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렸던 선물, 끝내 약속을 지켜낸 딸애
-힘든 일 돕겠다는 쪽지에 가슴 뭉클-
용돈을 아껴 마련한 가족들 선물을 한꺼번에 잃어버렸던 딸애...
블로그에서 따로 언급은 안했지만 세상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 울음을 터트리며 마음고생을 했었지요. 자기 손으로 직접 고른 선물들을 받고 기뻐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마련한 선물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을 겁니다.
얼마 전, 국토순례를 떠났던 딸애가 결국에는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왔네요.
용돈 대부분을 털어 마련한 선물은 잃어버렸고, 다시 선물을 마련할 돈이 없었던 게지요. 선물이고 뭐고 다 필요 없고 아빠의 눈에는 그저 밝은 얼굴로 건강하게 돌아와 준 딸애가 마냥 고맙기만 합니다. <선물을 잃어버린 사연, 다시 보시려면 클릭~!>
돌아오는 날의 부두터미널.....
카페리에서 내리던 딸애가 아빠를 보자마자 한 얘기가 있지요.
"아깝게 선물은 잃어 버렸지만, 나중에 엄마에게 첫 용돈을 타면 꼭 선물을 사주겠다."구요.
야근 후 잠자리에 들었던 어제 낮...
늦은 오후에 잠에서 깨어보니 탁자모퉁이에 조그마한 선물꾸러미가 하나 놓여 져 있더군요. 처음에는 웬 거야? 했지만 바로 예감을 할 수 있었지요. 딸아이의 선물이 분명합니다.
며칠 전 월요일에 받은 용돈으로 선물을 마련한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괜찮다고 했는데 기어코 일을 저질렀네요.
그래도 선물이라면 기대가 되고 두근거리는 게 사람 마음인가 봅니다.
무엇이 들어있을까 너무 궁금합니다. 포장지를 개봉하려고 보니 아래쪽에 조그마한 쪽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열어보았지요.
우앙~~~ㅜ 녀석이 또 아빠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네요.
<<바깥일에... 집안일에.....ㅜ>>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전천후 주부로 오해하기 십상인 내용이네요.
바깥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집안일....' 이게 딸애에게는 평소 마음에 걸렸나봅니다.
얼마 전부터 일을 다니기 시작한 아내가 낮에는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빨래와 집안청소에 심지어 밥상을 차리고 설거지까지 쉴 틈 없이 해내는 것을 보고 딸애가 나름대로 느끼는바가 있었던 게지요.
국토순례를 다녀오고 갑자기 청소기를 돌리며 평소 안 하던 짓을 하더니, 바로 이때문인가 봅니다. 힘들 일도 돕겠다는 것을 보니, 정말로 이제 다 컷네요.
다 읽은 쪽지를 닫았다가 다시 열어 읽어보기를 수차례, 가슴속 깊은 곳까지 뭉클함이 전해져옵니다. 선물을 잃어버려 눈물 흘리던 딸애가 이제는 그 선물로 아빠를 눈물짓게 만드네요. 나중에 어떠한 말썽을 부리게 될 진 모르지만 최소한 이 순간만큼은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은 아빠입니다.
선물포장지도 조심스럽게 개봉을 해봅니다.
뜯어내기 전부터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딸기향입니다.
방향제네요.
눈썰미는 아빠를 닮지 않아 다행입니다.^
아주 이쁜 것으로 잘 골랐네요..
평소 차안에 방향제 하나 있었으면 생각하고 있었는데, 텔레파시가 통했나봅니다.
야근을 위해 출근하는 길....
쪽지의 감동도 채 가시질 않았는데, 차안에 가득 퍼지는 딸기향에 흐뭇한 미소를 지울 수가 없네요.
하지만 감동에 대한 내색은 오늘뿐이다....ㅋ
내일부터 설거지는 니가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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