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사만 닥치면 긴장하는 제주도 사람들
뭔 소린가 하실 겁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덕에 제주의 대부분의 풍습들을 아끼고 사랑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맘에 들지 않는 풍습이 하나 있답니다.
경조사(애경사)를 치르고 나면, 부조금 봉투 많이 들어오지요.
혹시 그 많은 봉투들 전부 보관하고 계신가요? 어쩔 수 없이 봉투는 버리게 되더라도 따로 목록을 만들어 누구에게서 얼마가 들어 왔는지 기록을 해 두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목록을 따로 보관하는 이유는 다른데 이유가 있는 게 아니지요.
나중에 성의를 표시하기 위함이지요. 제주는 조금 독특합니다. 한번 보실래요?
아주 절친한 이웃집의 할아버지가 세상을 달리하셨습니다.
당연히 상주가 여러 명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식인 아들 딸 외에도 며느리와 사위, 그리고 손자 손녀까지도 모두 상주에 해당합니다.
조문을 가야하는데, 이때부터 작은 고민이 시작됩니다.
부조금 봉투를 여러 개 준비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제주에서는 이를 두고 '개인부조'라고 합니다.
부조는 대부분 아녀자에게 하게 되는데, 상주인 딸과 며느리의 수를 모두 헤아려 봉투를 마련해야 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고인에게 절을 하면서는 부의함에 봉투를 넣지 않고 절을 하는 독특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조문을 가면 부의함에만 봉투를 넣고 오는 육지의 풍습과는 너무나 다릅니다.
만약 상주중에 아는 사람이 한사람뿐이라면 그 사람에게만 따로 봉투를 건네주면 그만입니다. 부의함에는 따로 넣지 않아도 됩니다. 풍습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은 절을 할 때 상당히 머쓱한 광경이 벌어지기도 한답니다.
장례식이 아니고 결혼식이라 해서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결혼하는 신랑은 그 집의 둘째 아들인데, 신랑과는 전혀 친분이 없다면 친분이 있는 신랑부모나 형제들에게 부조를 하기도 합니다. 신랑을 보고 찾아간 것이 아니라는 이유지요.
때문에 두둑해야할 부의함이나 신랑의 주머니는 보잘 것 없이 돼버리고, 오히려 상주 또는 신랑의 형제자매 중 누군가의 호주머니가 두둑해지는 웃지 못 할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는 아주오래전부터 개인부조가 일반화되었기 때문에 생겨난 독특한 풍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상주들과 모두 친분이 있고 일전에 부조금을 받았던 사실이 있다면 얼마가 되던 지간에 따로따로 정성스럽게 봉투를 마련해야 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동네에 큰일 한번 치르고 나면 막대한 지출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잘못된 풍습인 것은 문명한데, 고치지는 못할까요. 전혀 불가능 한 것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쉽게 생각하여 장례식장에선 부의함 외에는 조의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신랑신부 외에는 축의금을 받지 않으면 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쉽진 않겠지요. '상주중에서 모범이 될 만한 누군가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에게 들어온 조의금을 모두 부의함에 넣는 모습을 보여주고, 신랑신부의 형제자매들도 누군가가 솔선수범하여 결혼당사자에게 봉투를 건네주는 풍습'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올바른 부조금 문화가 자리를 잡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이러한 잘못된 풍습이 제주도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적이 있습니다, 지켜져야 할 것은 반드시 지켜내되,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면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고 봅니다. 주민들 스스로가 고쳐 나가기 힘들다면, 지방의 조례로 정해 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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