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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피서객에 치명적인 독성해파리, 직접 당해보니

by 광제 2012.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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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와 수온상승, 해양생태계 변화 등으로 급증하기 시작한 독성해파리, 해마다 여름철 피서객에게 골칫거리로 인식되곤 했지만 올해처럼 극성을 부린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바다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급기야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내륙지방에서 해파리에 쏘여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어제는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독성해파리가 피서객들을 습격하여 단 하루 동안 응급치료를 받은 사람이 50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내륙지방의 상황이 이러한데 최남단 제주도는 오죽할까요. 수온상승과 온난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까닭에 늘 독성해파리에 노출 될 수밖에 없는데요, 올여름 제주도의 해수욕장에는 예년과 다르게 해파리의 출연이 아주 두드러졌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주도에서도 북부보다는 특히 남부에 집중되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 주말 서귀포시내에 위치한 모 해수욕장에서 가족들과 같이 물놀이를 즐기던 중 함께 물놀이를 하던 초등생 조카가 독성해파리에 쏘이는 사고를 당하였습니다. 사고라는 것이 예고 없이 찾아온다고 하지만, 남의 일이라고 치부하기 쉽지요. 막상 우리 가족이 눈앞에서 이런 사고를 당하고 보니 눈앞이 캄캄해지더군요. 독성해파리, 얼마나 무서운지 당시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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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이 즐겼던 서귀포의 모 해수욕장은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해수욕장으로 선정된 곳으로 고운 백사장과 병풍처럼 둘러싸인 기암절벽, 무엇보다도 깨끗한 바닷물에 해변으로 밀려드는 파도가 피서객들이 즐기기에 아주 적당한 높이를 자랑하는 곳으로서 제주 도내에서도 가장 많은 피서객들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사고가 난 시간은 대략 오후 1시경으로 생각됩니다. 이곳 해수욕장은 파도타기가 스릴이 있어 대부분의 피서객들은 튜브를 타고 해수욕을 즐깁니다. 중학생인 아들과 초등2학년인 어린 조카와 함께 튜브를 각각 나눠 타고 파도를 즐길 때였지요.

어린 조카가 갑자기 악! 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다리를 만지기 시작하더군요. 가슴아래는 물속에 잠겨있는 상태라 반사적인 행동이 자칫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모래 속에 박혀있는 날카로운 이물질이라도 밟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조카의 손이 허벅지를 긁기 시작하는 겁니다. 따가움을 참지 못했던 것이지요.

순간, 머릿속을 스쳐간 건 해파리였습니다. 해파리에 쏘였을 때 나타나는 증상, 말로만 들었었는데, 조카의 행동을 보니 바로 그 증상이었던 것입니다. 덜컥 겁이 나더군요. 어떻게든 응급조치를 받아야 하겠기에 서둘러 구조대를 찾아 뭍으로 향했지요. 이동을 하면서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쏘인 부분을 긁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쏘인 부분이 가렵다고 자꾸 문지르면 사태가 악화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올 여름 가장 많은 해파리 출연을 보여 왔던 곳답게 구조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빠른 응급조치가 이어졌습니다. 조카가 해파리를 쏘인 곳은 바로 허벅지부분이었습니다. 응급 약품을 바르고 거즈를 대고 난 뒤, 조금 안정을 취하고 나니 따가운 증상과 가려움증이 사라졌습니다.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오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조카의 사건을 필두로 해서 해파리 쏘임 환자들이 대거 발생했다는 겁니다. 증상을 호소하며 구조대를 찾는 피서객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몇 평 되지 않는 구조대 사무실이 응급환자들도 북새통을 이룹니다. 구조대의 손길도 바빠졌습니다. 밖에는 해파리 출몰로 해수욕을 금지하는 안내방송이 계속해서 흘러나옵니다.


구조대 사무실에는 이곳에서 포획한 독성 해파리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해역에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던 '노무라입깃해파리'와는 다른 '입방해파리'라는 녀석입니다. 투명한 박스 모양의 우산을 가지고 있으며, 우산의 직경이 3센티 내외인 아주 작은 해파리입니다. 몸집은 소형이지만 독성은 가장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라고 합니다.


구조대 사무실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있는 한 피서객의 모습입니다.
다리부분을 쏘였다고 합니다. 독성해파리에 쏘였을 때, 상처부위를 가만히 보면 채찍으로 맞은 것처럼 여러 갈래로 날카롭게 긁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조카는 다행히도 2차 치료를 요하는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구조대의 설명이었습니다. 다만, 이후에도 유심히 관찰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으니 이상 징후가 보이면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는 구조대를 나왔습니다.

갑작스런 해파리의 출연으로 해수욕장은 완전 비상이 걸렸습니다. 바다에서 나오라는 안내방송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일부 해경요원들은 호각을 불며 피서객들을 피신시키고 있었습니다. 말로만 들었던 해파리 출연 상황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피서객들이 일사분란하게 뭍으로 올라옵니다.


바다에서 나온 피서객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동시에 해경요원들의 해파리 수거 작업이 시작됩니다.



해경요원들이 들고 있는 뜰채는 독성해파리는 건져 올리는 용도입니다. 하지만 해파리도 그리 쉽게 잡힐 것 같지는 않더군요.

이렇게 한참동안 해파리 수거작업은 진행됩니다.


이때, 누군가가 해파리 하나를 건져 올렸습니다. 아주 커다란 녀석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해수욕장에 많이 나타난다는 '노무라입깃해파리'입니다. 최대 2미터까지 자라며, 다 자라면 무게가 150kg이 넘는다고 하는군요. 많은 촉수가 달려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잠시 후, 해경요원들이 환자 한 분을 긴급 후송하는 모습도 보이더군요. 설마 해파리에 쏘인 것은 아니겠지요. 부디 아무 일 없기를 바래봅니다.

해파리에 쏘이면 첫째 당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당부하는 말입니다. 우선은 물에서 나와 구급대가 올 때까지 상처 부위를 손으로 문지르지 말고 바닷물로 씻어내야 하는 것이 중요하구요, 해파리에 쏘였을 경우 회초리로 맞은 듯한 통증과 가려움증 등이 나타나며, 시간이 지나면서 구역질, 구토, 설사, 복통이 생기며 심하면 혈압저하, 호흡곤란, 의식불명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하니 해파리에 쏘였을 시 대처법도 익혀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해파리에 의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던 해수욕장, 올 여름에만도 수차례에 걸쳐 해파리가 출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해수욕장 어디에도 해파리에 대한 주의사항이나 안내 문구는 찾아볼 수 없더군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인데 조금은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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