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국수라고 들어는 봤나?"
뜻밖의 횡재란 이런것!
"시원하고 깊은 맛이 일품"
자동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에 있어 최고의 명소로 각광 받고 있는 대한민국 7번 국도는 사실상 부산의 도심지를 통과하는 구간을 빼고는 동해의 푸른바다를 끼고 이어져 있습니다. 그 바닷길의 시작이자 끝이 바로 포항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제가 포항을 좋아하고 늘 가고 싶은 곳으로 점찍어 두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포항을 한 번 더 다녀왔는데요, 그런데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드라마 갯마을차차차 촬영지이기도 하고, 몇 년 전에는 동백꽃 필 무렵이 포항에서 촬영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기도 했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화면으로만 보았던 드라마 촬영지도 한번 돌아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을 겸 해서 포항을 다녀왔습니다.
가장 먼저 갔던 곳은 구룡표입니다. 구룡포 중에서도 최근 사람들로부터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갯마을차차차 촬영지인 석병리 마을의 해안과 함께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로 각광을 받았던 포항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입니다.
석병리에는 갯마을차차차에 나왔던 감리 할머니 댁과 홍반장의 집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마당 너머로 보이는 방파제의 빨간 등대가 유난히 아름다웠던 곳이기도 하고요, 구룡포리에 있는 근대문화역사거리에는 동백꽃 필 무렵에서 선보였던 근사한 계단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멀리 구룡포항이 한눈에 들어오고 동백이와 용식이가 앉아서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 하나가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근대문화역사거리에 가면 어렵지 않게 그 유명한 계단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동백이의 계단을 보고 아래로 내려서면 일본인가옥거리가 길게 이어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포항 구룡포의 일본인가옥거리는 과거 일본인들이 집단 거주하던 곳으로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가 시작될 때 형성되어 지금도 80여 채의 가옥들이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남아 있는 곳입니다.
포항을 간다면 이곳은 꼭 한번 들러보시길 바라고요, 명소 소개는 이쯤하고 일본인가옥거리에서 끼니를 때운 곳이 아주 인상 깊어서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마침 찾아간 시간이 점심때였어요. 무엇을 먹어야겠다고 정해놓고 간 건 아니고요, 꽂히는 게 있으면 먹으려고 했던 것인데, 그 메뉴가 하필이면 난생 처음 먹어보는 거였습니다. 당연히 처음 먹어 보는 것이라 만족도는 불확실 했었지요.
일본인가옥거리의 거의 끝 지점, 사진에 보이는 골목 왼쪽에 있는 대천식당이라는 곳입니다. 무작정 들어갔죠.
여기서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모리국수입니다. 이곳에 와서 처음 들어보고 처음 구경하는 먹거리입니다. 국수는 국수인데 앞에 붙은 ‘모리’는 무슨 뜻일까요? 경상도 사투리인지, 포항만의 지역 사투리인지 모르겠지만 먹기 전에 모리의 뜻은 알고 먹어야겠죠?
모리국수란? 갓 잡은 싱싱한 생선과 해산물 등과 함께 국수를 넣어 푹 끓여낸 음식인데, 일반 해물탕에 국수를 넣었다면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고요, 여럿이 모여 냄비 째로 먹는다고 해서 모리국수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모리’는 ‘모아’의 사투리인 ‘모디’가 세월이 흐르면서 변형된 것이라고 합니다.
일단 저희는 처음 구경하는 모리국수를 주문했습니다. 모리국수의 뜻을 알고 나서는 대충 어떠한 맛인지 머릿속으로 그려지긴 했는데요, 속단은 금물입니다. 일단 먹어보고 판단을 해야죠.
모리국수가 이집의 시그니처인 듯한데, 가격은 가장 저렴합니다. 아마도 일인당 가격으로 계산을 하다 보니 체감 상 그렇게 보일 진 모르지만, 일인 9천원이 부담되는 금액은 아닙니다. 일단 먹어보죠.
찬은 정말 다양하게 제공됩니다. 같은 종류 두 개씩, 양쪽에 놓고 먹으라는 배려입니다.
조금 있으니 콩나물이 가득 들어 있는 양은 냄비를 테이블의 버너 위에 올려놓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빈약할까 생각했는데 주인장께서 아직은 사진을 찍을 때가 아니라고 합니다. 뭔가 더 있다는 뜻이겠지요.
조금은 빈약했던 냄비에 대게와 문어를 얹어 넣으니 비주얼이 금새 살아났습니다.
모리국수에는 전복과 새우 고동 등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가지만 그중에서도 비중이 큰 재료를 꼽자면 바로 대게와 문어, 그리고 미역초라는 생선입니다. 얼큰하고 구수한 육수를 내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되는데요, 여기서 미역초라는 생선은 저도 처음 들어보는 생선입니다.
모리국수가 처음에는 생선탕에 국수를 넣어 먹었던 데서 유래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 만큼 육수가 중요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생선의 가시를 발라 살을 이용해서 추어탕처럼 끓인 국물을 사용한 어탕국수였는데, 지금은 멸치육수를 쓰고 미역초라는 물고기로 국물 맛을 더한다고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물고기가 바로 미역초입니다. 대게와 콩나물이 시원한 맛을 낸다면 이 미역초라는 물고기가 깊은 맛을 내는 주인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명은 ‘무점등가시치’라고 합니다. 헤엄칠 때의 모양이 미역과 닮았다 해서 미역초라고 부르는 건데요, 생긴 모양이 길다고 해서 ‘장치’라고도 부른답니다.
암튼, 제공된 개인접시에 조금씩 덜어 먹다보니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맛있었는데요, 국물도 국물 맛이지만 무엇보다 핵심재료인 국수의 맛이 너무나 일품이었습니다. 보통, 면 요리를 할 때 해산물을 육수로 사용하면 면이 불지 않고 쫄깃하면서 탱글탱글한 맛이 나는데, 이곳의 모리국수가 딱 그런 맛이네요.
국물 맛은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이 아주 맛있고요, 본래 쌀이 귀하던 시절에 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먹으려고 고안된 음식이니 만큼, 일행들이 먹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먹고 나서 보니 일인당 9천 원이라는 걸 생각하니 정말 가성비 측면에서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혹시라도 포항 구룡포에 가실 일이 있다면 이곳에서 모리국수 꼭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주인장님 너무 친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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