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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런 제주

수천 장의 방명록이 가득, 대체 뭐하는 곳이기에

by 광제 2011.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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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의 모습입니다. 양쪽은 물론이고 천정 위까지 정신없이 나부끼는 저것들, 대체 무엇일까요. 들어서기가 은근히 겁이납니다.  

영문도 모른 사람이라면 어디 서낭당이나 굿을 하는 무당집에 들어온 줄 착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내부의 벽체는 물론이고 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하나 빼놓지 않고 빡빡하게 걸려있는 수많은 메모지들.

밖을 내다봐야 하는 유리창은 물론이고....

실내에어콘의 겉면에서 부터 벽체 어느 곳, 한 곳, 틈이 남아있는 곳이 없습니다. 메모지를 붙여놓은 위로 또 메모지, 메모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벽면도 모두 메모지 차지가 되어 버린 모습입니다..정말 대단합니다.
 
알고 보니,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남겨둔 애틋한 사연들입니다. 지친나그네의 넋두리에서부터 연인들의 사랑의 속삭임 등 갖가지 사연들로 가득 채워진 이곳은 제주시 도두동에 있는 '노을언덕'이라는 무인카페입니다.

무인카페 노을언덕의 전경

벽체에 걸려 있는 것 중 일부는 떼어내어 이렇게 책자로 보관하고 있더군요, 실로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메모지 외에도 오른쪽 옆에 노트로 되어 있는 방명록도 여러 권 눈에 띱니다.


하루에도 수백 명의 나그네들이 찾는 이곳, 잠시 쉬어가면서 막간을 이용하여 남겨 놓은 사연들은 벽에 걸린 메모지를 비롯하여 노트에 적어놓은 방명록까지 한눈에 봐도 적게는 수천 장에서 수만 장은 되어 보입니다. 그 수가 너무 많아 일부는 책갈피에 차곡차곡 끼워놓고 보관하고 있기도 합니다.

천정에 걸어 놓은 악세서리 바구니에도 올라간 메모지

무인카페인 '노을언덕', 대체 뭐하는 곳일까요. 자신이 먹고 마신 식음료에 대해 양심껏 값을 지불하는 주인이 없는 카페를 말합니다. 자신이 먹고 싶은 차나 음료수도 직접 골라 마시고, 마셨던 식기 또한 직접 깨끗하게 씻어놔야 하며, 식음료 값도 일정부분 정해진 범위 안에서 양심껏 지불하면 된답니다.

독특한 셀프 가격표

원두커피의 종류에 따라 준비되어 있는 포트들

과자도 준비되어 있네요.

냉장고 안을 가득채우고 있는 온갖 음료수들

이용한 사람이 직접 씻어 진열해 놓은 식기들

직접 식기를 씻어야 하는 씽크대

노을언덕은 주변풍경 또한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해안도로변에 있어 건물자체도 예쁘지만 카페 창밖으로 펼쳐진 제주바다는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사람들이 지나치는 이곳, 최근에는 제주올레 17코스가 이곳을 스쳐가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 같습니다.

화덕의 온기로 실내를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있네요.

하지만 어려운 점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군요. 그 많은 손님 중에서도 절반만 자신이 먹고 마신 식음료에 대해 양심껏 값을 지불하고 나머지 손님들은 한 푼도 내지 않고 유유히 사라진다는 얘기입니다. 주인장의 입을 빌리면, 무인카페를 공짜식당으로 여기는 무전취식형의 양심을 저버린 사람들이 문제라고 꼬집더군요.

양심불량 이용객은 다른 손님 눈을 의식하게 마련인데 가게가 한산한 날 물품을 훔쳐가고, 심지어는 손님 모두가 마셔야 할 1kg 짜리 원두커피가 사라지고 우유도 통째로 없어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처음 문을 연 4년 전보다는 많이 개선되고 있다는데, 이런 양심적 이용문화가 많이 자리를 잡았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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