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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맛집&카페

연동길, 줄서도 지루하지 않은 낙지볶음 맛집

by 광제 2012.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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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도 짜증나지 않는 낙지볶음집의 비밀

먹는 사람 보다 기다리는 사람이 기분 좋은 음식점이 있더군요.  

제주도의 맛집을 소개하면서 낙지볶음이 생각날 때 자주 가던 곳은 따로 있었지요.

조미료 냄새가 유난히 강하지만 이보다 맛있게 하는 집은 없는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습니다. 역시 좁고도 넓은 것이 세상입니다. 어디에 어떤 집이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간판도 허름하고 외관도 화려하지 않은 가정집 같은 분위기의 음식점입니다.
그런데 정말 독특한 점은 따로 있었습니다. 
무엇이 독특한지 궁금하시지요? 

아무 생각 없이 사람들이 들어가는 곳으로 따라 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집에 들어온 줄 알았거든요.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는 실내, 조용하게 끼리끼리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여느 찻집의 분위기와 흡사합니다.

하지만 여기 모인 이분들은 모두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실내의 벽에 붙어 있는 스피커에선 주기적으로 번호를 호출하고 있었습니다.

자기의 번호가 호출되면 마치 경품에 당첨이라도 된 것처럼 쾌재를 부르며 달려 나갑니다.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짜증을 내는 경우도 없습니다.
그저 묵묵히 기다리기만 합니다.
기다리는 동안 음식점에서 마련한 간단한 간식으로 지루함을 달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고구마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삶아 놓았습니다.
맘껏 먹으면 됩니다. 하지만 한두 개 먹고 말아야 합니다. 낙지볶음 먹어야 하거든요.


고소한 누룽지도 기다리는 사람들에겐 인기입니다.

10평은 되어 보이는 아늑한 공간에는 무료로 차를 끓여서 마실 수도 있고 자판기에서 커피도 뽑아 먹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음식점 측에서 마련한 휴게실이었습니다.

음식의 맛이 좋아 사람들이 찾는 경우도 있고, 좋은 길목에 자리하고 있어 사람들이 찾기도 하고, 홍보를 잘하여 멀리서도 찾아오기도 하지만, 이집만큼은 맛도 맛이지만 사람들이 기다림에도 지루하지 않고 즐겨 찾게 만드는 독특한 비밀이 숨어있는 듯하였습니다.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야 낙지볶음을 먹을 수 있습니다.
커다란 신발장이 따로 있었지만 바닥에 벗어놓은 신발을 보니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됩니다.


입구로 향하는 화살표가 선명하지만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면 주인이 안내방송으로 호출을 합니다.
그때서야 안으로 들어갈수 있는 것입니다. 어느 삼엄한 정보기관에 온듯합니다.


우리가 들고 있는 번호표는 13번입니다. 이후로도 족히 30분은 더 기다린 것 같습니다.


부르기 전엔 못 들어갑니다.

안으로 향하는 문은 꼭꼭 닫혀 있습니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자리가 나면 불러준다고 했으니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기다리는 게 상책입니다. 


휴게실 안에도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지만 밖에서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상당수입니다.

드디어 우리의 번호가 불러졌습니다.
낙지볶음만을 취급하는 전문점입니다. 둘이서 소자 16000원짜리를 주문했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남달랐지만 맛은 과연 어떨까 매우 궁금해지는 시간입니다.


낙지볶음에 나오는 찬은 집집마다 거의 비슷한가봅니다.
밥과 몇 가지의 밑반찬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낙지볶음집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인 청국장찌개도 나왔습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밥에는 참기름이 살짝 부려져 있습니다.


보글보글 끓는 청국장이 매우 구수해보입니다.


매운 음식 먹을 때 젓가락이 많이 가는 반찬입니다. 미역무침과 콩나물무침입니다.


드디어 낙지볶음이 나왔습니다. 2인분입니다.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비쥬얼입니다. 


낙지도 넉넉하게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리에 비벼먹는 낙지볶음이 진리입니다.


침이 고입니다.


살짝 비벼 한 수저 떠봅니다.


맛의 비밀은 주인장만 알겠지요.
이집의 낙지볶음, 깔끔한 맛이 아주 일품이더군요.

전에 자주 갔던 곳에서 느꼈던 진동하는 조미료 냄새는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매운 정도도 아주 적당하였습니다. 매워도 자꾸 손이 가는 매력이 바로 낙지볶음 집을 자주 찾는 이유일 겁니다.


둘이서 깔끔하게 비워냈습니다. 맵다 맵다 하면서도 남길 수가 없었습니다.



주인이 반겨주질 않아도, 아주 오랜 시간 기다리게 만들어 짜증이 날만도 한데 오히려 기다림이 즐거운 음식점, 여기에 다른 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맛, 대박을 터트리는 낙지볶음집의 비밀이 아닐까 합니다. 기다려도 기분좋은 맛집, 낙지볶음 전문점 '연동길'이었습니다. 제주시 연동 292-94번지(T.064-748-9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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