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갈아 엎어진 한국의 아름다운 길
“6km 유채꽃 길 녹산로와 축구장 10배의 꽃밭 사라져”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상춘객들이 몰리는 제주도의 대표적 명소가 있는데 그곳이 바로 녹산로 일대입니다. 조천읍 서진승마장 앞에서부터 표선면 가시리까지 장장 6km, 2개의 행정시에 걸쳐져 있는 이곳은 유채꽃과 벚꽃이 함께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는 곳입니다.
몇 해 전부터는 가시리 조랑말 타운 옆 9만5천 평방미터 넓이의 대지에 유채꽃을 심어 해마다 유채꽃 축제를 개최해 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릅니다. 바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축제도 취소되었고, 밀려드는 관광객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정부의 전염병 예방 권고에 따라 때 아닌 불청객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서귀포시에서 특단의 조치로 꺼내든 것이 바로 유채꽃을 갈아엎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어제(8일) 시에서는 대형트랙터 4대와 중장비를 동원하여 녹산로 도로 6km에 펼쳐진 유채꽃과 축구장 10배가 넘는 넓이의 유채꽃밭을 모두 갈아엎었습니다.
갈아 엎기 전의 녹산로
주변에 정석비행장과 정석항공관이 건설되고 난 후, ‘정석항공로’로 불러지기도 했었지만, 2008년 제주도의 새주소위원회의에서 이도로의 이름을 '녹산로' 라고 확정하여 공고를 하였습니다. 도로의 중간에는 큰사슴이오름(대록산)과 조근사슴이오름(소록산)위치해 있고 조선시대에는 '녹산장' 이라고 부르는 말을 기르던 대규모의 목장이 있었던 점이 작용되어 '녹산로'라고 이름이 바뀌게 된 것입니다.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채꽃길이라고 알려진 녹산로는 길옆으로 유채꽃이 화려하게 피어있는 모습이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2006년,2007년 연속으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한 곳입니다.
갈아 엎기 전의 유채꽃밭, 9만5천 평방미터, 축구장10배가 넘는 넓이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이 봄의 기운을 한껏 만끽하던 녹산로 유채꽃, 올해는 코로나19사태로 인해 관광객들도 확연하게 줄고, 도민들 또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예전의 절반도 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평일에는 500여명, 주말에는 1000여명 된다고 했는데요,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꼭 이 방법 밖에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국민 모두가 외출을 자제하고 코로나 극복을 위해 힘쓰고 있는 이때, 점점 지쳐가는 심신을 달래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을 잃었다는 안타까움 때문입니다.
아래는 어제 현장의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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