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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돋우는 여름 최고의 별미, 제주 어랭이 물회
여름철, 제주도에서 가장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물회를 빼놓을 순 없을 것입니다. 사면이 바다인 제주에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싱싱한 해산물을 넣은 시원한 물회 한 그릇이면 찌는 듯한 더위도 한방에 잊혀지곤 했기 때문입니다.
물회의 재료로 이용되는 해산물도 너무나 다양해서, 가장 유명한 자리물회와 한치물회, 입안에서 살살 녹는 옥돔물회와 객주리 물회에서 부터 전복물회와 해삼, 소라물회까지 거의 대부분의 고급해산물이 물회의 재료로 이용됩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해 드릴 물회는 이처럼 익숙한 해산물이 아닌 어랭이라는 독특한 생선으로 만들어지는 물회를 소개할까 합니다.
어랭이는 잡어의 일종으로 제주의 갯바위 또는 근해에서 아주 많이 잡히는 물고기입니다. 육지부에서는 놀래미로 많이 알려진 물고기이며, 보통의 크기가 겨우 성인 손바닥만한 것으로 비교적 작은 크기의 생선이다 보니 웬만한 낚시꾼들은 잡히면 도로 버려 버릴 정로 찬밥 대접을 받던 물고기입니다. 맛은 둘째 치고 크기가 작다보니 손질하기가 귀찮은 까닭에서입니다.
제주산 어랭이(놀래미)
하지만 이젠 크기가 작다고 하여 푸대접을 받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조림이나 물회 등으로 얼마든지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랭이는 자리돔 못지않게 강한 가시를 갖고 있는 생선으로 유명한데, 이런 생선일수록 물회를 만드는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머리와 내장만 빼놓고는 모든 부분을 사용해야 제 맛을 낼 수 있기에 가시에 찔리지 않게 숙련된 조리를 필요로 합니다.
뼈가 있는 채로 살점을 두툼하게 썰어내는 자리물회와는 다르게 어랭이 물회는 칼날을 이용하여 거의 다지듯이 두드려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유의 탱탱한 어랭이 살점이 흐트러질 것 같지만 실제로 보면 살점은 살점대로 씹히고 가시는 잘게 부서진 것을 보면 이 또한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제주 산지물 식당의 밑반찬
푸짐한 어랭이 물회 한그릇
부드럽고 쫄깃한 어랭이 살점
제주만의 독특한 물회 재료 중 또 하나가 바로 된장입니다. 물회에 된장을 풀어 넣어 간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생된장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대부분의 외지인들은 제주사람들의 생된장을 그대로 물에 풀어먹는 것을 신기해 하지만, 생선의 비릿한 냄새를 없애는데 요긴한 몫을 하는 재료가 바로 생된장이기 때문입니다.
꼭 비릿내를 없애기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생된장은 제주사람들에겐 각별한 식재료 중 하나입니다. 예로부터 척박한 환경에 힘든 밭농사를 하면 살아 온 제주 사람들은 늘 시간이 '금'이었습니다. 조금의 여유를 가질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다보니 여유롭게 모든 반찬을 다 장만하여 식사를 하는 것은 사치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넉넉한 살림도 못되었지만 말입니다.
밭일을 나설 때의 점심준비는 그래서 늘 간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밥과 물 그리고 된장만 있으면 끼니가 해결되었습니다. 여기에 데친 나물이나 물외(늙은오이)는 단골 재료였습니다. 준비한 양푼에 썰어 온 물외 또는 데친 나물에 된장을 넣어 버무린 다음 맹물을 부어 간을 맞춘 다음 국으로 먹었습니다. 마땅히 다른 반찬도 없었지요. 시장이 반찬이라고 시원한 나무그늘이 있으면 금상첨화였고 없어도 그만입니다. 하여간 그 시절 밭에서 말아 먹는 된장냉국의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생된장이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까닭입니다.
푸짐한 어랭이 물회
푸짐한 어랭이 물회
제주 또하나의 명품, 한라산 소주
어랭이를 잘 손질하여 썰어 넣고, 생된장과 함께 갖은 야채를 듬뿍 곁들인 물회가 아주 먹음직스럽습니다.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정말 고소합니다. 회를 먹을 때 뭐니 뭐니 해도 소주가 곁들여지지 않으면 제 맛이 아니라고 하죠, 역시 물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주 물회에는 역시 청정 제주의 지하수로 만들어낸 한라산 소주가 최고입니다.
어랭이 물회가 워낙에 유명세를 타다보니 방송에서도 집중적으로 소개되기도 한 산지물 식당은 제주도에선 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음식점입니다. 아주 가까이에 항구를 끼고 있어 언제나 신선한 재료들을 사용하는 게 특징입니다. 이제는 많은 관광객들이 스스로 찾아오기도 합니다. 여름만 찾게 되는 음식인 물회, 어랭이 물회 한 그릇으로 더위를 잊고, 잃기 쉬운 입맛을 찾아보는 건 어떠신지요.
산지물식당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건입동 1388-1 T. 064-752-5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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