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다녀갔던 ‘왕’의 오름

"대통령의 시름을
달래주었던 명소"

오랫동안 기다려 왔고 평소에 캠핑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였기에 포기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날따라 이상하게 마음이 끌리지 않더라고요. 만약 캠핑을 했더라면 오름 등반은 또 언제까지 미뤄졌을지 모를 일입니다. 덕분에 집에서 단잠을 자고 개운한 마음으로 오름으로 향합니다.

이상하리만큼 화창한 날이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미세먼지로 가득했었을 하늘도 티 없이 맑고, 들녘은 청량한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숲은 영험한 기운과 거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그 옛날 탐라국의 삼신왕이 이곳에서 삼일동안 기도를 드렸다는 이유만은 아닐 겁니다. 자주 오진 않았지만 이곳에 오면 왠지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낍니다. 속세와 단절된 고요와 신비의 기운이 감도는 곳입니다.

2013년 3월초, 불과 1주일 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고, 대선의 패배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시름이 깊으셨을 때입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찾아온 자유의 시간에 시름을 달랠 곳으로 이곳 오름을 선택하고 김정숙 여사와 함께 등반을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은 휴일에 북악산에 올라 정국 구상을 할 정도로 등산을 좋아하시는 대통령께서는 4년 전인 2013년 5월에도 한라산을 찾았고,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에서 흰노루(백록)을 목격한 사연은 지금도 잊혀 지지 않습니다.

한라산을 수십 년 동안 올랐던 전문가들의 눈에 조차도 띠지 않았던 전설속의 한라산 백록, 백록담에 뛰놀던 네 마리의 노루 중에 한 마리가 하얀색의 털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연은 이후에도 길조로서 자주 회자되었고, 당시 백록을 목격한 후 대선 재도전을 시사했고 결국에는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올랐다는 이곳 오름도 예사로운 곳은 아닌 듯 보입니다. 제주도에 분포해 있는 360여개의 오름 중에 유일하게 ‘왕(王)’에 연유해 이름이 지어졌고, 탐라국의 삼신왕과 함께 지금의 대통령까지 네 분(?)의 ‘왕’이 다녀가셨으니 성지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역경의 거친 인생을 살아온 분답게 문재인 대통령은 야생화를 매우 좋아하신다고 하셨습니다. 대통령께서 오르셨던 오름은 제주도내의 오름 중에서 다양한 야생화들이 자생하는 자연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대통령께서 오르셨던 제주의 오름, 문득 그곳으로 떠나고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이름 있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오름과는 다르게 이곳은 비교적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탐방로를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봄이 되면서 수풀이 탐방로를 덥고 있어 길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조금만 수풀을 헤치고 나가면 시원한 삼나무 숲지대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탐방로는 초입에서부터 오름 곳곳에 존재합니다. 반드시 등산화와 나뭇가지에 견딜 수 있는 바지 등 옷차림에 신경을 써야 하는 곳이 이곳입니다.


초입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곧바로 이어지는 삼나무 숲지대, 청량한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밖은 뜨거운 날씨지만 이곳은 숲 특유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기 때문인지 마치 딴 세상에 온듯합니다.


탐방로 주변으로 빼곡히 조성된 삼나무 숲지대


천천히 걸으면서 바람과 빛이 쏟아지는 숲의 기운을 느껴봅니다.


멀지 않은 곳에 이정표가 나타납니다. 굼부리는 분화구를 말합니다. 오름의 정상과 분화구의 신비스런 모습을 보기 위해선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으로 가야합니다. 수직 동굴은 일제강점기 시대 일본군들의 진지 동굴이라고 합니다. 탐방로 중간 두 곳의 수직 동굴이 존재합니다.


누군가가 지도를 그려 붙여놓았습니다. 눈에 익혀 두면 좋지만 그보다는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두면 좋습니다. 수직 동굴 가기 전 갈림길이 있고, 다시 길이 만나는 것도 미리 알아두면 좋습니다.


