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눈 폭탄 후 겨울 왕국 된 한라산, 정상 도전기

 

-폭설을 헤치며 올라야 했던 짜릿한 산행-

 

눈 폭탄으로 제주 섬이 고립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었지요.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 건 무려 32년만이랍니다. 아무쪼록 대형사고 없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게 되어 무척 다행으로 생각하는데요, 제주도의 한라산에도 아주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지난 23일 등반 통제를 시작으로 27일까지 한라산을 오를 수 있는 모든 코스가 완전 통제되었는데요, 해마다 겨울에 한라산을 올랐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한라산을 통제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무려 4일간 아무도 오를 수 없었던 한라산, 눈이 그치고 하루가 지나 28일, 그러니까 바로 어제 한라산의 모든 코스가 개방이 되었습니다. 많은 눈이 쌓여 있지만, 실시간으로 눈이 내리는 악천후가 아니면 등반을 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기에 개방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한라산을 오르려면 516도로나 1100도로를 타고 접근을 해야 하는데, 도로에는 아직도 많은 눈이 쌓여 있고 제설이 아직 진행되질 않아 차량들이 다닐 수 없게 된 것, 눈이 그치고 이틀이 지났지만 한라산으로 접근할 수 있는 도로는 꽁꽁 묶여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상 한라산은 통제가 풀렸다고는 하나 도로가 개방되질 않아 한라산은 통제된 것이나 다름없었지요.

 

처음에는 1100도로를 타고 어리목코스를 이용하여 윗세오름엘 가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도로는 완전 결빙 상태, 할 수 없이  차를 516도로로 돌렸는데요, 이쪽도 1100도로처럼 결빙 상태는 아니었지만 통제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폭설이 내린 한라산을 경험하려고 했던 계획이 무산되나 싶었는데, 가만 보니 516도로를 타고 택시들은 왕래를 하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알고 보니 왕복2차선인 516도로에 제설 작업이 한차선만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정해진 속도로 달리면서 마주 오는 차량이 있을 경우, 서로 교차를 할 수 없기에 일부 제설을 하여 도로 노면 사정은 좋아졌지만 버스를 포함한 모든 차량에 대해 통제를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손님을 태우고 성판악을 왕복하는 택시들은 운행을 하였던 것이었습니다. 끌고 간 차량은 516도로 입구에 세워두고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많은 비용이 예상되었지만 한라산을 오르겠다고 집을 나온 욕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지요.

 

 

 

성판악으로 접근 하는 길, 예상대로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도로 옆에는 지금까지 본적도 없는 많은 눈이 쌓여 있었고 길가에는 빙판길에 가던 길을 멈춰 서버린 승용차들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도로사정은 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정도의 공간만 눈이 치워진 상태였습니다.

 

 

            
눈 속에 완전히 파묻힌 차량, 이런 차량이 아주 많았었는데요, 운전자들 마음이야 끌고 가고 싶어도 어쩔 수 없었겠지만 도로를 제설해야 하는 입장에선 도로가에 세워진 차량들 때문에 상당한 애로가 있어 보였습니다.

 

 

 

제설차량이 눈을 치우고 있는 모습, 눈으로 보기에는 부지런히 치우고 있는 듯 하여 하산할 때 쯤이면 어느 정도 제설이 되어 있고 대중교통도 운행을 하겠지 했는데, 8시간이 지나도 진척된 것은 하나도 없더군요. 제주도 제설장비가 많이 모자라는 건가요? 아니면 뭔가 사정이 있어 눈을 치우지 않는 건가요? 언젠가는 제설과 관련하여 문제가 불거지진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도로에 있던 눈을 치우다 보니 이렇게 되었겠지만 성판악주차장에는 이렇게 눈이 커다란 성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상당한 높이로 눈이 쌓여 있는 성판악 주차장, 차량 주차는 원천 봉쇄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성판악 코스 입구의 모습입니다. 사전에 전화로 알아본 결과 등반은 허용하되 등반로가 다져지지 않은 상태라 스스로 러셀(길을 내는 것)을 하면서 등반을 해야 할 것이란 얘기를 들어서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는데요, 정말 전혀 다져지지 않은 험한 눈길을 타고 올라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성판악 입구가 이정도인데, 올라갈수록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감히 상상하기도 싫어집니다.

 

 

 

얼마나 많은 눈이 왔는지 눈의 무게를 못 이긴 나무들이 등반로를 가로막고 있는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물론 이를 치우거나 극복해야 하는 것도 오늘 첫 등반객들의 몫이었지요.

 

 

 

겨울왕국을 걷는 사람들, 사실 이번에 성판악을 통해 산에 오른 사람은 전부 해봐야 20~30명 정도 밖에 되질 않았습니다. 버스를 이용하려던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돌렸고요, 그나마 택시를 이용하여 이곳을 찾은 사람들입니다.

