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애에게 휴대폰을 사준지 이제 고작해야 2개월 남짓이네요.
두 살터울인 오빠가 휴대폰을 사는 바람에 졸지에 득템을 하고는 좋아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답니다.
처음에는 어린애들에게 휴대폰을 사주면서도 이게 잘하는 짓인가 싶더라구요.
유용하게 잘 써 주리라 기대하며 사주긴 했지만 두 달 정도를 가만히 지켜보니 처음에 염려했던 부분들이 슬슬 나타나기 시작하는 겁니다.
가장 큰 문제는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지요.
등교를 하면 휴대폰을 쓸 수 없도록 학교 측에서 엄격하게 방침을 세워놓고 있고,
학교를 파하고 나서도 학원 갔다오랴, 숙제하랴 하다보면 휴대폰 만지작거릴 시간조차도 없어 보이더군요.
며칠 전이었지요.
휴대폰의 배터리를 교체하고 있는 아빠의 모습을 멀리서 쳐다보고 있던 딸애가 쪼르르 달려와서는 그러는 겁니다.
"아빠는 휴대폰 배터리 새 거 끼우면 얼마나 가?"
"응, 많이 쓰면 하루도 못갈 때도 많아..."
"아빠는 좋겠다."
"왜에?"
"나는 한번 끼우면 보통 5일 가거든..."
"헉~! 5일씩이나...그게 더 좋은 거 아닌가??"
"전화 올 데가 있어야 배터리가 닳던가 하지..."
"전화 올 데가 있어야 배터리가 닳던가 하지..."
"전화 올 데가 있어야 배터리가 닳던가 하지..."
예상치 못한 딸애의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뿜어낸 것은 물론이요, 한동안 귓전에 쩌렁쩌렁 울려 대더군요.
전화를 쓸 일이 없으니 배터리가 닳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매월 일정량씩 지급되는 알(일종의 통화 포인트)또한 거의 쓸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속마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휴대폰을 버리고 싶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나이 들고 남자 친구라도 생겼을 때 사줄 걸 그랬나 보더라구요.
비록 2년 약정으로 개통을 하긴 했지만, '해지를 할까' 하고 물어보니 그건 또 싫다네요. 괜한 투정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이일이 있고 나서부터 아빠인 저에게 신경 써야 될 일이 하나 늘었다는 것입니다.
틈틈이 시간만 나면 딸애에게 전화를 걸게 되더라는 것이죠.
잠자고 있던 딸애의 휴대폰, 아빠인 저라도 좀 깨워줘야 할듯합니다.
전화를 받는 딸애는 또 얼마나 반갑게 받던지요.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이거, 딸애의 노림수에 말려든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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