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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베개 없이 잠을 자는 아빠를 본 딸애의 행동

by 광제 2012.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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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할 줄 아는 딸아이의 효심에 밤 잠 설쳐

며칠 전, 신년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왔답니다.

비록 하룻밤에 불과한 시간이었지만 제주도에서는 내노라 하는 최고의 시설을 갖춘 6성급 호텔에서의 하룻밤이라 최소한 겨울방학을 맞은 애들에게 만큼은 좋은 추억거리가 하나 생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호텔 측에서 마련한 이벤트에 재수 좋게 선정이 되어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요, 가까운 곳이지만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찾아간 해비치 호텔, 이곳은 몇 년 전, 이병헌과 김태희가 출연했던 아이리스의 배경이 되었던 곳으로 유명하답니다.

우리가족이 묵었던 디럭스룸입니다.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근사한 전망을 가진 객실이지요. 난생처음 특급호텔 객실에 들어와 본 딸 아이는 입이 다물어질 줄을 모릅니다. 드라마속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일까요. 나름 포즈를 취해 보이는군요.

이때까지만 해도 잠시 후면 벌어질 일에 대해 예상을 못했었지요.

뷔페식으로 저녁을 거하게 먹고는 객실로 들어왔는데, 예기치 못한 사태가 벌어지고 만 것입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객실은 더블사이즈의 침대가 두 개가 놓여 져 있는 형태입니다. 말이 더블 침대이지 사실 어른 두 사람이 자기에도 조금 불편하지요. 문제는 우리가족 일행이 아내와 애들 둘에 어린 조카까지 다섯 명이라는 것입니다.

애들은 서로 좋은 자리에 눕겠다며 자리를 선점하고 있고, 자칫하다가는 호텔 방바닥에서 자게 생겼으니 참 난감합니다. 호텔 측에 문의를 했지요. 엑스트라베드(보조침대)라도 하나 쓸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5만원이라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군요. 여기서 잠시 고민의 시간.....

결국 묘안이라고 짜낸 것이 침대를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곳까지 와서 보조침대를 쓰느니 차라리 옹기종기 살 부대끼며 자는 것도 괜찮아 보이더군요. 그리하여 묘안이라고 짜낸 것이 떨어져 있던 침대를 아래의 그림처럼 바짝 붙이고는 자리를 잡고 누우니 대충 이러한 포맷이 그려집니다. 공간 활용을 극대화 한 것이지요^^


두 개의 침대에 다섯 명이 잤던 방법

자...그럼 이렇게 해서 편히 잤냐구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베게가 문제입니다. 사람은 다섯 명인데 준비된 베게는 네 개, 하는 수 없이 욕실로 달려가 타월을 갖고 와 둘둘 말고 있었지요. 베개 대용으로 쓸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빠의 이런 광경을 측은한 표정으로 가만히 쳐다보던 딸애가 갑자기 자기가 베고 있던 베개를 아빠에게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아빠~! 나는 베개를 안 해도 돼~! 이거 아빠가 베!"

그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지요. 진짜 베개가 필요 없어서 건넨 것이 아닌, 수건을 말고 있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을 말입니다.

괜찮다고 하고는 수건을 말고 머리를 대고 누웠습니다.
생각보다 딱딱하더군요. 침대가 겹치는 부분이 허리에 닿아 신경이 쓰였던지 쉽게 잠이 들지 않더군요. 불편한 기색을 눈치 챘는지 딸애가 다시 아빠를 부릅니다. 딴에는 배게 때문에 잠이 못자는 줄 알았나 봅니다. 또 다시 베개를 권하더군요. 이 정도 되면 그저 인사치레로 베개를 권하는 것이 아닌 지극한 효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이라 걸 단번에 느낄 수밖에요.

딴에는 못이기는 척 하고 받아주는 것이 딸애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도 해봤지만 도저히 딸애의 베개를 받아 들지 못하겠더군요. 만약 받았다고 하더라도 쉽게 잠을 이룰 수는 없었을 듯, 하지만 딸애의 기특한 마음씀씀이를 생각하다보니 잠이 들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더군요.

딸아이 역시 몸을 수차례 뒤척이는걸 보니 잠이 쉽게 들지 않는 눈치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딸아이들은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고울까요. 코까지 골며 잠에 빠져든 아들은 과연 이런 애틋함이 없는 것일까요. 아니겠지요. 마음에는 있지만 늘 표현을 못하는 아들에 비해 딸아이에게는 아빠의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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