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가 살아 돌아 온 필리핀 세부 여행기

13년 전, 신혼여행을 앞두고 아내가 몸이 아프는 바람에 이미 계획하고 있었던 여행을 일정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었던 기억, 때문에 신혼여행 한번 제대로 다녀오지 못했다는 사실이 늘 아내에게는 미안했었답니다.

아내는 원체, 여행하고는 체질상 맞질 않았던지 가까운 지역일지라도 하룻밤 묵어야하는 여행일정이라면 늘 배앓이를 하며 같이 간 일행의 애간장을 녹이는 스타일이긴 하였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해외여행의 기회를 무산 시키고 싶진 않았지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는 아내에게는 일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나에게는 처음으로 아내와 단둘이서 오붓하게 며칠 동안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 더욱이 남들은 다가는 해외신혼여행을 다녀오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만회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입니다.

지난주, 5일간의 일정으로 필리핀 최고의 휴양지라고 일컫는 세부(CEBU)를 아내와 단둘이서 다녀왔답니다. 출발하고 돌아오는 일정을 빼고 나면 현지에서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일정은 3일에 불과하지만 동남아 최고의 휴양지로 손꼽히는 세부로의 여행은 비행기의 항공 스케쥴이 나오면서부터 기대가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더군요. 세부지역의 자연환경은 제주도와 비슷해서 제주도 사람이 여행지로는 조금 그렇지 않나? 하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자연경관만을 보려고 떠나는 것은 아니지요. 듣기만 했었던 그 지역의 문화와 풍습, 그리고 먹을 것도 현지 식으로 해결하고 가능하다면 생활상까지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여행이 될 거라는 생각에 간단 비상약품과 옷가지 몇 개만 챙겨들고 떠났습니다.


처음 본 세부하늘의 풍경

하지만 여행 첫날부터 혼쭐이 나고 말았답니다. 그동안 여러 매체에서 보아왔던 그림 같은 풍경에 너무 기대가 컷던 것일까요. 도착한 시간이 한밤중이라 숙소에 짐을 풀고 맞이한 첫날 아침 막탄 세부의 하늘은 짙게 깔린 먹구름에 어두컴컴한 날씨, 더욱이 강한바람에 바다위의 높은 파도, 마치 폭풍전야를 보는 것 같았답니다.

<세부일정 중 최악이었던 호핑투어, 기억에는 오래 남을 듯>
 
무엇보다도 첫날 오전 일정에 호핑투어가 잡혀 있어서 잔뜩 흐린 날씨는 사람의 마음을 더욱 착잡하게 만들었는데요, 급기야 숙소를 나서면서부터 하늘에서 빗줄기가 투둑투둑 떨어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비 날씨에 강한바람, 그리고 높은 파도, 세부에 오기 전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의 바다 속 체험은 물 건너 갈판입니다.

비가 내리는 세부

험난한 일정을 예고하는 높은 파도의 세부 바다

어찌되었건 어렵사리 방카에 몸을 실어 스노쿨링을 위한 모처로 이동을 시작, 애초에 약 15분이면 도착한다던 목적지는 높은 파도 때문에 무려 30분이나 걸렸고, 악조건 속에서도 스노쿨링과 낚시 체험, 그리고 식사일정까지 모두 소화하는 데까지는 그런대로 별 어려움이 없었지요.


파도와 날씨 때문에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호핑투어

그런데 호핑투어를 마치고 본섬으로 귀환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겁니다. 강한바람과 높은 파도, 그리고 빠른 조류 때문에 타고나갔던 방카를 접안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타고나갈 때부터 파도를 뒤집어쓰며 어렵사리 방카에 올랐는데, 돌아올 때는 포구에 접안을 할 수가 없어 내리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포구에 접안을 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

바나나보트를 타고 가까스로 방카에서 탈출

방카를 움직이는 네 명의 도우미들이 무던히 애를 쓰면서도 수차례 걸쳐 시도한 접안은 계속해서 실패로 돌아가고 이렇게 본섬을 코앞에 두고도 발만 동동 구른 시간만 40여분, 이러다간 꼼짝없이 바다 위에서 고기밥이 될 신세입니다. 궁여지책으로 평소에는 방카를 대지 않는 얕은 지대로 가까스로 방카를 움직인 끝에 현지인들도 처음 시도를 해본다는 바나나보트로 옮겨 탄 후에 포구에 내릴 수가 있었답니다.