삼나무 숲을 지나 어느 정도 올랐다 싶으면 수풀이 무성한 탐방로가 보이고 좌우로 길이 나있는 사거리 형태가 눈에 띱니다. 수풀이 보이는 곳으로 가면 굼부리로 향하게 되고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가면 오름의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돌아 볼 수 있습니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이 바로 이 지점인데, 이곳에 지형은 필히 눈에 익혀 둬야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됩니다.


굼부리로 향하는 발길은 잠시 뒤로 미루고 오른쪽 능선으로 향합니다.


빛이 들지 않아 아직은 잔뜩 웅크리고 있는 한라새우란 하나가 시야에 들어옵니다. 쉽게 눈에 띠지 않는 귀한 야생란인데, 재수가 좋았네요.


새우란과 금새우란이 만나서 탄생한 개체변이종의 귀한 야생화라고 합니다.


제주도에서 자리물회를 요리할 때 향신료로 쓰이는 제피나무도 눈에 띱니다. 잎을 따서 향을 맡아보면 진한 향이 납니다.


능선 탐방로는 삼나무 숲지대와 다르게 수풀이 심하게 우겨져 있는 형태입니다. 발밑을 잘 살피고 나뭇가지에 옷이 상하지 않게 조심해야합니다.



난간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 바로 수직동굴입니다. 조금 허술하여 기대거나 하면 안 됩니다.


뭐라도 툭 튀어 오를 듯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깊은 동굴입니다.


동굴 옆에 자라고 있는 유난히 무성하고 수령이 오래된 나무


두 번째 만난 동굴에서도 같은 나무가 있습니다. 아마도 동굴의 위치를 쉽게 파악하기 위한 표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를 걸었을까.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할 정도로 조금은 험난한 길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오름의 정상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이 오름에서 유일하게 탁 트인 주변경관을 바라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정상부 치고는 운신의 폭이 좁은 곳이지만, 이곳에서 시야에 들어오는 한라산의 모습이 장관입니다.


눈을 돌리면 굼부리 너머로 산방산 등 안덕면의 오름 군락들이 시원스럽게 펼쳐집니다.


한라산 고지대에 볼 수 있는 조릿대도 이곳에서는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느 순간 소나무 숲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편백나무 숲도 존재합니다.


산딸기 꽃도 발걸음을 잡아끕니다.


이제 굼부리로 향합니다. 굼부리로 향하는 길은 좁고 미끄럽습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에는 조심해야합니다.


3분정도 걸어 내려오면 눈앞에 펼쳐지는 굼부리 모습


굼부리 주변으로는 깊은 숲이 우거져 있고, 이곳에 서면 풀잎에 스치는 바람소리와 새소리만이 정적을 깨웁니다. 빛은 들어오되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침범 할 수 없는 성스러움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18대 대선 직후인 2013년 3월2일, 김정숙 여사와 함께 이곳을 찾아 시름을 달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의 시름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할 수 없지만, 이곳에 서면 그 어떠한 시름조차도 치유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굼부리의 주변 숲속, 야생화들이 자생할 수 있는 자연적 조건이 최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새봄이 움트는 시기에는 귀한 야생화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이곳에 오셨을 때가 3월초였으니 아마도 자태 고운 야생화들을 많이 만나셨을 것이라 봅니다.


거대한 바위와 뒤엉켜 공존하는 경이로운 나무의 모습도 눈에 띱니다.


굼부리 안에서 우연히 발견한 고사리, 고사리는 사진에서처럼 아기의 손이 움츠리고 있는 형태를 하고 있을 때가 가장 좋을 때입니다. 이미 제주도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고사리 채취가 끝날 무렵인데, 이곳은 특이하게도 고사리가 한창이었습니다.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고 고사리 채취 삼매경에 빠져봅니다.


매해마다 고사리 채취를 해봤지만 이곳의 고사리처럼 곱고 부드러운 고사리는 처음입니다. 양지바르고 거친 바람이 차단된 최적의 환경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칫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면 오름이 황폐화 될 수도 있기에 오름의 이름과 위치는 공개를 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아시는 분들은 많이 아시겠지만, 딱 이정도면 좋겠다 싶네요. 주차장이 없고 차량은 도로가에 조심스럽게 주차를 해야 하니 물어물어 가시는 분들은 이 부분도 꼭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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