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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 로 그

오징어와 블로그, 그리고 사람냄새

by 광제 2008.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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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동안을 망설이다가 ‘Feminist’님의 ‘인터넷에서 사람냄새가 납니까?’ 라는 글을 읽고는 진짜 사람냄새 뿐만이 아니고 마음과 정까지도 느낄 수 있는 게 인터넷이라고 말할 수 있기에 슬그머니 글을 써 봅니다. 무슨 얼토당토 않는 소리냐 하시겠지만 최소한 저는 마음도 느끼고 정도 느꼈습니다.



강원도는 아직도 제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남들 다 다녀온 설악산도 구경 못해봤습니다. 언젠가 시간이 허락하면 꼭 한번 가고픈 곳이 설악산입니다. 그런데 강원도의 속초에서 조그마한 소포가 하나 도착 하였습니다. 택배시스템이 아무리 발달하였다고 하더라도 강원도에서 이 곳 제주도면 대한민국 내에선 가장 먼 거리 일겁니다. 소포를 뜯어내니 속초에서 유명한 오징어 입니다. 블로그를 하면서 알게 된 선생님 한 분께서 보내주신겁니다.




평소 우리문화유산에 애틋한 정을 쏟아 오시고 블로그 세상을 통하여 이를 널리 알리고 보존을 위하여 불철주야 애쓰시는 선생님이 계십니다. 문화재에 대한 실태를 널리 알리려면 당연히 현장에서 뛰어야 하는데, 젊은 사람들도 하기 힘든 열정을 지긋하신 연세에도 불구하고 그 아름다운 뜻을 펼치고 계셔서 건강에 해가 되지는 않을까 사뭇 걱정이 되는 이때에  안그래도 보자라는 시간, 귀중한 시간을 내어 멀리 제주도에 까지 정을 보내주셨습니다.



블로그와 인연을 맺기 전 약 4년간의 피폐된 생활을 청산하고 정신건강을 찾으려고 시작한 여행과 블로그 글쓰기 날이 갈수록 빠져드는 블로거 생활은 불과 1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이제 어느덧 생활의 일부분으로 아니, 일부분이 아닌 너무 큰 부분으로 자리를 잡아 버렸습니다. 평소 모르고 지내왔던, 숨 쉬며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박한 향기, 이 모든 것들을 블로그를 통하여 하나하나 습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블로그에서 사람냄새를 느끼지 못했다면 결코 지금 이 시간에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여 글을 쓰고 있지는 않았을 겁니다. 나만의 공간을 찾아 주는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늘어가는 마력에 더 깊숙이 빠져 들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겠지만 블로그를 통하여 전해지는 동네 사람들의 애틋한 사랑이야기, 그리고 사랑이야기를 전해주는 주인공들과의 소통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까지도 블로깅을 하고 있을지 의문입니다.



오징어 한 상자,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게 어떤 것인지, 진짜 사람냄새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마음의 선물입니다. 아니 물질적인 선물이 아니어도 마음만을 전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따뜻한 세상일까요. 피자와 치킨을 익숙해져 있는 애들이 오징어를 보고는 환호성을 지릅니다. 정성스럽게 구워서 둘러앉아 씹어대느라 난리 났습니다. 오랜만에 구수한 오징어 냄새가 집안에 가득합니다. 사람냄새입니다. 2009년 새해에는 동네사람들 모두가 사람냄새가 풍기는 그런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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