<배앓이를 시작한 아내, 여행이 고행으로 바뀌는 순간>

간밤에 잠자리를 들면서 조그마한 소망이 있었다면, 제발 밝아오는 아침에는 세부 특유의 화창한 날씨를 보여 달라는 것이었답니다. 하지만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지요. 눈을 뜨자마자 커튼을 젖혀 바깥 날씨를 보니, 날씨는 여전히 잔뜩 흐린 날씨입니다. 제주도에서 온 것을 알고는 심통을 부리나 싶더군요. 다시 배를 타고 떠나야 하는 일정인데 높은 파도를 생각하니 참 암담하더라구요.


세부항을 떠나 보홀섬으로 향하는 여객선
 
우산에 일회용 비옷까지 챙겨들고 세부 본섬으로 이동, 세부항에서 보홀섬으로 떠나는 여객선에 몸을 실었습니다. 세부항에서 보홀섬까지는 쾌속선을 이용해서 달린다고 해도 무려 2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더군요. 문제는 이른 아침부터 슬슬 배앓이를 시작한 아내가 걱정입니다. 급격한 환경변화를 적응하지 못하는 탓이지요. 결국, 배 위에서의 두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는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웃는 얼굴이 고왔던 보홀섬 로복강에서의 소년

보홀섬의 미스테리, 초콜릿 힐

보홀섬을 돌아보는 내내 아내는 거의 모든 음식을 입에 댈 수도 없었지요. 그나마 악조건 속에서도 아내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맘에 들어 했던 곳이 보홀섬이다 보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빠듯한 일정 탓에 보홀섬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니 못한 것이 무척 아쉬웠지만 향후 5년 안에 '여행 시 꼭 가봐야 할 섬'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보홀섬은 진주의 나라 필리핀의 또 다른 진주임에 틀림없어 보이더군요.

'사람이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다'라는 말이 새삼 생각나더군요. 막탄 세부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눈을 뜬 아침, 세부 지역 특유의 화창하고 맑은 날씨가 숙소앞 바다위에 펼쳐진 것입니다. 늘 보아오던 옆서 같은 풍경은 아니지만 앞선 이틀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는 화창한 날씨입니다.

본래의 세부 모습을 보인 마지막 날 아침 풍경 

그런데 어쩐답니까. 마지막 날 일정은 날씨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필리핀의 문화와 유적지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짜였는데 말입니다. 오히려 이런 일정이라면 날씨가 조금은 시원한 맛이 있으면 더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걸 보니 사람 마음이란 게 참으로 간사합니다.

마지막 날 식사 또한 현지 식 고집을 버리고 한식당을 찾아다녀야만 했답니다. 배앓이를 하는 아내 때문이었지요. 사전에 세워두었던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것도 어찌 보면 여행의 묘미입니다.

예상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펼쳐졌던 현지의 날씨, 의도하지 않았던 환경과 전혀 다른 세상과의 만남,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익숙하지 않았던 초짜 여행자에게는 이번 5일간의 세부여행이 오히려 더욱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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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s://4486kmj.tistory.com BlogIcon 사랑해MJ♥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르르님은그래도 보홀까지 다녀오셨네요 ㅎㅎ
    타시어도 보셨나요?? ㅎㅎ
    어휴.. 고생이셨다니..
    하늘사진에 정말 깜놀이네요
    비..정말 하늘에 구멍난듯 내리죠? ㅠㅠ

    2011.05.30 09:25 신고
  3. 그린레이크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구 ~~간만에 하신 여행이
    날씨가 고르지못해서 우째요~~
    사실 저두 어디가면 첫날은 배앓이를 하는 사람이라
    꼭 약을 챙겨가요~~장이 민감하신 분들이 그럴수 있으니
    다음번에 꼭 미리미리 약을 챙기셔요~~

    2011.05.30 09:38
  4. Favicon of https://oks03.tistory.com BlogIcon 산들강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는다는 것은 두가지죠.
    아주 좋았거나 아주 나빴거나... 그 중 별로인 날이었군요.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ㅎㅎㅎ

    2011.05.30 09:51 신고
  5. Favicon of https://donghun.kr BlogIcon 멀티라이프  수정/삭제  댓글쓰기

    크하.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군요.

