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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 앞에 두고 심사숙고해 보긴 처음
후한 시골인심에 다시 찾고 싶은 두루치기 맛집
살점과 비계가 적당히 붙어있는 돼지고기를 고추장으로 적당히 버무린 다음 프라이팬에 익힙니다. 어느 정도 고기가 익었다 싶으면 돼지고기 위로 양념된 야채를 얹어 놓고 다시 한 번 볶아줍니다. 양념야채는 다름 아닌 콩나물과 무채, 파채 등 여러 가지 야채에 간을 해서 버무려 놓은 것입니다.
이게 바로 돼지고기두루치기입니다. 이 요리는 특히 제주도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제주산 돼지고기가 유명한 까닭일겁니다. 고기와 함께 거의 일대일 비율로 야채를 곁들이기 때문에 속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구이용으로는 인기가 없는 부위를 사용하고 야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격도 매우 저렴합니다.
돼지고기두루치기의 원조 격은 서귀포에 있답니다. 수십 년간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해오고 있는 식당입니다. 이 정도만 눈치를 줘도 어딘지 아는 분들 많습니다. 하지만 제주도의 중산간 마을에 두루치기로 이름난 음식점이 여럿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
귀동냥으로 얘기만 전해 듣다가 일부러 시간을 내어 그곳을 다녀왔답니다. 제주시에서 중산간 도로를 타고 약 50km를 달려가야 합니다. 중산간에 자리하고 있어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자동차에 네비게이션이 없다면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표선면 세화리에 광동식당으로 안내합니다.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의 마을정경입니다.
이 마을에 가면 아주 독특한 풍경을 만날 수 있는데요. 집집마다 태극기를 달아놓는 것이 그것입니다. 우도에서 봤던 풍경하고 비슷합니다. 마을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뭔가 독특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광동식당의 내부입니다.
조그마한 산골마을에 있는 음식점치고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하지만 점심때 찾아가서 그런지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됩니다. 빈자리를 찾아 앉으려 했더니 임자가 있답니다. 약 20분정도 기다린 후에야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었습니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동네사람들입니다. 가끔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보였지만 대부분 밭일을 하는 일꾼들, 그리고 주변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점심을 먹으러 달려온 사람들입니다. 고기요리이면서 가격이 싸고 조리시간이 매우 빨라 부담 없이 찾는듯합니다.
이 집에서 취급하는 차림표입니다.
제주산 흑돼지 두루치기. 일인분에 6천원입니다. 예전에는 공기밥 포함하여 5천원을 받았지만, 최근 물가가 올라 올려 받고 있다고 합니다.
자리에 앉으면 커다란 양푼이에 한가득 고기를 내어오더군요.
처음에는 이게 뭔가 했습니다. 머뭇거리는 것을 본 주인아주머니. 먹고 싶은 만큼 마음껏 덜어 먹으랍니다. 믿기지 않아 다시 물었지만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가끔 맛집을 다니다 보면 음식을 무한리필 해주는 곳을 보긴 했었지만, 재료 자체를 무한으로 제공하는 집은 처음입니다.
-먹고 싶은 만큼 맘대로 먹어라!-
단, 명심할 것은 남기지만 말라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를 덜어내어 구워야 할지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무한제공 방식에 처음 온 사람들이 적잖이 놀래긴 하지만, 실제로는 많이 먹을 수도 없다고 합니다. 한계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저 다른 집과 차별화를 꽤하려는 이집만의 영업방식 정도로 봐주면 될듯합니다.
심사숙고! 조심스럽게 덜어내는 돼지고기
보통 다른 두루치기 집에 가면 냉동된 고기임을 한눈에 알 수 있지만, 이집에서는 냉동고기는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생고기에 양념을 한 채 냉장 보관한 신선한 돼지고기입니다. 아주 조심스럽게 고기를 덜어냈습니다.
많이 먹어야지 하면서 덜어낸 것이 고작 이정도입니다.
야채를 넣으면 양이 불어 날것도 예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기가 익어가는 동안 밑반찬과 야채가 가득 들어있는 양푼이를 갖다 줍니다.
밑반찬은 뭐 볼게 없습니다.
아주 단촐합니다. 두루치기에 양념된 야채가 들어있어 별다른 반찬이 필요치 않습니다. 파김치와 무말랭이 조금, 그리고 멸치젓갈, 무나물과 쌈용 배추잎, 고추와 마늘이 전부입니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으면 양푼이의 야채를 털어 넣습니다.
고기와 함께 다시 한 번 볶아줍니다.
제주산 흑돼지 고기가 야채와 어우러져 씹히는 식감이 아주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질리지 않는 것이 돼지고기두루치기의 특징입니다.
쌈배추에 두루치기와 마늘, 멸치젓을 얹어 한입가득 넣어주고 나면, 이거 하나 먹으려고 먼 길을 달려온 것이 아깝지 않습니다.
남김없이 먹어치웠습니다.
다 먹고 나면 숭늉은 셀프입니다. 이렇게 2인분 두루치기 먹고 지불한 돈은 1만4천 원입니다.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는 광동식당의 외부모습입니다.
얼핏 보면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지요.
투박한 시골식 상차림,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한 후한 시골인심을 느껴보고 싶은 분께 강추합니다.
영업시간은 보통 11시에 문을 열고 저녁 무렵에 문을 닫지만, 수요일만큼은 4시에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늦은 시간에 가시려면 먼길이니 만큼 한번쯤 전화를 해보고 가는 것도 좋습니다.
맛집정보: 제주도맛집, 제주맛집, 서귀포맛집, 표선맛집, 두루치기맛집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 1152-4번지 광동식당(T.064-787-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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