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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상 김만덕, 전복을 꼭 말려야 했던 이유

by 광제 2010.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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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상 김만덕, 전복을 꼭 말려야 했던 이유

불꽃 튀는 전복싸움이 볼만합니다. 거상 김만덕의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두 상단이 청나라와 3년 동안 전복을 거래하는 교역권을 놓고 이에 승리하여 상권의 기선을 쥐려는 싸움이 그것인데, 이 싸움은 곧, 지난주에 평시서 관리인 김응렬과 정홍수가 제주관아와 일부상단이 행하여 온 악습을 폐하여 제주백성들이 겪어 왔던 고초를 조금이라도 덜어주려 하던 제도개선이 무위로 돌아가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공물비리를 조사하러 제주에 내려와 빈손으로 돌아간 김응렬이 결국 조정에서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반대로 형조판서 정도웅은 힘을 얻습니다. 이는 자신이 뒤를 봐주고 있던 서문객주를 위한 새판 짜기에 들어가는데, 그 첫 번째 계획이 바로 청나라와의 교역에 사용할 전복을 제주에서 충당하고 또한 그 전복의 거래를 맡을 상단으로 자신들이 뒤를 봐주고 있는 서문객주가 선정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지난 주말 방송된 13,14회의 드라마에서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전복'입니다. 이는 전복이라는 해산물이 당시로서는 상단의 운명을 쥐락펴락 할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던 귀하고 값이 나가는 물건이었음이 드라마에서 잘 드러납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당 시대의 상단에서는 우리가 쉽게 보아오던 날전복이 아니고 대부분이 말린 전복을 취급합니다.


날전복에 입맛을 들인 요즘 사람들은 얼핏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과거에는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신선도가 생명인 전복이 남해나 제주에서 임금이 있는 궁으로 가기 위해서는 시일이 지체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해결할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었던 것도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과거 임금들은 오돌오돌 씹히는 날전복의 신선한 맛은 느껴보지 못했을듯하여 조금은 안타깝긴 하지만, 말린 전복의 효과를 알고 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전복을 가리켜 우리는 보통 '패류(貝類)의 황제'라고도 합니다. 그만큼 식용어패류 중에서는 따라올 종류가 없는 최고 중에 최고입니다. 더욱이 중국의 진시황이 불로장생의 명약으로 애용했다고 하는데, 당시 조선의 제주도산을 유난히 즐겨 찾았다고 합니다. 전복은 특히 내장에 들어 있는 아르기닌(arginine)이란 아미노산성분은 남성들의 정력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 전복회를 먹는 사람들이 짙은 초록색의 내장을 먹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기도 합니다.


청정해역의 바다에서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갈조류만을 먹고 자라 내장에서 해초냄새가 느껴지는 것이며 비타민이나 칼슘, 그리고 인과 같은 미네랄이 풍부해 바다의 영양 덩어리라고도 부릅니다. 눈이 침침하고 뻑뻑한 시신경 피로 증세 회복과 단백질이 많고 지방이 적어 간 기능 회복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여성들에게는 피부미용과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며 산모가 젖이 나오지 않을 때 전복을 고아 먹으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전복이 귀한 음식이다 보니 궁중에서 많이 애용할 수밖에 없었고, 드라마에서 보듯이 말린 전복을 왜 그토록 최고의 상품으로 쳤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보면 전복을 복어(鰒魚)라는 이름으로 소개하였는데, 여기서 "살고기는 맛이 달아서 날로 먹어도 좋고 익혀 먹어도 좋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말려서 포를 만들어 먹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전복의 내장 또한 "익혀 먹어도 좋고 젓갈을 담가 먹어도 좋으며 특히 종기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과거의 임금들은 잘 씻지도 않고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 등에 종기가 발생하여 오래 살지 못하였다 하는데,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전복을 말려 먹는 가장 큰 이유로는 말렸을 때 발생하는 '타우린' 성분 때문입니다. 강심제로 널리 알려진 타우린은 콜레스테롤과 중성 지방을 감소시켜주고 혈압을 적정상태로 유지하여 동맥경화, 고혈압, 뇌졸증, 심부전 등 성인병에 효과가 있는데, 전복을 찐 다음 말렸을 때 표면에 생긴 하얀 가루가 바로 타우린 성분입니다. 말린 오징어의 표면에 하얗게 묻어있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드라마에서 전복을 찌고 말리는 과정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지만 실제와는 조금 다른 부분도 발견되었습니다. 전복은 약간의 영양가가 낮아지는 것을 감안하고 쪄서 말리는 것은 타우린 때문인데, 드라마에서는 전복을 끓는 물에 집어넣었다가 건져내는 것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버리면 전복 특유의 영양성분도 날아가 버리고 특유의 맛도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채를 받치고 물이 닿지 않게 김으로 쪄야합니다.

한편, 드라마 13회와 14회에 걸쳐 두 상단간에 벌어진 청나라 교역권 다툼에서는 동문객주가 승리를 하였습니다. 정도웅이 뒤를 봐주고 서문객주가 이기도록 각본을 짜고 판을 벌여 놓았으나 일본을 끌어들이며 잔꾀를 부린 서문객주의 문선이 결국에는 자기꾀에 자기가 넘어가게 되고, 동문객주의 만덕은 백소례의 전복건조기술과 강유지의 결정적인 도움으로 값진 결과를 얻어내게 됩니다. 만덕이 본격적인 장삿꾼의 길로 접어 든 후 처음가진 문선과의 싸움에서 기선을 제압했는데, 만덕의 힘으로 동문객주는 앞으로 3년간 청나라와 교역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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