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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천원짜리 유채밭 입장료의 불편한 진실

by 광제 2013.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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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짜리 유채밭 입장료의 불편한 진실

배경만 찍어도 강제로 돈을 받아서야

할머니와 젊은 여성, 꽤 나이차가 있어 보이는 두 사람 사이에 고성이 오갑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성산일출봉 입구의 광치기 해변 근처의 대 도로변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서울에서 내려온 지인조차도 관광지 한복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냐고 물어오는 바람에
제주도 사람으로서 더욱 낯이 뜨거워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실랑이가 벌이진 곳은 대 도로변 사유지로서 할머니들이 유채꽃을 농작하여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사진 촬영 명목으로 일정 금액의 입장료를 징수하는 곳입니다.
제주도에서 대표적인 곳으로는 이곳 성산일출봉 근처, 섭지코지 입구, 산방산 근처 등이 있습니다.



유채밭 유료 사진촬영소 풍경, 친절하게 외국어로 표시를 한 곳도 보인다.

우선은 할머니들이 어떻게 이곳에서 입장료를 징수하는지 구조부터 알아둘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유채꽃은 제주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농작물(꽃)중 하나입니다.
상징적인 의미 또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천혜의 자연경관에 노란 유채꽃이 배경이 되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추억사진을 연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일부 할머니(밭주인)들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은 곳에 유채를 파종하여 꽃을 피우게 한 뒤,
관광객들을 유혹(?)하여 입장료를 징수하는 것입니다.

계절적 현상으로 유채꽃이 만발하는 봄철을 떠나 가을이나 겨울철에도 노란 유채꽃을 볼 수 있는 이유 또한,
밭주인들이 유채와 비슷한 나물종류를 파종하여 꽃을 피우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비록 유채는 아니라도 이곳에 오면 제주를 상징할 수 있는 노란 배경을 만날 수 있고
풍경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입장료에 연연치 않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입니다.

다른 작물을 심어 농가소득을 올려야하는 개인사유지에 꽃을 피우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유채씨를 파종하여
농작물 못지않게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 왔으니,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아니 입장료조로 내는 천원이라는 비용이 근사한 배경과 바꾸기에는 조금 모자란 감도 없지는 않습니다.


유채꽃 하면 제주의 대표적인 풍경으로 대변된다.

농민들이 땀으로 가꾼 유채밭,
저 또한 이런 점 때문에 그동안은 제주를 여행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유지 유채밭에서 사진을 찍었으니
일정금액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정당성을 주장했는지도 모릅니다.
사설 관광농원을 만들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입장료를 받는 경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유채밭에서 본 광경은 그동안 제가 생각해왔던 그것과는 너무 거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돌담으로 울타리가 쳐져있는 유채밭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에 국한되지 않고
멀리서 유채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조차 비용을 징수하는 것
이었습니다.

눈부신 배경에 가던 길을 멈추고 유채밭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장 찍었는데,
어디선가 이 모습을 보고는 할머니 한분이 달려와 돈을 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일출봉 근처에 조성된 사설 유채밭에는 적게는 한두 명, 많게는 서너 명까지 할머니들이 눈에 불을 켜고
관광객들이 사진촬영을 하는지 여부를 감시 하는 광경을 볼 수 있더군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런 사실을 몰랐던 관광객들은 '이런 경우가 어디 있냐.' 반발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실랑이가 벌어지는 광경은 유채밭 근처에서 심심찮게 볼 수가 있다. 

서두에 말한 할머니와 젊은 여성이 다투던 상황이 바로 이것입니다. 
돈 천원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두 눈 뜨고 강제로 돈을 뜯기게 생겼다는 불쾌함 때문에
관광객들이 반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것입니다.

유채밭 입구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리에는 '입장료 천원'이라는 안내판이 커다랗게 세워져 있습니다.
이 안내판을 보고 유채밭에 들어간 관광객이라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를 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료박물관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진 또한 밭에 들어가 찍는 것이 근사하게 나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비용을 지불하고 입장을 합니다.

분란이 발생하는 부분은 바로 멀리서도 유채밭을 찍지 못하도록 제지를 하고, 찍었으면  돈을 내라고 강요를 하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일부 유채밭에는 배경조차도 찍지 말라고 안내판을 걸어놓은 곳도 볼 수 있더군요.


도로변에서도 찍지 못하도록 하였다. 횡포라 할수 있는 부분이다.

기념으로 초가집 한 장 찍으려 해도 자기 집이라며 제지를 당하고,
구경 할 시간이 없어 입장도 못하고 박물관 전경만을 기념으로 찍었는데, 
비용을 내야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입니다.  

제주도 하면 삼다삼무(三多三無)의 섬, 어느 곳보다 인정이 넘치고 후한 인심을 자랑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생업으로 가꾼 유채밭을 무료로 개방하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유채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담는 것조차 돈을 요구하는 것은 할머니들의 권리를 넘어 횡포라고 보여 지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근래 들어 제주도의 이미지가 많이 추락한 상태입니다.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바가지  요금에 비싼 물가,
제주도 갈 돈이면 동남아 가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주도에서 태어나고 제주도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그 안타까움은 배가됩니다.
관광객이 줄고 있다고 책상머리에 앉아 정책만 논하고 있을 관련기관들,
발 벗고 뛰어다니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과감하게 시정을 요구해야 마땅합니다.
'가보니 좋더라! 이런 소리가 들려야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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