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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비경

파도 타고 떠난 여행, 외로운섬 가파도

by 광제 2009.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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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도 비켜 가는 외로운 가파도, 진정 사람사는 곳

 바다와 섬을 찾는 계절입니다. 우도는 필자가 태어난 고향이기에 해마다 가는 곳이라 포스팅은 타인의 몫으로 남겨둔 곳이기도합니다. 제주도의 섬 중에는 우도외에도 마라도, 비양도, 차귀도, 다 가봤으나 아직까지 가보지 못했던 섬이 있습니다. 최남단 섬이라고 부르는 마라도의 인기도에 밀려 늘 외로웠던 섬 가파도. 갈매기 조차도 흘낏 쳐다보며 지나치기만 하는데, 사람들은 오죽할까요. 마라도를 향해 오고가는 유람선 위에서 눈 동냥으로만 훔쳐봤던 가파도. 그곳으로 떠나봤습니다. 파도를 타고 말입니다.

△가파도까지 몸을 싣고 갈 삼영호입니다. 36톤으로 승선정원91명에 속도는 12노트입니다. 고깃배 처럼 보이지만 여객선은 여객선입니다. 약30년전 우도를 왕래하던 여객선은 이보다 못했었는데, 이런배에 경운기 엔진도 싣고 다니고 그랬었습니다. 불과 20여분 운행하는데도 멀미는 말도 못했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모슬포항에서 어선으로 사용을 해도 불만일 정도로 조그마한 배를 타고 남쪽으로 약5.5km 해상. 공교롭게도 모슬포항에서 최남단 마라도 까지의 거리가 약11km이니 정확히 절반의 위치에 가파도가 있습니다. 1824년 처음 사람이 살기 시작한 가파도. 0.85평방킬로미터의 조그마한 섬에 농사와 더불어 해산물 채취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섬이기에 제주의 옛 분위기를 느끼기엔 더 없이 안성마춤인듯 싶었습니다. 

타원형을 이루고 있는 제주섬의 양쪽 끄트머리인 성산포와 모슬포에 예로부터 유별나게 바람이 많은 지역이기도합니다. 오죽했으면 ‘사람이 살 곳이 못된다. 못살겠다. 못살포, 모슬포로 부르게 됐다는 설이 내려올까요. 그 모슬포의 앞바다에 바짝 엎드리고 누워있는 가파도. 이곳의 바람도 모슬포보다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입니다. 


△조그마한 섬에 무슨 돌이 그렇게 많은지 제주도 아니랄까봐 섬 전체가 돌 투성이었습니다. 가파도에는 선사시대의 고인돌이 많기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가파도에는 바람이 정말 세차게 불더군요. 하지만 가파도는 상동과 하동 두개의 동으로 나뉘어 있는데 신기하게도 세찬 바람은 상동으로 집중되더군요. 보이는 어선이 정박되어 있는 곳은 하동인데, 이곳은 바람이 너무 잔잔하여 상동과 너무 대조적이었습니다. 또한 민가나 음식점도 하동으로 집중되어 있는 모습이었는데 식당을 이용하실 분들은 하동에서 해결 하시면 될 듯합니다. 모슬포 쪽에 있는 마을이 상동이고 마라도쪽이 하동입니다. 밑에 사진에 희미하게 마라도의 모습이 보입니다. 

130세대에 306명(2007.12)의 주민이 오순도순 살고 있는 가파도. 이곳에 처음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것은 사람이 살기 시작한 1824년 보다 74년전인 조선영조26년, 1750년입니다. 목사 ‘정언유’가 이곳에 흑우장을 만들고 흑우 50두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부터입니다. 흑우를 방목하면서 사람이 살지 않는 탓에 흑우의 약탈이 빈번하여 이를 막기 위하여 주민의 입도를 허가 하는데, 그때가 바로 1824년이며, 모슬포에 살고 있던 주민 40여가구가 이주를 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습니다. 이후 오랜 세월 많은 주민들이 도회지로 떠나 빈집들이 즐비하지만 아직까지 풋풋한 사람 냄새가 풍기는 곳이 가파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외로운 섬, 버려진 섬으로 남겨 두지 않으려는 가파도 사람들의 노력도 올해부터는 활발하게 펼쳐집니다. 마을의 산책로를 정비하고 가파도의 자랑인 청보리를 테마로 한 제1회 가파도 청보리 축제도 이번달 27일부터 29일까지 3일에 걸쳐 펼쳐집니다. 2009년을 가파도 방문의 해로 만들고자 하는 가파도 사람들의 노력이 엿보이는 축제인데요, 축제가 열리는 3월말이면 가파도의 청보리는 1미터가 넘게 훌쩍 자라 푸른 청보리 물결의 장관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축제의 주인공이 될 청보리의 모습입니다. 푸른물결이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아래의 도로는 청보리 축제와 함께 개통할 약 1km에 이르는 산책로입니다. 얕트막하게 쌓아 올린 돌담을 사이에 두고 꼬불꼬불 이어진 산책로가 너무 이뻤습니다.

가파도에서는 청보리 축제를 맞아 하루 3회 운항되던 여객선을 5회 이상으로 증편하기로 하는 등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창입니다. 축제는 최근 조성된 산책로 개통식을 시작으로 하여 보리밭 산책로를 따라 풍물놀이 공연이 펼쳐지고 제주도립무용단의 무용 공연과 타악공연, 모슬봉 소리패 노동요 공연, 서예전시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 공연이 펼져질 예정입니다. 이 밖에도 가파도의 싱싱하고 풍부한 해산물을 방문객에게 맛보이고자 소라구이 무료시식 행사가 마련되어 있으며 전통낚시체험, 보말까기 대회, 해안어장체험, 가파도 뿔소라젓 담그기, 보리풀잎공예체험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가파초등학교의 모습입니다. 운동장에 여러 어린이들이 공을 차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전교생입니다. 올해 전교생은 12명입니다.


△주인이 떠나 버린 폐가가 유난히 많은 가파도, 모진 바닷바람에 인고의 세월을 살아온 가파사람들의 삶의 흔적들은 여기저기에 묻어 있었습니다. 넓은 들판에는 흑염소들이 뛰어 놀고 있고 손을 내밀면 잡힐 것 같은 모슬봉의 레이더 기지도 눈에 들어옵니다.


가파도의 특이한 점은 주민자율 결의에 의하여 술판매를 금지 했던 마을이기도 하며, 자가발전시설로 자체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마을입니다. 주민들이 입주당시에는 "더우섬", "개파도"로 부르다가 후에 "가파도(加波島)"라 부르게 되었는데, 더욱 역사적인 사실은 우리나라가 서양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곳이 바로 가파도라는 사실입니다. 1653년 네덜란드인 핸드릭 하멜이 ‘하란선 제주도 난판기’와 ‘조선국기’ 저술할 때 정확히 소개됐던 곳이 가파도입니다. 하멜의 기록에는 ‘케파트(Quepart)’라는 지명으로 가파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교통편은 모슬포항에서 삼영해운에서 예매를 하셔야 합니다. 삼영해운은 마라도와 가파도를 오고가는 여객선을 운행하고 있는데, 마라도는 모슬호, 가파도는 삼영호를 이용하면 됩니다. 삼영호는 하루 세번 왕복운행하는데, 출발시간은 09:00, 12:00, 16:00 이며 나오는 시간은 09:25, 12:25, 16:25 입니다. 요금은 성인 4000원(편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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