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지를 반드시 변기에 버려야 하는 이유
우리나라 사람들이 시급하게 고쳐야 할 화장실 문화
외국인들이 많이 찾고 있는 제주도, 요즘은 가는 곳마다 공중 화장실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관광객뿐만이 아니라 우리 제주도민들도 급한 볼일이 생기면 큰 불편 없이 해결할 수 있어서 좋긴 한데요, 이러한 공중 화장실에서 반드시 고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저 또한 여러 가지 취재 활동을 하기 때문에 제주도의 구석구석을 누비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화장실, 그곳에는 어김없이 휴지통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친절(?)하게도 휴지를 꼭 휴지통에 넣으라는 안내문구와 함께 눈에 잘 띠는 곳에 놓여 있는 휴지통, 아무런 생각 없이 보게 되면 화장실을 찾는 사람에게 대단한 서비스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이런 무지도 없을 것입니다.
거짓말 하나 안 붙이고 다녀본 화장실 칸 안에는 대부분 휴지통이 있습니다. 간혹 휴지통이 없는 사설 화장실을 볼 수는 있지만 아주 극소수, 많은 사람들이 같이 이용하는 화장실의 90% 이상은 휴지통이 비치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휴지통의 용도는 대변을 보고 난 후, 뒤를 닦은 휴지를 휴지통에 버리라는 것입니다. 이유인즉, 휴지를 변기에 버리면 변기가 막힌다는 이유입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 말에 고분고분, 사용했던 휴지를 휴지통에 착실(?)하게 버립니다. 제때 치워지지 않은 휴지는 휴지통에 차고 넘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휴지통에 있는 휴지는 대부분 똥이 묻어 있는 상태로 오랫동안 치우지 않으면 악취가 진동을 하고, 사람들은 악취 나는 휴지를 엉덩이 옆에 끼고 볼일을 봐야합니다. 구역질을 꾹 참고 볼일을 봐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런 사정을 이해 못하는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의 이러한 화장실에 들어가 보고는 경악합니다.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서 한국어를 비롯하여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까지 4개국어로 친절하게 화장지를 변기에 버리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물론 이곳 화장실에 비치된 화장지는 화장실에 사용하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화장지였습니다.
우리는 왜 화장실에 휴지통을 비치할까요? 아니 왜 변기에 휴지를 버리지 말라고 하는 걸까요? 얼마 전, 인터넷에 이와 관련된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평상시 휴지를 휴지통에 버리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나라 사람들, 외국에 가서도 휴지통을 찾는 경우가 많아서 그 나라에서는 “우리나라 휴지는 잘 녹으니깐 변기에 버려도 돼요”라는 얘기를 하더라는 것입니다. 휴지통을 이용하는 한국의 화장실 문화를 지적한 것이지요.
위트 있게 화장실 사용법을 적어 놓았지만 웃고 넘길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전문가들도 화장실용 휴지는 변기에 버리는 것이 맞다고 한목소리를 냅니다. 화장실용 휴지는 생산할 때부터 화장실 변기에 버릴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물에도 잘 풀어지고 녹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변기가 막히는 이유가 화장지 때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변기가 막히는 이유는 화장실용 휴지가 아닌 다른 이물질이 변기에 들어간 경우와 화장실용 휴지가 아닌 다른 휴지 사용했을 경우, 또는 여성용품이나 물티슈를 사용해서 막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평상시에 사용하는 화장지는 어떤 것은 변기에 버려도 되고, 어떤 것은 변기에 버리면 안 되는 것일까요? 먼저, 화장실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화장지의 포장지에 적힌 용도를 살펴봤습니다. 친절하게 화장실용 화장지라고 적혀 있는 것이 보입니다. 변기에 버려도 무방한 화장지라는 얘기입니다.
화장실용 두루마리 화장지 말고 자주 사용하는 각티슈도 있습니다. 이러한 각티슈도 화장실에 사용할 수 있을까요? 한번 용도를 살펴보겠습니다.
각티슈의 용도는 두루마리 화장지와 완전 다릅니다. 이 티슈는 미용화장지라라고 되어 있습니다. 보고 계시는 각티슈 말고도 비슷한 종류의 티슈, 특히 고속도로 매점에서 팔고 있는 일회용 티슈도 화장실용이 아닌 미용화장지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티슈는 변기에 버리면 안 됩니다. 물에 쓸려 내려가더라도 오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지 실험을 통해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미용용으로 쓰이는 각티슈와 화장실용으로 쓰이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따로 준비했습니다.
비슷한 양의 화장지를 물에 풀어 놓습니다. 왼쪽이 화장실용 두루마리, 오른쪽이 미용티슈입니다.
풀어 놓기만 하면 두루마리나 티슈나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냥 물에 가라앉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변기의 구조가 이렇게 화장지를 곱게 내려 보내지는 않지요. 소용돌이치면서 배관을 타고 내려가는 화장지, 그런 물리적인 효과를 내기 위하여 물에 잠긴 화장지를 나무젓가락을 이용해서 저어보겠습니다.
나무젓가락으로 조금만 저어보면 금방 변화를 알 수 있는 두 종류의 화장지, 화장실용 두루마리화장지는 물에 완전히 녹아 풀어진 반면, 티슈화장지는 아무런 변화 없이 티슈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젓가락으로 건져보면 더욱 확실히 종류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화장실용화장지는 거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물에 녹아들었고, 티슈는 녹지 않고 덩어리 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즉, 제조공법에서부터 화장실용 화장지는 물에 녹아 사라지게끔 만들어져 오수를 처리하는 과장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티슈 등 화장실용이 아닌 화장지는 설사 화장실 배관을 타고 내려간다 하더라도 덩어리가 풀어지지 않고 계속 뭉쳐 있기 때문에 오수 처리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에 풀어진 것이 무엇인지, 화장지라고 얘기를 안하고 가루를 풀어 놓았다고 해도 믿을 것 처럼 녹아들었습니다.
실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화장실에는 반드시 화장실용 화장지 사용하되 변기에 버리는 것이 정답이며, 그 외의 다른 종류의 휴지를 사용했을 때에는 변기에 버리지 말고 휴지통에 버려야 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제로 도시철도공사에서는 처음에 화장실내의 휴지통을 없앴을 때에는 왜 휴지통을 치웠냐고 민원이 폭주했지만, 이후 화장실 칸마다 안내문을 붙여 용변에 사용된 휴지는 변기에 흘려보내라고 하고 여성화장실에는 여성용품이나 다른 것을 버릴 수 있는 휴지통을 별도로 비치한 결과, 민원은 크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해결방법은 나왔다는 생각입니다. 화장실용 화장지가 비치된 화장실에는 변기에 버리라는 안내문구와 함께 모든 휴지통을 치우고요, 화장지를 제외한 다른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을 화장실 칸 밖에 따로 비치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보다 깨끗한 화장실과 함께 오래된 습관도 서서히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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