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탕인줄 착각, 기겁하고 먹었던 해물짬뽕
우리나라의 최남단 모슬포에는 토요일마다 열리는 토요시장이 있지요. 관광객들에게는 먹거리와 살거리를 제공해주고 주민들에게는 소득증대를 목적으로 지난해 10월29일에 모슬포항에 개장을 하였습니다. 언제 한번 다녀와야지 했었는데, 주말이면 바쁜 일상 탓에 그동안은 시간이 여의치 않아 최근에야 겨우 그곳을 다녀왔습니다.
최남단 모슬포, 그곳으로 부랴부랴 달려간 가장 큰 목적은 자리돔을 구경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제주도 특산물로도 유명한 자리돔은 횟감으로도 좋지만, 제주도에선 물회를 만들어 먹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지요. 또한 자리젓도 너무나 유명한 특산물 중에 하나입니다.
이 자리돔이 최근 제철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모슬포 하면 가장 먼저 방어가 떠오르지만, 방어와 함께 유명한 수산물이 바로 자리돔입니다. 자리돔은 보리가 한창 익어가는 요즘에서 수확을 하는 시기까지가 가장 살이 올라 맛이 있을 때입니다. 가시가 억새기로 소문난 모슬포 자리돔, 하지만 자리돔의 맛을 좌우하는 기름기는 가히 최고라 할 만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맘때만 되면 모슬포항을 찾습니다.
토요시장 개장당시, 모슬포 특산인 방어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도록 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는 소문이 화근이었지요. 자리돔철을 맞아 토요시장에 가면 싱싱한 자리돔을 맛볼 수 있으리라 기대를 했던 것입니다.
힘들게 시간을 내어 찾아간 모슬포 토요시장, 그런데 이게 웬일이랍니까. 개장한지 6개월이 넘어 제법 활성화 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개장 초기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딜 간 것일까요. 봄철 주말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도 시장 안에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왜 이렇게 시장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일까요. 시장을 천천히 둘러보았습니다.
썰렁한 특화거리에는 오늘의 토요시장에서 준비한 품목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더군요. 계절마다 풍부한 자연산 활어를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한다는 애초의 취지와는 다르게 요즘 한창인 자리돔 조차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파는 것이라곤 모슬포가 아니어도 쉽게 맛볼 수 있는 평범한 먹거리들이 대부분입니다. 가격은 둘째 치고 모슬포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활성화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큽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지요. 그나마 모슬포항만이 갖고 있는 옛정취가 묻어나는 특화거리의 풍경은 씁쓸했던 기분을 조금은 달래주더군요.
대형 항구보다 더 정감이 갔던 조그마한 포구
정취가 묻어있는 오래된 건물
사진으로만 놓고 보면 60~70년대의 거리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들입니다.
그런데 발길을 돌려 특화거리에서 빠져나오려는 순간, 유난히 사람들이 몰려있는 집이 있더군요. 들어갈 때는 보지 못했는데, 간판을 보니 중국집인 것 같았습니다. '홍성방', 어디서 들어본 이름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주도에서 가장 짬뽕을 맛있게 만들어 낸다는 바로 그 집이었습니다. 이곳 모슬포 인근뿐만이 아니고 제주시까지 소문이 자자한 홍성방, 언제 한번 가봐야지 했었는데,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맛을 볼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차림표입니다.
지금의 홍성방을 있게 했다는 메뉴인 매운해물짬뽕, 보통 매운맛과 폭탄맛 두 가지입니다. 폭탄맛이라는 글자만 봐도 도저히 자신이 없습니다. 보통매운맛으로 주문했습니다.
여느 중국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반찬 구성, 아주 깔끔하게 나옵니다. 그런데 일반 중국집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같이 달려 나온 스텐 그릇입니다. 가위가 들어있는 것도 정말 독특합니다. 대체 얼마나 해물이 많이 나오기에 이런 도구까지 준비를 해놓을 걸까요. 한번 보시겠습니다.
기겁할 수밖에 없었던 짬뽕, 꽃게탕이야 짬뽕이야
사진은 미처 찍지 못했지만 실내에 꽉 들어찬 손님들, 주문한지 한참 만에 나온 짬뽕을 보고는 기겁을 하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주문한 꽃게탕이 잘못 온 게 아닐까 생각되었으니까요.
짬뽕에 커다란 꽃게 한 마리가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꽃게 아래로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양의 홍합들, 국물이 얼마나 시원할지 먹어보지 않았는데도 짐작할 수 있겠더군요.
꽃게 홍합 외에도 새우와 오징어 등 갖은 해물들이 잔뜩 들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국물 맛이 끝내줍니다. 국물을 한 수저 뜨고 난 후의 느낌, 뭐랄까 지금까지 먹었던 짬뽕국물은 다 가짜였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해물에서 우러나온 시원한 맛을 둘째 치고 매콤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맛, 담백하면서도 개운한 것이 자꾸만 손이 가는 그런 국물 맛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짬뽕국물의 진수를 보여주는 맛이었습니다.
한참만에야 면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국물 맛이 대박이었다면 짬뽕의 들어있는 면은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꽃게를 발라먹고 해물을 한참 동안 집어 먹느라 면이 깔려 있는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으니까요.
쫄깃한 것이 처음에는 수타면인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면발도 나름 괜찮습니다. 진짜 짬뽕 맛보고 싶으시면 지나는 길에 한번 들러보세요. 최남단 모슬포 토요시장 특화거리 입구에 있습니다.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938-4(T.064-794-9555) 홍성방
'제주맛집&카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런닝맨 유재석이 극찬했다는 문어칼국수 먹어보니 대박! (40) | 2012.05.29 |
---|---|
제주해변에 생겼다는 김태희 카페, 직접 가보니 (24) | 2012.05.27 |
1박2일팀이 극찬한 가파도식당, 바다건너 직접 가봤더니 (18) | 2012.05.15 |
아비규환 전쟁터를 보는 듯 했던 동복해녀촌 (34) | 2012.05.08 |
연동길, 줄서도 지루하지 않은 낙지볶음 맛집 (29) | 2012.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