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로 보낸 고사리나물의 사연

사는 이야기 2017.09.06 07:46 Posted by 광제(파르르) 

       



청와대로 보낸 고사리나물의 사연

딱 한마디만 하고 정치적인 부분은 언급을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알고 지내는 동생 중에는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를 진짜 좋아하는 이가 있습니다. 나의 행동을 본 동생이 그러더군요. 자신은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형의 마음 그리고 국민들도 그런 마음을 갖는 사람들이 진짜 많을 것인데, 국민으로서 한 지도자를 그렇게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고, 그런 염원들이 모여서 이번 정권은 정말로 잘될 거 같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누구를 지지하느냐를 떠나 진심이 느껴지는 말이었습니다.

5월10일은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19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날이기도 합니다. 인수위도 없이 바로 시작된 국정, 첫날의 파격적인 행보에서부터 국민들은 열광하기 시작했고, 저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은 응어리진 한을 풀어내듯, 감동의 눈물을 보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제야 정말 나라다운 나라, 정의가 바로서는 나라, 그저 한사람 바뀌었을 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소식들을 보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눈가에 촉촉하게  눈물이 고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요. 안도의 눈물이면서 많은 국민들이 저와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꿈같은 며칠이 흘러 대통령께서 취임한지 3일째가 되던 날이었습니다. 문득 그곳으로 가보고 싶었습니다. 제주도 저의 집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는 문재인대통령과 여사님께서 다녀가셨던 곳이 있습니다. 18대 대선 직후인 2013년 3월2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5일째 되는 날, 조용히 찾아와 대선 패배의 아픔과 시름을 달래셨던 곳입니다.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은 곳, 옛 탐라의 국왕이 3일 동안 제사를 지낸 곳으로 알려진 이곳은 유유자적 산책을 즐기기에 좋을 뿐 아니라, 굼부리 안에 서면 속세와 단절된 듯 세상의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숙연해지며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 곳입니다.

대통령의 자취와 사연이 깃들어 있는 곳이라 그 감회와 기운도 느껴볼 겸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그곳은 예상대로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숲길은 유난스럽게도 푸르름과 신록의 거침 호흡을 토해내고 있었고, 나무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하늘은 왜 그리 높고 청명했는지요. 얼핏 신화 속 신비스런 경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대통령과 여사님께서 거닐었던 그 길을 조용히 걸어 내려갔습니다. 얼마를 걸었을까. 쭈뼛 쭈뼛, 발아래 풀 속에서 돋아난 식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는 고사리였습니다. 시기는 바야흐로 고사리 철이었습니다. 하지만 끝물이었고 무엇보다 이런 곳에 고사리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습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고사리의 품질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입니다. 해마다 고사리 철만 되면 고사리를 채취하러 다녔지만 이곳처럼 품질이 좋은 고사리는 처음 봤습니다. 풀 사이에서 도드라지게 곱게 솟아 오른 것 하며, 유난히 길고 부드러워서 손으로 꺾는데도 그렇게 느낌이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발길이 움직이는 데로 고사리를 꺾다보니, 도무지 그냥 두고는 갈수가 없겠더군요. 아내와 나는 난데없이 고사리채취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이때 머리에 스쳐가는 느낌, 이쪽으로 오게 된 이유도 그렇고, 때 아닌 고품질의 고사리가 눈에 띠었던 것도 그렇고, 모든 일이 예사롭지만은 않았습니다. 몸에 좋은 산나물이지만, 내가 먹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아내에게 얘기를 했더니 좋은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고 대통령께서는 청와대 직원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로 전 국민들의 관심을 받을 때였고, 식사는 제때에 하시는 건지, 저러다 몸이 상하시는 건 아닌지, 좀 쉬시면서 일을 하셔야 할 텐데 하면서 많은 걱정을 할 때였습니다.

청와대로 물건을 보냈을 때, 까다로운 검열을 비롯하여 제대로 전달이 될지 아니면 근처에 가보지도 못하고 돌아올지에 대해선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분이 건강한 산나물로 단 한 끼라도 식사를 했으면 하는 마음 하나밖에 없었으니까요. 

예사롭지 않은 일은 그 후에도 눈앞에서 벌어졌습니다. 허리를 펼 새도 없이 얼마나 꺾었을까. 숲속 어디선가 인기척이 나더니 연세 지긋하신 할아버지 한분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하십니다.

 “여기 고사리는 6월 고사리인데 벌써 나왔네...”