    해외가서 날씨 안좋으면 정말 성질이 나는데 말이죠 >.<

    2011.05.30 10:00 신고
  6. Favicon of https://qtotpz.tistory.com BlogIcon 윤뽀  수정/삭제  댓글쓰기

    배앓이는 여행의 복병... ㅠㅠ
    가기 전엔 모르니 참 답답할 것 같아요
    저는 다행이 아직 특정 지역에 가서 배앓이를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2011.05.30 10:13 신고
  7. Favicon of https://marketing360.tistory.com BlogIcon 미스터브랜드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찌 파르르님과 제가 이렇게 똑 같은 일을 겪었을까요.
    저두 가족과 함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제주도에 있었거든요.
    해를 하루도 못 봤답니다.ㅠㅠ 파르르님 뵙고 싶었는데 세부로
    가시는 바람에 얼굴도 못 뵜네요. 여하튼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조만간에 얼굴 함 꼭 뵈요.^^

    2011.05.30 11:25 신고
  8. Favicon of http://alladidas.com/ BlogIcon adidas all in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 여행이 되겠네요,ㅎ
    이렇게 힘든 여행이 은근 기억에 잘 남는 것 같아요 ㅎ

    2011.05.30 11:33
  9. Favicon of http://blog.daum.net/capri1 BlogIcon 사랑스런 그녀의 행복한 집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새 세부여행기가 많이 올라오네요.ㅎㅎ
    여행은 항상 계획대로 되지 않죠..
    매번 가면서 매번 느낍니다..
    제 동생도 배앓이를 하는 편이라
    너무 멀리 오지쪽은 못간답니다.ㅎㅎ

    2011.05.30 11:39
  10. Favicon of https://yongphotos.com BlogIcon 용작가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이 자극적이라 살짝 걱정하고 들어왔는데,,
    다행이 큰일없으셔서 다행입니다^^
    하늘이 잔뜩 흐렸지만 그 나름데로 운치있네요^^
    즐감하고 갑니다~*

    2011.05.30 12:17 신고
  11. Favicon of http://blog.daum.net/teriouswoon BlogIcon 테리우스원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행입니다
    항상 좋은 여행이 되시길
    건강하시고 즐거우시길

    행복하세요 파이팅 !~~~~

    2011.05.30 14:53
  12. Favicon of http://blog.daum.net/cola1018 BlogIcon 바람될래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부..
    잘다녀오셨네요..^^
    고생은 했어도
    오빠가 들려주는 세부 여행기 기대해봅니다..

    2011.05.30 16:21
  13. Favicon of http://blog.daum.net/yeshira BlogIcon 심평원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구구.... 배안에서 우째 버티셨는지.... ㅠㅠ
    지나고나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될 것 같아요~
    그래도 마지막날에는 날씨가 좋아서 다행입니다. 으흐흐~~~~
    잘 보았습니다 ^^

    2011.05.30 16:41
  14. Favicon of https://bloping.tistory.com BlogIcon 새라새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고행도 현재 살아 있으니 다 추억이 되는거겠죠..

    2011.05.30 17:47 신고
  15. Favicon of https://min-blog.tistory.com BlogIcon 백전백승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구에 배를 접안하려는 것을 보니 시원한데요. 그 사람들은 시원하지 않겠지만요.

    2011.05.30 17:57 신고
  16. Favicon of http://blog.daum.net/aracsi BlogIcon aracsi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나..고생하셨습니다..
    아오~ 저는 물을 무서워해서 아마 울었을것 같네용,,ㅎㅎ

    2011.05.30 18:55
  17. Favicon of https://junke1008.tistory.com BlogIcon mami5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유~궂은 날씨에 여행을 망친거나 같으네요..
    세부라면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가 눈에 보여야 되는데..
    이것두 좋은 추억의 하나네요..^^
    피르르님 그동안 잘 계셧지요..^^
    한주도 좋은시간 되세요..^^
    덕분에 세부여행 잘 보고갑니다..^^

    2011.05.30 20:38 신고
  18. Favicon of https://neonastory.tistory.com BlogIcon 네오나  수정/삭제  댓글쓰기

    날씨만 좋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두 분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셨으니
    그것으로 좋은 추억만드셨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보고 싶은 섬은 보셨으니 다행이구요 ㅎ

    2011.05.30 20:53 신고
  19. Favicon of http://unicorns7.blog.me BlogIcon 걸신  수정/삭제  댓글쓰기

    형수님과 함께 한 첫 해외여행이었는데 고생이 많으셨네요....
    그래도 세월이 흐르면 이것도 추억이 되겠지요....^^;;

    2011.05.30 21:37
  20. 해피송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생 많으셨군요. 무사귀환을 환영 합니다.
    애구 해외에서 약은 최고의 매실액기스 원액을 가지고 다니라니까요...
    그래도 좋은 여행 구경은 잘 하고 오신거죠.
    다음편을 기대 합니다

    2011.05.31 09:39
  21. Favicon of https://somdali-photo.tistory.com BlogIcon 솜다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세부 가보고 푸내요..
    초콜릿 힐... 참 신기한듯..^^

    2011.05.31 12: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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