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받은 자장면, 마라도에 있었다.
-무한도전 맴버들이 다녀간, 바로 그 자장면 집-
대한민국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 그다지 볼거리는 없어도 최남단이라는 의미가 부여된 땅이라 제주를 여행하시는 분들이 한번은 꼭 가보고 싶어 하는 섬입니다. 풍경은 좀 밋밋하다 싶지만, 마라도만의 특색을 찾아보면 재밌는 점들이 여럿 있지요.
걸어서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50여분, 아주 조그마한 섬입니다. 하지만 있을 건 다 있습니다. 비록 분교지만 초등학교도 있구요, 관공서로는 보건소와 치안센터도 있습니다. 좀 특이한 점은 이 좁은 섬 안에 사찰, 성당, 교회 등도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이외에도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카트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며, 무엇보다도 가장 유명한 것은 마라도 자장면입니다. 마라도의 중심가에는 먹자골목을 방불케 하는 자장면집들이 즐비한데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세 곳이 영업을 하고 있었고, 얼마 전만하더라도 다섯 곳이었는데 현재는 한곳이 더 늘어 총 여섯 곳의 자장면집이 성황리에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마라도에 가면 반드시 자장면을 먹고 와야 한다는 속설이 생겨날 정도로 이제 자장면을 떼어 놓고는 마라도를 논할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얼핏 보면 자장면집의 난립이라 볼 수 있기도 한데, 과연 장사가 되기는 할까, 아침 10시를 시작으로 매시간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유람선이 송악산과 모슬포항 두 곳에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발길, 마라도의 상징이 되어버린 자장면을 한번쯤은 모두 먹어보고 간다니 장사 걱정은 안 해도 될듯합니다.
마라도의 자장면집들이 과열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장면 집들에 걸린 광고판이나 간판만 보고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죄다 원조임을 자처합니다. 여기도 원조, 저기도 원조, 모두 자기 집이 원조라고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 지경에 이르다 보니 원조는 아무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유독 한곳, 특허를 받았다는 자장면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니, 자장면으로 특허를? 가장 최근에는 유재석의 무한도전 팀이 이곳을 다녀갔었고, 지금까지 TV로만도 20회 이상, 각종 신문과 서적 등을 통해서도 집중 보도가 되었다는데, 허위 과장 광고가 아니라는 점을 유독 강조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특허번호, 문밖에 까지 나와 호객을 하는 여자분, 얼핏 자장면집의 안주인으로 보였는데, 과연 특허를 받았다는 것이 사실인지를 물었습니다. 두말하면 잔소리고, 세계최초라는 사실도 강조를 합니다. 특허를 받은 내용을 잠깐 보여 달라고 하니, 너무 깊숙이 들어 있어서 꺼낼 순 없고, 특허번호로 조회를 해보면 알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칩니다. 이 부분은 집으로 돌아온 후 나중에 찾아보기로 하고는 우선은 특허받은 자장면의 맛을 좀 봐야하겠습니다.
밖에서 볼 때에는 몰랐는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습니다. 마라도 자장면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눈길이 머문 곳, 바로 유재석이 앉았던 자리임을 알리는 표시였습니다. 무한도전 촬영당시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촬영된 무한도전이 방송을 탄 것은 지난해 4월18일, 당시의 맴버 중에 전진은 히치하이킹으로 수원의 횟집에서 자장면을 시켜먹었고 유재석과 정형돈, 노홍철은 마라도에서 자장면을 시켜먹어야 하는 상황을 맞아 결국 이곳 마라도로 향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 마라도로 가야 했던 유재석, 정형돈 노홍철 세명 중에 유재석은 다행히 제주행 비행기를 탔지만, 정형돈과 유재석은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상황을 맞기도 했었는데요, 당시상황이 1박2일 일정으로 촬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지요.
홀에는 유재석이 앉았던 자리가, 그리고 화살표가 가리키는 쪽에는 노홍철과 정형돈이 앉았던 자리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노홍철과 정형돈이 앉았던 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어 부득이 다른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장면의 가격은 보통인 경우5천원, 곱빼기는 6천원입니다. 같이 간 아내와 함께 만원을 지불하고 두 그릇을 주문했습니다. 이곳에서 계산은 선불이며, 모든 서비스는 셀프입니다. 계산을 하고 조금 있으니, 주방에서 '곱빼기하나, 보통하나 나왔습니다~' 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문한 것은 보통 두 그릇, 그런데 주방에서 착각을 하고 주문을 받았나 봅니다. 얼떨결에 주인 없는 곱빼기를 먹게 생겼습니다.
해물자장면 곱빼기 한 그릇과 보통 한 그릇입니다. 반찬도 김치는 없고 단무지가 전부입니다. 자장면 집에서 기본으로 나오는 양파도 없습니다.
이곳 해물자장면의 특징으로 말할 것 같으면 조미료와 기름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인아주머니는 누누이 강조를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느끼한 맛은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다지 독특한 맛도 없습니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데, 다만 오징어다리가 조금 보이고 톳, 그리고 미역처럼 보이는 해물이 얹어져 있어 유난히 자장의 색이 검게 보입니다.
자장면에 사용된 면은 일반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중면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특허조회를 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면을 제조하는 과정에서도 독특한 노하우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맛으로는 딱히 독특한 점을 찾아 볼 수는 없었네요. 제가 식도락의 미각을 지니지는 못했나 봅니다.
이집에서는 식기를 반납하는 것도 셀프입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식기 반납통과 단무지 반납통이 따로 분류가 되어있는 것이 보입니다. 단무지도 또한 모자라면 직접 떠다가 먹어야합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와 특허를 조회할 차례입니다. 과연 자장면 하나로 특허를 받았는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인아주머니 말대로라면 세계최초라는데, 그것까지는 어떻게 알아볼 방법이 없습니다. 아쉬운 데로 특허내용만이라도 알아야겠습니다. 특허청에 접속을 했습니다.
'특허번호 0397492', 이 번호만 갖고도 조회가 될까. 처음해보는 특허조회라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어렵지 않게 조회를 할 수 있었습니다. 발명의 명칭으로는 '퓨전음식 및 그 제조방법'으로 되어있습니다. 출원번호와 일자, 제조방법까지도 상세히 열람할 수 있었으며, 최종적으로 등록이 결정됐다는 사실까지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허를 받은 자장면(퓨전음식)이 확실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눈에 띱니다. 등록은 되어 있지만 상태가 소멸이 된 것으로 나옵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알고 보니, 등록결정은 되었지만, 등록료를 납부하지 않아 특허가 소멸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소멸된 특허라면 특허를 주장할 수 없다는 뜻이 되는 건가요. 어쨌거나 효력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특허를 인정받았다는 것만큼은 사실로 드러났으니 일단 궁금증은 풀렸습니다.
자장면과 골프장카트로 유명한 마라도, 2000년7월19일에 섬전체가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하였습니다. 대한민국 최남단 섬으로 제주본섬의 모슬포항에서 바닷길로 약12km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원래 무인도였던 마라도에 사람이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1883년부터이며, 김(金), 나(羅), 한(韓) 등 3성(姓)의 몇몇 영세농민들이 들어와 살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행정구역이 가파리에 속해 있었으나 1981년4월1일부터 마라도로 불려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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