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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장난 도둑질(?) 때문에 슬픈 여행이 되어버린 사연

by 광제 2011.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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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털어 마련한 가족선물, 한순간에 사라져>

이제 겨우 초등학교 4학년의 어린아이에게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너무 가혹하다고 해야 하나요. 아니면 눈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이라 그저 액땜이라고 넘겨야하나요?

염려하던 일이 결국엔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어제아침이었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국토순례를 떠났으니 3일째 되는 날이었지요. 출근을 준비하며 욕실에서 씻고 있는데, 거실에 있던 아내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만 보니 여행간 딸애와의 통화 같은데, 멀리 있어 내용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궁금한 나머지 씻고나와, 통화를 끝낸 아내에게 아침부터 뭔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얘가 글쎄, 사둔 선물을 몽땅 도둑맞았데...."

"뭐야..도둑이라니? 자세히 얘기해봐..."

이게 무슨 소리랍니까, 이른 아침부터 예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여행의 첫날밤을 청결하지 못한 숙소에서 보내더니, 둘째 날밤은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이 딸애에게서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엄마와 통화중 끝내 울음을 터트린 딸애>>

"엄마아빠 휴대폰 걸이랑, 오빠 볼펜까지 잘 챙겨 가방에 넣어뒀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봉다리만 남기도 모두 사라져 버렸데."

"그래서, 그래서 어찌됐는데?"

"어찌되긴 누가 갖고 갔는지도 모르지, 지금 울고불고 난리가 났어..달래주느라 혼났네.."

아내의 말을 듣고는 말문이 막혀 말도 나오질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린 딸애가 받았을 충격을 생각하니 더더욱 분통이 터집니다.
자초지종을 직접 들어보고 싶지만 아빠의 목소리를 다시 들으면 보나마나 또 울음보를 터트릴게 분명합니다. 과거, 수학여행 가면 종종 친구들의 장난질에 물건들이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요즘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랄수 밖에 없었지요.



저녁때쯤 기분 좀 가라앉으면 통화를 해보기로 하고는 간단하게 위로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으로 날라온 문자를 보니 또 억장이 무너지네요. 선물을 사는데 쓴 돈이 2만5백 원이라는 것입니다.

<<용돈으로 쥐어준 3만 원 중, 2만5백 원을 가족 선물 사는데 써>>

용돈으로 얼마를 줘야 하나 처음에는 고민 좀 했었지요.
결국, 많이 주면 자칫 헤퍼질 수 있을 것도 같고 해서 여행 중에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먹으라고 손에 꼭 쥐어준 돈이라곤 3만원이 전부였거든요.

보나마나 먹고 싶은 것, 자기가 갖고 싶은 것, 꾹 참고 아껴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마련한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저녁 무렵, 그나마 한층 밝아진 목소리를 들으니 조금 안심이 되더군요.
그런데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알게 된 놀란 사실은 물건을 잃어버린 친구, 심지어는 현금도 잃어버린 친구가 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솔교사들에도 이 사실이 알려졌지만, 일이 크게 확대되어 자칫 수많은 어린이들이 혼란을 겪을 것을 생각해 조용히 넘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저 또한 누가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알고 싶지도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남의 물건을 탐닉하여 훔쳐갔다기 보다는 한낱 어린 시절의 한순간 짓궂은 장난이었기를 간절히 바라는 심정입니다.>

혹 학교에서 학용품을 잃어버리는 일은 있었던 딸애였지만,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한꺼번에 도둑맞은 일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어린 시절에 조금 더 큰 세상을 체험하라고 보낸 여행에서 본의 아니게 좋지 않은 추억 하나 만들었지만 빠른 시간 안에 훌훌 털었으면 하는 것이 아빠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유난히 보고 싶어지는 딸애의 얼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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