다른 들판의 고사리는 4월에서 5월초까지가 제철이라면 이곳은 6월에야 고사리가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냐고 대답을 하는 사이 잠깐의 틈도 주지 않고 숲속으로 홀연히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육감이란 건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난데없이 눈에 띠었던 고사리도 그렇고, 홀연히 나타난 할아버지에 6월에야 돋아난다는 고사리가 5월 중순에 돋아난 것 또한 범상치 않은 일, 돌이켜보니 내가 먹어도 될 평범한 고사리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꺾었다 싶었을 때 산을 내려왔죠. 집에 오자마자 냄비에 물을 끓이기 시작했고, 채취해온 고사리를 정성스럽게 손질하여 데쳤습니다. 그리곤 양지 바른 곳에 고사리 줄기 하나씩 가지런히 펴서 널기 시작했습니다. 보통의 고사리처럼 막 널고 싶지는 않았고 마음과 정성을 조금이라도 더 보태고 싶었습니다. 왜 그렇게 어렵게 말리냐고 동네 아주머니가 그러더군요.

그런데 이 고사리가 말입니다. 말리면 사실 얼마 되지 않습니다. 바싹 말리고 나서 보니까 누구한테 선물을 드릴만한 양이 되질 않는 겁니다. 안되겠다 싶어 며칠 후, 아침 일찍 다시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아내도 집에 두고 혼자 나섰습니다.

이틀에 걸쳐서 채취한 고사리양이 어느 정도 되었으면 다행인데, 모아놓고 보니 또 성에 차질 않는 겁니다. 그 다음날 또 혼자서 집을 나섰습니다. 그렇게 해서 3일을 채취하고 나서야 많지는 않지만 선물포장이 가능한 양이 나오더군요. 그러고 보니, 탐라국왕이 3일 동안 제를 드렸던 곳엘 고사리 채취를 위해 3일 동안 발걸음을 했다는 것이 또 우연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손질한 고사리를 포장할만한 상자를 구하고, 대통령 내외가 찾았던 그곳의 사진도 몇 장 찍어서 인화까지 마쳤습니다. 사진으로나마 오랜만에 그곳을 보시면 감회가 새로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편지지를 사려고 문방구로 달려갔습니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예쁜 편지지는 많이 있는데, 옛날에 쓰던 손 편지지는 눈에 띠질 않았습니다. 요즘은 그 편지지 쓰는 사람이 없어서 깊숙한 곳에 보관한다며 어렵게 꺼내주더군요. 그렇게 구입한 편지지에다 그 동안의 사연을 손 글씨로 써내려갔습니다. 편지지 6장이나 되더군요.

한 끼라도 건강한 식사를 하셨으면 좋겠다는 바램과 함께 좋은 나라로 만들어 주십사 하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5년 뒤 이웃집 아저씨 아주머니처럼 우리 곁으로 건강하게 돌아와 주십사 하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가지런히 정성스럽게 손질한 고사리와 함께 사진 3장, 그리고 사연을 적은 손 편지지까지 곱게 포장을 하고는 우체국을 찾아 김정숙 여사님 앞으로 발송을 마쳤습니다. 청와대로 보내야 하나, 대통령께 보내야 하나 고민을 거듭하다가 아무래도 여사님께 보내는 것이 가장 현명하리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나름 정성스럽게 보내는 것이지만, 청와대라는 곳이 어떤 곳입니까. 국민들이 보내는 선물이라고 덥석덥석 받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누구나 할 것입니다. 보안상 철저한 검열을 거쳐야 한다는 것도 기본입니다. 대부분의 물건들이 되 돌아온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랬습니다. 내가 보내드린 물건이 대통령께 전달이 안 되고 그냥 돌아오더라도 조금의 미련도 아쉬움도 두지말자고 마음은 먹었습니다. 다만 내가 대통령을 위해서 쏟았던 이 정성과 마음하나 만으로도 잠시지만 행복했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딱 취임 100일째에 청와대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참으로 절묘하지요. 집에 와보니 현관에 붙어있던 등기 도착 안내문, 발신지가 청와대였습니다. 나에게 심쿵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떨리는 심정으로 우체국으로 달려가 받아든 등기우편물의 내용은 고사리를 잘 받았다는 여사님의 편지였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보내드린 고사리도 대통령 내외께서 잘 드셨을 겁니다. 대통령님 그리고 여사님, 항상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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