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가본 SBS인기가요 케이팝 제주 공연장
지난 19일은 제주도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에게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날이었습니다. 이날은 제주도내 농협 영업점을 통해 '케이팝 제주 페스티벌' 입장권이 무료로 배부된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아이돌 스타들이 대거 제주에 들어와 공연을 펼친다는데, 평소 이런 문화를 잘 접해볼 수 없었던 제주지역 청소년들에겐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습니다. 입장권 배부가 시작되자마자 전날 밤부터 줄을 서 기다린 청소년 팬들에게 순식간에 동이 나 버린 것이지요. 물론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아이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제2라운드 전쟁은 또 시작되었습니다. 표를 구하지 못한 아이들이 부모에게 SOS를 요청한 것이지요. 부모들이라고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닌데, 아이들의 입장에선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 더 나아가서는 부모들의 능력(?) 시험대 위에 오르는 웃지 못 할 진풍경이 펼쳐진 것입니다.
물론 저도 자유로울 수는 없었습니다. 중학교에 다니는 딸을 둔 죄(?)로 말입니다. 어떻게든 표를 구해달라는 딸아이의 요청에 하루에 걸쳐 수소문 끝에 겨우 표를 구하긴 했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해 가면서 공연을 꼭 봐야 하나 싶더군요. 하지만 아이들에겐 그들만의 소중한 문화이기에 적극 지지를 해주고 공연도 같이 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번에 제주에서 열린 케이팝 공연은 제주 관광 활성화를 위해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그리고 SBS와 JIBS제주방송에서 마련한 행사입니다. 아이돌 스타 19개 팀(규현, 걸스데이, f(x), EXID, 에일리, 마마무, 비투비, 방탄소년단, 갓세븐, MAP6, 하이포, AOA, A-pink, 틴탑, 트와이스, 엔플라잉, 러블리즈, 오마이걸, 홍진영)이 출연하는 대규모의 공연으로 SBS인기가요 방송분으로 녹화가 이뤄지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공연은 지난 25일(일요일) 제주종합경기장 주경기장에서 펼쳐졌는데요, 관광 활성화를 위해 내국인뿐만이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입장의 기회를 줘 한류열풍을 이어가려는 의도로 기획된 것 같았습니다. 농협을 통해 배부된 입장권은 내국인용으로 전 좌석이 주경기장 스탠드석이었구요, 무대와 가까이에 비치된 임시 그라운드 좌석에는 사전 신청을 받은 외국인들에게 할당되어 입장이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이번 공연을 앞두고 진풍경은 하루 전에 일어났습니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번 공연, 사실상 공연은 일요일 저녁 6시부터 시작되는 것이었고, 입장도 오후3시부터 가능했지만 입장권을 소지한 아이들은 하루 전날부터 주경기장 앞에 진을 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입장권 없이 선착순 무료입장이라면 두말 않고 이해를 하겠습니다. 어차피 정해진 좌석 수에 맞게 입장권이 나눠진 상태, 남들보다 먼저 입장한다고 하여 크게 유리한 좌석을 차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차이라고 해봐야 스탠드석 앞자리와 뒷자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밤이슬을 맞아가며 줄을 서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었습니다.
가을이라 한 낮의 볕은 따갑지만 밤공기가 차갑습니다. 이불을 싸들고 나간 아이들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 보았습니다. 주경기장 주변은 이미 교통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루 전부터 주최 측에서 고용한 인력들이 교통통제와 함께 경기장 주변 관리에 들어간 상태, 간혹 차량들이 경기장 주변에 정차를 하고는 아이들을 내려놓고 떠나는 차량들이 눈에 띱니다. 아이들의 열정에 항복(?)한 부모들이겠지요.
겉으로 보기엔 평온해보이기만 하는 주경기장 광경,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경기장 앞에 길게 줄을 선 아이들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아이들은 입장이 예상되는 입구에서부터 선착순으로 열을 지어 종이박스를 바닥에 깔고 찬 공기와 싸우며 밤을 지새우고 있었습니다.
일부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아이들도 눈에 띱니다.
이런 아이들의 행동 어떻게 보시나요? 저도 처음에는 이럴 필요까지 있을까 했는데, 바로 생각이 달라지더군요.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어른들도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 2박3일 동안 줄을 서고, 디아블로3가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 이들이 줄을 선 모습을 보면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시선은 어땠을까요. 줄서기 문화뿐 아니라, 똑딱이 카메라와 최고급DSLR 카메라만 놓고 보더라도 사진을 뽑아내는 데에는 같은 기능을 하지만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열정의 대상이 다르고 기회비용만 다를 뿐, 지금 우리 아이들이 밤새며 서는 줄은 우리 어른들이 이해하고 호응해줘야 할 소중한 문화라는 것입니다.
주최 측의 안내소를 비롯하여 상인들의 먹거리 천막들도 하루 전부터 설치를 완료하고 대목 장사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새벽에도 끊임없이 짐을 싸든 아이들의 발길은 이어집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4시간 전, 주경기장 주변은 완전 북새통이었습니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은 이곳에 다 모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이 부러워지는 순간입니다.
