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km 이동하는데 택시비가 1만원, 어떻게 보시나요?
한라산에는 현재 여러 개의 등산코스가 존재하지만, 유독 영실코스 구간에만 택시가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등산로 구조상 도로가 개설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대중교통이 이동할 수 없는 구간이고, 겨울이 되면 도로가 결빙이 되어 자가용 승용차 또한 이동 할 수 없는 구간, 이곳에 가면 언제나 성업 중인 택시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한라산 영실코스, 정확하게 말하면 영실코스로 진입하기 위한 입구라고 해야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은 횡단도로인 1100도로에서 영실방향으로 2.5km 지점에 탐방안내소와 주차장, 그리고 주차요금을 징수하는 시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대중교통이 약 1시간 간격으로 운행을 하기 때문에 폭설이 내려 도로 전체가 통제되지 않는 이상 이곳까지는 어렵지 않게 올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에서 표시한 그 다음 구간, 탐방안내소에서 영실입구까지의 2.4km 구간이 문제입니다. 이 구간에는 도로사정이 좋질 않아 대중교통은 운행을 하지 않지만 한 겨울 결빙상태만 아니라면 대형차량을 제외하고는 어떤 차량이든 진입이 가능하여 영실입구까지 이동할 수가 있습니다. 도로라고는 하지만 이곳 2.4km 구간이 가파른 오르막으로 형성되어 있어 자가용 차량을 이용하는 등산객이라면 대부분 영실입구까지 차를 몰고 이동을 하는 형편입니다.
이 정도면 영실입구 도로사정에 대한 설명은 충분했으리라 보고요, 마지막 2.4km 구간에서 영업을 하는 택시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곳까지 왔거나 자가용을 이용하여 이곳까지 왔지만 결빙이 되어 자동차가 진입할 수 없을 때, 많은 사람들은 택시를 이용합니다. 날씨가 좋을 때에도 영업을 하는 택시가 보이지만, 윗 구간에 결빙이 되면 보통5~6대의 택시들이 눈에 띱니다. 수시로 2.4km 구간을 오르내리며 영업을 하는 것입니다.
[거침없이 결빙도로를 달리는 택시. 한라산 영실]
하지만 이들 택시들이 받는 요금이 문제입니다. 인원에 관계없이 한번 이용하는데 1만원의 요금을 받습니다. 불과 2.4km밖에 되지 않는 거리 시간으로 따져도 3~4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1만원을 받는다는 것은 누구나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일 것입니다.
손님들이 택시를 이용하려고 다가가면 택시기사들은 의례히 “만원입니다.”라는 얘기를 먼저 꺼냅니다. 미터요금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에게 이 택시는 미터요금으로는 운행하지 않고 1만원을 내야 탈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택시에 오르고 난 뒤 발생될 수 있는 논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행위입니다.
[텅빈 주차장, 일반 차량은 보이질 않고 영업용 택시들만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택시는 미터요금을 징수해야 하는 것을 상식으로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 “미터요금을 받아야 맞는 거 아녀요?” 가끔 따져 묻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저도 따져 물어보았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 같습니다. “네..미터요금 맞고요. 저는 그렇게 운행 안합니다. 미터요금으로 이용하고 싶으면 콜을 부르십시오,” 택시기사들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태연하게 받아칩니다. 승차거부에 해당하는 행위가 분명합니다.
