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코너, 알고 보니 씁쓸
시대가 많이 바뀌었음에도 매년 이맘때만 되면 옛날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추석명절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 어머니는 정성스럽게 돌을 골라낸 쌀을 물에 불린 후, 머리에 이고는 동네 방앗간으로 달려가셨지요. 송편을 만드는데 쓸 쌀가루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추석이 다가올 때면 시장에 나가 싱싱한 생선을 고른 후, 배를 갈라 깨끗하게 손질하고는 고양이나 쥐가 넘볼 수 없도록 빨래 줄에 매달아 정성스럽게 말려 제수용품으로 준비해 놓곤 하셨습니다.
가마솥에 떡시루를 올려놓고 김이 새 나가지 못하도록 밀가루 반죽을 돌려서 붙여놓는 모습은 너무나도 익숙한 명절 풍경 중에 하나입니다. 최소한 명절 하루전날 만큼은 잔칫날이나 다름없었지요.
요즘은 어떤가요. 명절을 앞두고 있는 대목시장에 장을 보러 나가보면 요즘 세태를 미뤄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옛날처럼 손수 재료를 준비하여 정성스레 만들어 차례상에 올리는 풍습은 점점 사라지고, 이미 만들어진 재료로 차례상을 준비하거나 심지어는 인스턴트식품으로도 음식을 장만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지요. 시대가 많이 바뀌었음을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추석명절을 이틀 앞두고 있는 제주시의 동문재래시장에는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동태포를 장만하기위해 줄을 선 사람들, 생선을 손에 들고 한 푼이라도 깎아 보려고 흥정을 하는 사람들, 두 차례나 휩쓸고 간 태풍에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사람들의 표정들은 대부분 밝더군요. 이게 바로 일 년 중 가장 활기를 띤다는 재래시장의 풍경입니다.
그런데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이 있더군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체 무엇을 파는 곳일까, 방송 카메라까지 동원되어 취재를 하고 있는 걸 보니 무언가 특별한 것을 팔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집에선 무얼 만들어야 할까요......
이곳에서 팔고 있는 음식들 대부분은 이미 만들어진 차례 음식들이었던 것입니다. 돼지고기 쇠고기 산적들, 각종 전, 이미 무쳐진 나물종류에 심지어 생선까지도 완전히 익혀진 음식들을 팔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냥 사다가 차례상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완성된 음식을 파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 것, 상당수의 가게에서 이런 음식들을 팔고 있었던 것입니다.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겠지요.
옛날에 비해 차례상이 많이 간소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집에서 만들기에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어떻게 전이나 산적, 나물까지도 이미 만들어서 파는 음식을 그대로 차례상에 올린단 말입니까.
어떠한 재료를 써서 만들었는지도 모를뿐더러 차례상에 올리려면 아직 이틀이라는 시간이 더 남아있는데, 혹시 변질이라고 된다면 어디에 하소연 하실 건지 궁금합니다. 벌초도 돈만주면 남의 손으로 해주는 세상, 이젠 차례상까지도 돈만 있으면 해결되는 세상이 되었네요. 제가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는 것일까요? 어쨌거나 추석명절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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