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달오메가, 삼박자가 맞아야만 볼 수 있는 제주도의 월출
"성산일출봉에서 맞이한 월출과 달오메가"
며칠 전에 한라산에서 설경을 만끽하고 1100도로를 타고 내려오던 중 쾌청하게 맑은 날씨를 보니, 얼마 전에 계획했던 일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지인과 함께 달이 솟아오르는 장면을 찍어보자는 것이었지요. 날씨도 관건이지만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야만 담아낼 수 있는 월출, 잠시 차를 세우고 조건 검색에 들어갑니다.
당장 확인해야 할 것이 바로 달이 뜨는 시간입니다. 보통, 달은 해가 떨어지기 전에도 뜰 수 있기 때문에 월출 모습을 담기 위해서는 해가 완전히 떨어진 깜깜한 시간대여야 합니다. 둘째는 월출을 담고자 하는 날짜가 음력 보름이어야 한다는 것, 최소한 보름에 가까워야 둥근달을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조건은 날씨입니다. 달이 떠오르는 수평선 또는 지평선 부근에 구름이 없는 맑은 날씨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검색을 해본 바로는 거의 완벽하게 조건을 맞췄더군요. 촬영한 날짜가 바로 3일전 일요일이었으니 이날 달이 뜨는 시간을 보니 저녁 8시 51분, 두 번째 조건인 음력날짜는 12월18일, 16일이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만 해도 제법 둥근달을 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관건이 바로 날씨였는데요, 제주시에서 저녁 7시까지 기다리면서 동쪽 지역의 날씨를 확인해보고는 구름이 없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바로 달려갔습니다.
지인과 함께 달려간 곳은 성산일출봉입니다. 항상 새해가 되면 첫 태양이 떠오르는 명소로 유명한 성산일출봉, 바로 그 자리에서 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눈으로 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렐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출의 명소이기도 한 성산포에서의 달뜨는 장면 포인트는 바로 광치기 해변입니다. 일출의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성산일출봉의 날씨는 아주 좋았습니다. 구름 한 점 없고 별이 총총한 밤하늘입니다. 도착한 시간이 8시, 아직 50여분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저녁을 못했기에 근처 음식점에서 따뜻한 우동으로 속을 채우고 준비에 들어갑니다.
달이 떠오르는 장면, 실수 없이 한방에 바로 월출을 담기위해서는 준비가 철저해야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했어도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수평선에서 바로 달이 떠오르는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 있는 지점에서 일출봉 뒤로 달이 떠오르거나, 또는 일출봉과 아주 떨어진 지점에서 달이 떠오른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는 일출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착해서 지금 서 있는 곳의 GPS를 확인하고 조금씩 자리를 옮겨가며 성산일출봉을 살짝 비켜서 달이 떠오르는 지점이 시야에 들어오도록 포인트를 맞추고 카메라 삼각대를 거치합니다. 달이 뜨는 방향과 시간대를 파악하고 삼각대를 거치하는 과정은 관련 어플들이 잘 나와서 큰 불편 없이 파악이 가능했습니다.
삼각대를 거치했으면 지체 없이 촬영준비에 들어가야 합니다. 달과 태양은 솟아오를 때 그 성격에 있어 아주 다르기 때문입니다. 태양은 모습을 드러내기 한참 전부터 붉은 기운을 가득 머금고 잠시 후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지만, 달은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어어? 하는 사이 한순간에 불쑥 솟아오르기 때문입니다. 붉은 기운도 느낄 수 없이 쑥 올라와 버립니다. 이날 월출시간이 8시51분이라면 이전에 완벽한 준비를 하고 앵글을 맞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쉽게도 카메라 렌즈를 바꿔 끼고 초점과 포인트를 맞추면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수평선으로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달의 모습은 찍지를 못했습니다. 정말 찰나의 순간 어어? 하는 사이에 올라와 버린 것이지요. 마음이 급해졌지만 침착하게 초점과 스텟을 맞추고 촬영에 들어갑니다.
처음 몇 컷은 실패를 하고, 감도와 셔터스피드를 재빠르게 조절하면서 원하는 그림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다행히도 애초 목적인 달오메가를 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달이 떠오르는 신비스런 월출모습, 거기에 수평선이 깨끗한 조건을 충족해야 가능한 달오메가, 그 감동의 순간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달이 수평선에서 솟아오르는 광경입니다. 처음 몇 컷은 실패를 하고 그나마 잘 담아낸 사진입니다. 왼쪽에 보이는 사물이 성산 일출봉입니다. 우선은 달오메가를 선명하게 담아내기 위하여 처음부터 200mm 망원을 장착하였습니다. 더 크게 보여드리려고 크롭을 하려 했지만 노이즈가 심해져서 원본 화각 그대로 보여드립니다.
오메가에서부터 수평선위로 솟아오르는 장면을 연속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앞서 음력 날짜가 보름이 아니라는 것이 아쉽다고 했는데요, 달이 가장 둥근 모습을 보일 때에는 15일(보름)이 아니라, 그 다음날인 16이라고 합니다. 아주 둥근 달에서 이틀이 지난 것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달의 모습이 완전히 차 있는 모습이 아니라, 약 80~90%정도 차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지금 보니 완벽한 보름달보다는 오히려 이렇게 덜 찬 모습이 정감이 가고 좋습니다.
월출이 매력이라면 한 가지가 더 있는 것 같습니다. 태양은 솟아오르면서 빠르게 빛이 강력해져서 그 감동이 오래가지 않지만, 달은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달빛이 오래도록 그 여운을 유지해줍니다. 때문에 자리를 쉽게 뜰 수 없는 감동이 있다는 것입니다.
성산일출봉 위로 별이 빛나는 광경까지도 선명하게 담을 수 있었던 맑은 날씨였습니다.
일출봉과 둥근달, 그리고 밤하늘의 별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날 달 분화구가 담긴 사진도 보여드리겠습니다. 분화구를 실감나게 보여드리려면 어쩔 수 없이 크롭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200mm망원으로 촬영하고 크롭을 했습니다. 달 분화구를 담으려면 셔터스피드를 빠르게 가져가야 합니다. 달이 은근히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조금만 느려도 달 표면이 뭉개지기 때문입니다.
성산포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어선들과 함께 담아봤습니다.
밤하늘의 별이 너무 아름다워서 담아본 장면입니다. 찾으셨나요? 별자리를 찾으신 분은 안목이 좋으신 분입니다.
언젠가는 해봐야지 했던 장면, 무엇보다도 조건이 까다로워서 준비를 잘해야 했던 월출장면, 이 정도면 훌륭히 미션을 완수했다는 느낌인데요, 한해가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그 감동이 배가되는 느낌입니다. 얼마 전 붉게 타오르는 태양의 보면서 한해의 소망을 기원했지만, 달뜨는 광경도 그에 못지않은 것 같습니다. 근사한 월출의 모습과 함께 정유년 한해 소망 이루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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