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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모정에 쏟아낸 눈물[탐나는 도다]

by 광제 2009.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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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모정에 쏟아낸 눈물
-조기종영에도 잘라내지 못한 뜨거운 모녀의 정-

딸을 가진 어머니의 모습이 이런 건가요? 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양반이라는 작자들에게 모진 핍박을 받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딸에 대한 애틋한 어머니의 정이 어떤 건지 눈물과 함께 감동어린 장면을 선사하였습니다. 제주에서 좀녀의 딸로 태어나 오로지 물질밖에 모르고 살아온 어린 딸이 머나먼 한양 땅에서 모진 고초를 겪으면서도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버진(서우), 사람구실조차도 못할 줄 알았던 딸이 서슬퍼런 엄씨부인의 기세 앞에 전혀 기죽지 않은 야무진 모습을 보이자, “앞으로도 야무지게 살아야 한다. 한양생활이라고 기죽을 것 없다. 언제나 어린애인줄 알았는데 이제는 걱정 안한다.”며 뜨거운 어머니의 정을 보여줍니다.


자식인 박규(임주환)을 위해서는 돈을 주고서라도 제주로 돌려보내려는 마음에 버진네 거처를 찾아온 엄씨부인은 버진 어머니 최잠녀(김미경)에게 입에 담지 못할 악담을 퍼붓습니다. 썩은밥이나 만지작거리지 말고 두둑이 넣었으니 돈을 갖고 제주로 내려가라는 엄씨부인, 그런데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당하기만 할 버진 어머니가 아니죠. 특유의 근성 있는 제주사투리로 쏘아 붙입니다. 제주사투리를 능숙한 억양으로 기가 막히게 처리하였는데요, 이부분에서는 하필 자막처리도 없어서 제주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은 보나마나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을 겁니다. 그래서 해석 들어갑니다. 


“두둑히 넣었으니 아무소리 말고 다시 제주로 내려 가거라!”

“히엿뜩헌 소리 허고 자빠졌네! 비싼 곤밥 먹고 쉰소리 허고 다니지맙서!”
<정신빠진 소리하고 자빠졌네! 비싼 쌀밥 먹고 허튼소리 하지말라!>

“행여 니 딸을 첩으로 들어앉혀 우리집안과 연을 맺을 생각일랑 말거라!”

“무시거? 처~업??, 똥을싸고 있네!”
<뭐라고? 처~업??>

“또~옹?”

“두렁청헌 소리 그만허영 나 집에서 재기 나갑써!”
<엉뚱한 소리 그만하고 내 집에서 얼른 나가라!>

“그러고도 니 새끼가 온전히 살아 갈성 싶으냐?”

이렇게 엄씨부인에게 고초를 겪는 과정에서 일촉즉발의 손찌검 까지 가하려는 엄씨부인, 그때 이를 가로막은 버진은 나에게 손찌검을 하는 건 참을 수 있었도 어머니에게의 손찌검은 절대로 참을 수 없다며 이럴 시간 있으면 귀한 아드님이나 단속을 잘하라고 일침을 놓습니다. 버진은 이미 서린상단에서 엄씨부인에게 두 차례의 손찌검을 당한 상태였습니다.

천리타향, 한양에서 천민 좀녀의 신분으로 정신적인 핍박을 눈앞에서 겪는 두 모녀는 내재되어 있던 끈끈한 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뺨을 맞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어머니만은 지키려는 눈물겨운 딸의 효심, 그리고 그러한 딸의 훌쩍 커버린 모습을 보며 끓어오르는 모심을 주체하지 못하는 장면들이 눈물과 함께 스쳐 지나갑니다. 조기종영이라는 사태를 맞아 큰 폭의 압축된 편집을 하면서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었던 눈물겨운 장면이 ‘탐나는 도다’의 열네 번째 이야기에서 가장 심금을 울렸던 장면이었습니다.

한편, 매를 견디지 못하고 이미 죽은 목숨으로 알려진 윌리엄은 서린에게 철저하게 포섭이 되고 맙니다. 자신을 주인으로 섬기고 일이 잘 끝나면 버진과 함께 떠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을 믿고는 모든 것을 바쳐 서린에게 충성하게 됩니다. 또한 박규에 대해서도 심한 증오의 마음을 갖게 됩니다. 자신이 임금 앞에서 ‘햄릿’ 공연을 하고 죽음으로 몰리게 됐는데도 박규는 그냥 보고만 있었고 사실상 박규가 자신이 죽는 것을 원했다는 오해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사실을 버진에게도 알려 앞으로 박규를 조심하라고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러한 윌리엄의 박규에 대한 증오는 비밀창고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버진은 상단의 창고를 정리하던 중 탐라의 진상품이 보관되어 있는 비밀창고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데, 윌리엄은 상단이 불법 집단이란 것을 알면서도 비밀창고의 존재를 알리지 말라고 버진에게 당부를 합니다. 하지만 박규에게 만은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버진은 비밀창고의 존재에 대해 박규에게 귀띰을 하게 됩니다. 증거를 잡으려고 사헌부의 군졸들을 이끌고 상단으로 들이닥친 박규는 비밀창고에서 단 하나의 증거도 잡지 못한 채 허탕을 치고 맙니다. 감쪽같이 증거를 없앨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미 서린의 편이 되어 버린 윌리엄이 박규가 들이닥칠 것이란 사실을 서린에게 고해 바쳤기 때문입니다. 윌리엄이 서린의 편으로 돌아선 배경에는 일만 잘 처리되면 버진과 함께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이 깔려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버진의 눈에 비친 달라진 윌리엄의 모습에는 실망의 눈치가 역력합니다. 매서운 눈초리로 변하여 서린에게 충성을 다하는 윌리엄에게서 예전의 순수한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던 버진은 처음으로 자신에게 입맞춤을 시도하는 윌리엄을 밀쳐내고 맙니다. 선한 일상들만 보고 자라온 버진의 눈에 점점 악인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윌리엄의 모습이 한편으론 익숙하지 못한 모습이라 거리감이 생겼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떠한 일이 닥쳐도 버진에 대한 연심만은 변하지 않는 박규는 끝까지 버진을 지켜주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박규의 주변에서 맴도는 버진에게 손찌검을 가하는 어머니 엄씨부인에게조차도 “어머니의 바램대로 혼인을 하려는 이유는 단 하나, 버진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버진의 털끝하나라도 다치게 되는 날에는 이 혼사는 없는 것입니다.”라고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박규, 언제나 머릿속에는 버진 생각뿐, 버진을 그리워하며 발길은 버진의 거처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버진의 어머니를 마주한 박규는 오랜만에 겡이주(게로 만든 제주전통주)로 술잔을 기울이며, 탐라에서 고팡(곳간)에 기거할 때가 좋았다며, 귀양다리로 지낼 때를 그리워합니다.

상단에서 일을 보고 있는 버진의 눈에 띤 자객, 전치용의 모습, 버진이 상단의 정체에 대해 눈치를 채기 시작하면서 다음 주에는 긴박한 스토리가 전개될 듯합니다. 이제 ‘탐나는 도다’는 아쉽게도 한주의 최종 2회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무려 4회분을 압축하다 보니 드라마를 보는 내내 무엇엔가 쫓기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가 없습니다. 단지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조기종영을 하는 ‘탐나는 도다’ 수준 높은 드라마가 자칫 졸작으로 평가되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2회분에서라도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이 인식될 수 있도록 알찬 편집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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