의 유수의 관광서비스업소의 고급레스토랑 요리사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몸으로 이만큼 커 준 것만으로도 누님에게는 자랑스러운 일이지요.
조촐하게 생일잔치를 하려고 하니 서귀포로 넘어오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만도 어디 식당 같은 곳에 가서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얘길 들어보니 그게 아닌 것입니다. 요리사로 있는 두 아들이 직접 요리를 하여 생일상을 차린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누님네 가족들만 조용하게 보내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친지들 모두에게 알려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장장 30여명의 가족이 모였습니다.
일찍이 넘어가려 했는데, 요리준비를 집에서 해야 하니 저녁시간에 맞춰서 오랍니다. 아무래도 집에서 준비를 하다 보니 사람들이 많으면 요리를 하는데 지장이 있겠지요. 하여 염치는 없지만 먹는 시간에 잘 맞춰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준비 중입니다. 생일 주인공인 누님을 비롯하여 조카의 여자 친구까지 나서서 정신없이 손이 오가고 있더군요.
그런데 가만 보니 준비를 하는 요리들이 보통요리들이 아닙니다. 초밥에 생선회에 웬만한 일식집을 보는 듯합니다. 생선회는 요즘 제철인 방어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조카 녀석이 직접 포를 뜨고 칼질을 하고 있습니다. 손놀림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초밥의 종류도 정말 다양합니다. 총 천연색의 화려한 초밥 접시를 보니 먹기가 아까울정도입니다.
이렇게 화려하다 해서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았답니다. 방어는 요즘 가격이 많이 내렸다고 하네요. 그만큼 많이 잡힌다는 뜻이지요. kg에 만원씩 8.5kg을 준비하고 나머지 해산물들은 거의 대부분 누님이 바다에서 물질을 해서 건져 올린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해녀와 요리사의 대단한 합작품이네요.
55회째 생신을 맞는 엄마를 위해 아들둘이 정성스럽게 차려준 화려한 생일상, 더군다나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축하송을 부르며 축하를 해준 적이 없으니 누님께서도 감회가 남다르신 것 같습니다. 친지들에 둘러싸여 어린 손주들이 축하송을 불러줄 때에는 참았던 눈물이 두 눈망울에 가득 고이고 말았네요. 누님, 고되고 고된 해녀 삶, 천직으로 알고 하시는 일인 만큼 건강도 챙기기면서 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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