이러한 부당 요금 징수에도 많은 사람들은 택시를 이용합니다. 어떤 이들은 “레저를 즐기려고 산에까지 와서 무슨 택시냐, 까짓 2.4km 걸어서 이동하면 되지..”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영실 코스는 알다시피 오르기가 비교적 편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많이 찾고 있는 코스, 잠깐 영실의 비경을 만끽하러 왔는데,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고 시간에 걸어서 이동하려면 40~50분이 소요되는 까닭에 시간에 쫓겨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침없이 결빙도로를 달리는 택시. 한라산 영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1만원이란 요금을 내고 수없이 왕래를 하는 데에도 이를 제지하거나 관리하는 사람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특수(?)한 지역이기도 하겠지만, 택시영업을 관리 감독하는 제주도 교통정책과에서는 누구나 불 수 있는 곳에 불법 운행 택시를 신고하라는 안내판 하나 설치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영실입구 단 한곳에 설치되어 있는 신고 안내판]
지금까지 오랫동안 이런 방식으로 택시영업을 해왔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했으니, 어쩌면 그동안 수도 없이 신고가 들어갔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저도 적혀 있는 교통정책과로 전화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대로입니다. 누누이 지적을 하고 있고 경고를 해오고 있지만 부당요금징수는 끊이질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해결책이라고 해봐야 다시 한 번 현장에 사람을 보내 계도를 하겠다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왜 택시들은 행정의 계도도 무시하고 부당한 요금인 것도 알면서 1만원의 요금을 고집하는 것일까요? 택시 기사들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직접 택시를 타봤습니다.(솔직히 급한 볼일이 있기도 하였습니다. 택시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죠)
택시들은 이 구간에 눈이 내려 도로 노면이 얼어붙었을 때 대부분 성업이 이뤄집니다. 제주시나 중문지역에서 이 구간을 운행하기 위해 일부러 이곳으로 영업지역을 옮깁니다. 그런데 일반 차량들도 다니지 못하는 도로를 이들은 어떻게 운행을 하는 것일까.
[타이어에 장착하는 특수장치, 넓은 부분은 타이에 홈에 박히고 날카로운 부분이 노면에 닿은 부분이다]
그 해답을 바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 택시들은 다른 차량에서는 볼 수 없는 특수한 장치를 차량 타이어에 장착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바로 저 물건으로 타이어 한 개에 수백 개를 박아 놓아야 하고, 타이어에 장착을 하려면 에어 콤푸레셔를 이용하여 특수 장치로 하나하나 박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차량 한 대에 모두 장착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중에 나오는 월동 장비로는 안 되는 것일까요? 이 구간은 도로가 급경사이고 꼬불꼬불 이어진 형태라서 일반적인 스노우체인으로는 운행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워낙에 급경사이다 보니 자칫 중간에서 멈춰 버리면 어쩌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 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택시를 타보면 탁월한 등판능력과 안정된 승차감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이들 택시들은 이러한 특수 장치를 타이어에 장착을 한 채 이곳으로 이동을 합니다. 타이어에 저러한 장치를 하는 것도 사실은 위법입니다. 결빙도로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지 모르지만 일반 아스팔트 도로에서는 도로의 심각한 훼손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는 택시기사들은 도로훼손도 막고 타이어 장치의 훼손도 방지하기 위해 시내에서 시속 30km 정도의 속도로 이동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등산객들을 내려주고 돌아가는 택시들]
이러한 사정을 듣고는 1만원의 요금을 받는다는 것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수고를 감안하면 이 구간에서 미터 요금을 받는 다는 것이 있을 수 없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꼭 미터요금만 고집한다면 이들이 이런 오지까지 와서 영업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겠지요.
사정이 이러한데도 행정에서는 안내판 하나 설치하는 것에 그치고 있는 형편입니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발생할 수 있는 민원과 항의에 우리가 할 건 하고 있다는 것일까요? 실제로 이곳에서 영업을 하는 택시기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1만원 징수가 문제가 아니라 시내에서 이곳까지 오는 데에 3만원의 요금을 징수하는 경우가 많아 행정에서 설치한 안내판이라는데, 이 부분은 이견이 엇갈리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어찌됐건 사정을 모르는 시민들과 관광객들 입장에서는 1만원의 요금 징수는 터무니없는 것입니다. 구간 어디에도 이러한 사정을 알리는 공지는 찾아 볼 수도 없고 행정에서는 무조건 불법이다 라고만 하고 있으니 시민들 입장에서는 괜히 바가지만 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을 것입니다. 행정기관의 법대로 식 행정과 택시기사들의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애꿎은 손님들만 정신적으로나 금전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조심스럽게 건의를 해봅니다. 이 구간 택시들이 집중적으로 영업을 하는 구간 양쪽에 “이곳은 특수한 지역이고, 특수 장치를 장착한 택시들이 운행을 하는 곳이라 정액 요금을 받아야 한다.”고 공지를 하여 택시 이용 손님들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택시입장에서는 이 금액 받아야겠다, 행정입장에서는 저건 불법이다, 손님입장에서는 바가지 썼다. 이건 아니잖아요? 안 그래도 바가지의 온상이라는 제주도의 이미지, 그것도 제주도 대표 명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진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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