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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비경

세계에서 유일한 제주 곶자왈 지대, 어떤 곳일까

by 광제 2010.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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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다녀온 제주 안덕 곶자왈 지대

40~50대의 제주사람들에게는 아주 독특한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혹, 30대 후반을 살고 있는 분들도 그런 추억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바로 '지네잡기'였습니다. 요즘은 공동주택 생활을 많이 하는 까닭에 보기가 쉽지 않지만 불과 십 수 년 전만 하더라도 집안에 지네들이 출몰하여 소동을 일으키기도 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 지네들을 과거에는 일부러 깊은 산속으로 채집을 하러 다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한방의 귀한 약재로 사용되는 까닭에 동네의 어린이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직접 채집하여 약재상에 팔았던 것입니다.

70년대 당시, 지네 한 마리의 가격은 크기에 따라 50~100원씩 거래될 정도였으니 이보다 더 좋은 용돈벌이는 보기 힘들었습니다. 적으면 수 마리에서 많게는 수십 마리까지 잡을 수 있었는데, 좋은 성과(?)를 얻으려면 날씨와 지형을 잘 선택해야 했습니다.

지네는 습한 곳을 좋아하는 까닭에 비가온 뒤나 아니면 깊은 산 속의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습한 지형을 잘 찾아가야 합니다. 이런 이유도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참 많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 오후 늦은 시간에야 집에 들어오는데, 지네채집에 너무 열중하느라 자신도 모르게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길을 잃고는 온가족이 발을 동동 구르는 일도 자주 볼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네들이 추운겨울에는 활동을 하지 않고 여름에만 활동을 하는 탓에 채집 중에 길을 잃어 버려도 큰 사고로 이어지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과거 제주의 곳곳에는 지네들이 살기 좋은 습한 곳, 한 낮에도 햇볕이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 길을 잘못 들면 방향감각을 잃어버리는 곳, 가시덤불과 거무티티한 암석만 가득한 곳, 커다란 돌무더기를 일구면 흙이 나오는 듯싶지만 흙 밑에는 다시 바윗덩어리 천지인 곳, 하여 이런 곳은 아무리 개간을 하여도 농토로는 전혀 사용할 수 없기에 언제나 버려진 땅이었습니다.

개간을 할 수 없어 버려진 땅 곶자왈


그래서 철저하게 버려졌던 곳, 그곳이 바로 제주의 '곶자왈'입니다. 순수 제주에서 생겨난 용어로 '숲'이라는 의미의 '곶'과 암석들과 가시덤불이 뒤엉켜 있는 곳을 가리키는 '자왈'이 합쳐져 만들어낸 제주어로서 영어로는 발음 그대로 'Gotjawal'이라 표기를 합니다.


간혹 '곶자왈'을 제주의 일부 지명으로 착각하여 찾아나서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으로 곶자왈은 지명이 아닌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지형을 말하는 것입니다. 화산섬인 제주도에는 이런 곶자왈 지대가 방대하게 펼쳐져 있는데, 바로 화산이 분출하면서 흐르던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쪼개져 요철(凹凸) 형태로 지형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제주에 큰 비가 내려도 홍수가 나지 않는 것은 곶자왈 덕분 


이러한 곶자왈 지대는 한라산에서부터 시작하여 중산간을 거쳐 가깝게는 해안선까지 이어진 곳도 있는데, 한라산을 타고 내려오는 계곡들이 대부분 건천인 이유, 그리고 아무리 큰비가 와도 좀처럼 홍수가 나지 않고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라산에서 스며들어 곶자왈 지대를 거친 후 해안의 용천수로 솟아오르기까지의 제주의 생명수가 만들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생성된 곶자왈 숲 지대의 곳곳에는 숨골과 풍혈(風穴)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 정도의 시원한 바람이 새어나오는데, 일 년 내내 온도의 변화가 거의 없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추운 겨울 아무리 많은 눈이 내려도 이곳에서만은 눈이 쌓이지 않는 신기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곳으로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을 들 수 있습니다.

독특한 숲의 특성, 세계에서 유일


더욱 특이한 점은 또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조사한 것을 보면 곶자왈 지대는 보온·보습 효과를 일으켜 북쪽 한계지점에 자라는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남쪽 한계지점에 자라는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단 한곳 제주에만 있는 유일한 생명의 숲이라는 사실입니다. 추운겨울에도 늘 푸른 숲을 이루고 있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소비해 제주 생태계의 허파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런데 제주에서는 가시덤불로 이루어진 경작할 수 없는 불모지인 탓에 언제나 버려둔 땅이 이곳이었습니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은 외면 받을 수밖에 없었기에 땅값 또한 쌀 수밖에 없었습니다. 때문에 개발업자들이 달려든 것입니다. 대부분 곶자왈 지대는 중산간에 많이 경관이 뛰어날 수밖에 없었는데, 이곳을 개발업자들이 싼값에 사들여 골프장으로 개발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현재 제주도내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골프장들의 대부분은 이러한 지대에 자리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무분별한 개발로 생태계 파괴 우려


경관이 좋은 지역에 자리한 골프장, 그 재산적 가치가 엄청나기 때문에 쉽게 골프장 개발에 달려들곤 하였는데, 문제는 골프장에서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농약이 그대로 곶자왈로 스며들어 생명수를 심각하게 위협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심각성을 알아차린 인근의 마을주민들, 그리고 환경단체들이 반발하여 골프장 개발을 반대하기도 하였습니다.
 


제주 곶자왈 지대는 제주도의 동서부와 북부지역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데, 형성된 용암에 따라 크게 4개 지역으로 나뉩니다. 제주 서부의 한경-안덕 곶자왈지대, 제주북부의 애월 곶자왈지대와 조천-함덕 곶자왈지대 그리고 제주 동부의 구좌-성산 곶자왈지대입니다. 가장높은 곳인 해발 833m에서 시작되는 애월곶자왈, 가장 길게 이어진 곳은 30km에 달하는 조천-함덕 곶자왈지대입니다.

양치식물인 제주고사리삼이 최초로 발견된 곳도 곶자왈 지대이고 한국미기록종인 창일엽과 제주암고사리, 그리고 환경부 지정 보호야생식물인 개가시나무, 미기록 목본식물인 천량금, 환경부 희귀식물인 붓순나무 등 다양하고 희귀한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식물의 보고로도 알려진 곶자왈은 근래에 들어서는 자연학습장으로도 인기가 아주 높습니다.


그 중에 시민들과 관광객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코스를 지정하고 곳곳에 휴식공간, 그리고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나무데크를 이용하여 탐방로를 만들어 놓은 대표적인 곳이 바로 화순곶자왈입니다.

이곳은 한경-안덕 곶자왈지대에 속해 있는 병악곶자왈 용암류로 해발 492m인 병악에서 시작하여 안덕면 화순리 방향으로 9km에 걸쳐 분포하고 있으며 평균 1.5km의 폭으로 산방산 근처의 해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산방산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이곳은 '화순 곶자왈 생태탐방 숲길'이라는 이름으로 곶자왈의 모든 것을 보고자 하는 일반인에 공개된 곳으로 온갖 희귀실물로 이뤄진 밀림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무더운 날씨에도 곶자왈 밀림 속에서는 섭씨 20도를 넘지 않는 시원한 기온을 보여 더 없는 피서지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 총 거리는 1.5k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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