 

 

 

겨울왕국의 설경은 이곳에 와서 절정을 보여줍니다. 성판악에서 3.8km 지점에 있는 속밭입니다. 대부분 삼나무로 이뤄진 지대인데요, 삼나무 위에 그대로 내려앉은 폭설이 장관을 이룹니다. 눈의 무게를 못 이긴 나무 가지가 위태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속밭의 설경

 

 

 

속밭을 300여 미터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속밭대피소, 대피소 건물도 폭설에 뒤 덥혀 있는 상태입니다.

 

 

 

지금 우리가 가는 길이 등반로인지, 등반로를 벗어나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만 간간히 보이는 등반로 표식만이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길이 다져 있지 않아 체력 소모는 심했지만 가장 앞에 서서 가는 분은 얼마나 힘들까 생각해봅니다. 이후로는 이렇게 다져진 길로 수천의 인파가 한라산을 오르겠지요.

 

 

 

이렇게 길을 막고 있는 가지를 피해가기도 해야 합니다.

 

 

 

이번에 내린 눈은 환경이 조금 달랐나봅니다. 상고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소복이 가지에 내려앉은 눈의 형태였습니다. 마치 막대에 끼워 진 솜사탕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자연이 만들어낸 눈사람

 

 

 

눈 속에 완전히 파묻힌 한라산 숲지대입니다.

 

 

 

눈이 쌓여서 향유고래의 모습을 하고 있네요.

 

 

 

간혹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거대한 설인이 앞으로 가로막기도 했거든요.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는지 이 사진으로 잠작이 갑니다.

 

 

 

 

 

 

원래는 허리쯤에 있어야 할 등산로 표시줄, 완전히 눈에 묻혀있네요.

 

 

 

등반로를 보면 얼마나 눈이 많이 쌓여 있고 길을 내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짐작이 갈 겁니다.

 

 

 

진달래밭 대피소를 앞둔 지점, 평원이다 보니 이곳에는 더욱 더 많은 눈이 쌓여 있습니다.

 

 

 

진달래밭대피소도 겨우 이곳에 건물이 있다는 정도만 알아차릴 정도로 눈 속에 묻혀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쉬어보지도 못하고 바로 정상으로 향합니다. 몇몇 사람은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하산을 하였고 정상을 향해 오른 사람은 극히 일부분이었습니다. 때문에 이곳에서부터 정상 쪽 등반로 사정은 더욱 좋질 않았습니다. 지금 앞에 걸어가는 일행 분들이 처음 길을 내는 분들입니다.

 

 

 

 

 

맨 앞에 서신분이 앞장을 서다가 힘들면 뒤로 쳐지고, 교대하기를 수십 번, 정상을 향한 험난한 산행은 계속됩니다. 땀은 비 오듯 쏟아집니다. 하필 오늘은 다른 날과 다르게 아주 따뜻한 편입니다. 그래서 더 힘이 듭니다. 평소에도 이런 고행은 즐기는 편이라 가슴은 터질 것 같지만 아주 짜릿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상 부근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줄지어 오르는 사람들이 눈에 띠어야 할 지점, 하지만 아무도 보이질 않습니다.

 

 

 

등반로 상황은 정말 좋지 않습니다. 발이 푹푹 빠지기 일쑤고, 데크를 벗어난 발이 옆으로 빠져 넘어지기를 수 십 번이었습니다. 기억으로라면 90년대 중반쯤에 이런 산행을 한번 했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짜릿한 산행을 해봅니다.

 

 

 

들고 있는 스틱을 꼽아봤습니다. 눈의 힘 때문에 더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겠지만, 대충 손으로 눌러도 이정도입니다.

 

 

 

선두로 오르는 사람이 저 만치 가고 있고 간격을 두고 천천히 설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등반로는 아예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안전표시줄 하나 의지, 앞선 사람의 발자국을 그대로 밟고 오릅니다.

 

 

 

가마득히 경사를 이루고 있는 정상부근, 마치 에베레스트의 설산을 오르는 느낌입니다.

 

 

 

 

정상입니다. 평소 같았으면 사람들이 가득해야 할 곳이지만 오늘 만큼은 이렇게 소수만이 주인공입니다.

 

 

 

정상 백록담의 풍경도 담아봅니다. 강풍을 동반한 폭설이어서 그런지 정상부근에는 그렇게 많은 눈이 쌓여 있지는 않았습니다.

 

 

 

쉬지도 못하고 무거운 몸 실어 옮겨준 두발, 고생했어~!

 

 

 

이제 하산합니다. 정상이 이곳에 있기에 잠시 머물다갑니다.

 

 

 

하산 후의 성판악, 예상대로라면 제설이 어느 정도 되어 있고 대중교통이 운행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아직도 제설은 더디기만 합니다. 알아보니 아직도 통제 상황, 오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시내로 향합니다. 힘은 들었지만, 최고의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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