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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난생처음 여자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보니

by 광제 2010.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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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택시기사가 말하는 힘든 세상, 더 힘들게 하는 것들

시골에 급한 볼일이 생겼습니다. 비록 밤늦은 시간이기 하지만 다녀와야 할 정도로 급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감기몸살을 앓아 약 기운에 약간은 혼미한 상태라 운전을 하고 간다는 것이 탐탁치가 않습니다. 망설이고 있는데 아내가 결국은 자동차 키를 빼앗아 버렸고 택시를 타고 가랍니다. 50km가 넘는 곳이라 택시비도 만만치 않게 나올 듯하지만 그렇다고 택시비 아끼자고 상태가 엉망인 몸으로 운전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택시회사로 콜을 하고는 바로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머뭇거릴 여유 없이 총알같이 달려오는 게 요즘 콜택시들이기 때문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주차장으로 내려오자마자 휴대폰이 울립니다. "택시 부르셨죠? 어디계세요?" 헛, 상냥한 여자목소리입니다. 대답을 잠시 미루고 찍힌 번호를 보니 080으로 시작되는 것을 보니 콜 번호가 맞긴 한데, 그렇다면 여성택시기사? 여자가 운전하는 택시는 처음이라 조금은 당황스럽습니다.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의 문을 열고 자세히 보니 여성운전자가 맞습니다. 시간은 이미 밤 10시를 넘어가는 늦은 시간, 여성이라면 무작정 타는 것 보다는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택시에 오르기 전에 조용히 물었습니다. "000까지 가려고 하는데, 가능 하시겠어요?" 한밤중에 장거리를 운행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인지 얼굴을 잠깐 쳐다보더니 가잡니다. 뒤쪽을 문을 열었다가 바로 닫아 버리고는 앞쪽의 문을 열고 올랐습니다. 택시기사들은 승객이 뒤쪽 보다는 앞쪽에 타야 덜 불안해 한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늦은 밤인데 수고하시네요." 인사를 건네면서 흘낏 얼굴을 보니 5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지긋하신 아주머니 기사분입니다. 부지런히 달린다 해도 4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라 가는 동안에 대화를 나누면서 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또한 난생처음 타본 여성운전자의 택시라 여자의 몸으로 험한 택시를 운전 하는 사연이 궁금하기도 하여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여자분이 운전하는 택시는 처음 타봅니다."

"아! 그래요?"

"네..힘들지 않으세요?"

"힘들어도 어쩌겠어요..먹고살려면 이일이라도 해야지요.."

"요즘 택시업계가 너무 힘들다고 하던데, 맞나요?"

"너무 힘들어 서로가 안하려고 하다보니 우리 같은 여자들에게도 자리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불황에 시달리는 택시업계. 힘든 일은 안하려는 추세로 인하여 쉽게 택시를 몰게 됐다는 아주머니는 오래전부터 운전은 해 왔던 터라 자격증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에 남편을 사고로 먼저 보내고 먹고살기 위해 남자들도 힘들다는 택시운전에 뛰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월수입을 말해줄 수 있냐는 질문에는 워낙 박하기 때문에 말하기도 창피하고 또한 그것 말해 무엇하냐며 할일 없이 노는 것 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오히려 반문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밤에 운전을 하다보면 할증도 붙고 하니 그나마 열심히 하면 괜찮다는데 문제는 밤마다 벌어지는 갖은 천태만상에 따른 스트레스입니다. 여성 운전자임을 알고 승객들이 벌이는 '추태'를 말함이었습니다.

더군다나 밤에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대부분은 술에 취한 손님들이기 때문에 이런 승객들은 거의다가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거의 없답니다.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심한 말을 걸어오는 사람, 들춰내기 싫은 가족 얘기를 꺼내며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 심지어는 어깨에 손을 걸치기도하며 데이트를 하자면서 추태를 부리는 승객들, 더군다나 이런 추태로 인하여 사고를 일으킬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랍니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강도를 당한 적이 없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아주머니는 덩치 큰 사내가 뒷자리에 혼자 앉을 때가 가장 긴장된다고 합니다. 오죽했으면 서너 명의 사내가 손을 들어 택시를 부를 때 못 본 척 그냥 지나치기도 했다는 겁니다. 이렇듯 하룻밤에도 극도의 긴장상태가 이어질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하여 일찍 일을 마치기도 한답니다. 이일은 진짜 여자가 할일이 아니라는 아주머니의 긴 한숨 속에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일을 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늦은 밤 젊은 여자승객들이 택시에 오르고는 여성운전자임을 알아차린 후 반가워할 때가 그나마 가장 기쁘다는 아주머니. 이제는 추태를 부리는 취객도 자주 접하다 보니 어느 정도는 요령이 생겨 견뎌내는 것이지 처음 택시 운전을 시작할 때만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자신을 남자 운전자들과 동등한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하는 것이 조그마한 바램이었습니다. 여성 택시운전사가 말하는 힘든 세상에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들이었습니다. 늘 안전운전 하세요. 아주머니!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파르르의 세상과만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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