규모가 큰 행사인 만큼 관련기관들도 아주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수고해주실 소방관들...
그리고 질서유지를 위한 의경들, 모두가 고생이네요.
공연이 시작되기 전, 주경기장도 한번 살펴봤습니다. 주경기장 한가운데 마련된 무대에서는 한창 리허설이 진행 중이었는데요.
그라운드에 임시로 마련된 좌석을 정리하는 진행요원들, 이 그라운드석에는 외국인 관람객들이 앉을 것입니다.
내국인들이 차지하게 될 스탠드석, 먼 쪽부터 그린색, 오렌지색, 블루색으로 스탠드의 색깔이 구분되어 있는데요, 이번에 배부된 입장권의 색깔과 일치합니다. 본인이 소지한 입장권 색깔에 맞게 자리에 착석하면 됩니다.
공연 시작을 3시간 남겨 놓은 오후 3시, 드디어 입장이 시작됩니다. 전날부터 무려 24시간 가까이 기다린 아이들입니다. 감기들은 걸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아이들이 앉았던 자리에는....이런...ㅜㅜ 쓰레기가 난무합니다.
가뜩이나 건조하고 바람 많은 날씨라 버려진 쓰레기들이 이리 날리고 저리 날리고...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간혹 보입니다.
하지만 이때, 어디선가 어머니들이 나타나 널 부러진 쓰레기들을 주워 담기 시작합니다.
쓰레기들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버린 쓰레기 어머니들이 치우고 있습니다.
아마도 주최 측에서 고용한 인력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에 쓰레기가 없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죠. 그것도 날밤을 지샌 아이들이 머물렀던 곳입니다.
순식간에 사라진 쓰레기, 주경기장 광장이 그새 깨끗해졌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버리고 일어선 쓰레기의 양이 사실 얼마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8월이었죠. 강원도 평창에서 있었던 무도가요제 현장에 난무했던 쓰레기 더미 기억하실 겁니다. 물론 주최 측의 관리부실에서 드러난 일이지만 왠지 이곳 현장과 비교가 되네요. 역시 청정이미지 제주입니다.
5시가 넘어서면서 주경기장은 이미 자리를 가득 메운 상태입니다.
빈자리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찬 관람석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요? 무대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있는 오렌지석 일부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의아해 했는데요...
이유는 바로.....
녹화를 위해 임시로 마련된 철 구조물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네요.
주경기장 풍경도 담아봤습니다. 그라운드에 마련된 외국인용 좌석도 이미 차 가는 상태, 나중에는 빈자리 없이 꽉 들어찼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열정 못지않게 외국인들의 한류열풍도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행사규모에 걸맞게 장비들도 대단합니다. 방송사 직원들도 긴장모드
마지막 시스템 점검 중
철 구조물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네 대의 카메라, 일몰시간과 맞아 떨어져 은근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곳, 많이 춥겠는데요
8층 높이로 마련된 방송용 철 구조물, 생생하고 역동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 꼭 필요한 시설물로 보여지는데요..
2층은 메인 컨트롤 타워처럼 보여졌구요, 3층에도 장비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장비의 크기도 어마어마합니다. 무대를 만들고 조명과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렇게 많은 장비들을 준비한다는 것도 보통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경기장을 살펴보는 사이, 상인 한분이 관람석에 나타났습니다. 무엇을 팔고 있을까 가만히 보니 망원경을 팔고 있었습니다. 오~ 그러고 보니, 관람석이 무대와 많이 떨어져 있기에 가까운 시선으로 스타들을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보다 좋은 것은 없겠네요. 기막힌 영업아이템입니다. 문방구에 가면 쉽게 살 수 있는 조그마한 망원경이 5천원, 요즘 유행하는 말로 창조경제의 모범 답안을 보는 것 같습니다..^^
6시를 조금 넘기면서 시작된 공연, 주무대 주변은 온통 LED조명으로 꾸며져 있기에 보다 화려하고 선명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선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야 하기에 시간이 조금 늦춰졌습니다.
조금 늦게 시작된 공연은 장장 2시간 동안 이어졌는데요, 관중석이 멀리 떨어져 있어 좋아하는 스타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는 없었지만, 아이들의 환호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잠시도 쉴 새 없이 열정과 에너지를 발산하는 아이들,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빨려드는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무대주변의 조명이 온통 화려하고 강한 빛을 내는 LED조명과 배경 탓에 관람석에 앉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시야가 스타에 집중되지 않고 어지러웠다는 것입니다. 물론 공연 보다는 방송을 위주로 구성을하다보니 어쩔 수는 없다 하더라도 조금은 불편하더군요.
젊음과 패기, 그리고 열정이 함께 했던 이번 무대는 SBS인기가요를 통해 화려한 영상을 직접 보시구요, 간단하게 사진으로만 몇 장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번 제주에서 촬영된 영상은 돌아오는 일요일 SBS인기가요를 통해 직접 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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