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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이게 사람 살아가는 현장이다.

by 광제 2008.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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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 힘들다 하여도 내일의 희망을 위하여 오늘도 철야를 지새운다.


진절머리 나는 정치에 대한 불신,

하루 하루가 견디기 힘든 서민경제,


예년에 비해 유난히 추운겨울 보내야 할 것 같은 2008년 겨울, 지겹도록 차가운 밤바람을 이겨 내려고 옷을 껴 입고 또 껴입어도 여민 옷깃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밤새워 싸워야 하는 철야의 삶의 현장,  빠르다면 빠르고 늦었다면 늦은 밤 10시 차를 몰아 간 곳은 항구마을, 도심의 불빛은 이미 시들어 하나둘 꺼져만 가는데 유난히 반짝이는 불빛 아래에서 숨 쉴틈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기나긴 시간, 해풍과 파도와 싸우던 어선들이 기우뚱거리며 항구로 하나 둘 접안이 시작되고 칠흑 같던 항구의 차가운 시멘트 바닥은 금새 불야성을 이룬다.
    
차가운 바닷바람은 수그러 들줄 모르고 오히려 더욱 기세를 올린다. 접안이 완료된 어선들에서 그물이 내려질 채비를 하고 있고 이를 기다리던 수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면서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그물에 걸린 물고기들을 털어내기 위한 준비 작업인 것이다. 


이제 수 많은 세월 천직처럼 살아온 어촌마을 사람들의 능수능란한 손놀림에 떨어져 나갈 그물에 걸린 물고기들이다.
 

혈기 왕성한 젊은 사람들 같으면야 까짓거 늦은밤 바닷바람이 대수랴 마는 얼핏 보아하니 노년의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대다수다. 조금만 찬바람을 맞아도 뼛속 깊숙이 시려움이 파고 드는 분들이다. 추위와 싸우려, 비린내나는 생선들에게서 튕겨지는 이물질을 막아내려, 비옷으로 중무장을 하였으나 새벽까지 이어질 고된 작업을 하다 보면 여기저기 땀띠가 생겨나지 않는 곳이 없을텐데.. 



온몸은 생선의 비늘로 뒤집어 쓰여지고 수시간 동안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마을 사람들의 이마에는 끈적한 땀방울이 맺혀 있다. 바닷바람이 세차다 하나 바닷바람정도로는 식혀 줄수 없는 굵은 땀방울들이다.
  
이제 밤 12시가 넘어서는 시간이다. 가파른 호흡을 뒤로 가고 간식으로 구수한 국물냄새를 간직한 국수가 준비되었다. 이것 저것 가릴틈 조차 없다. 배위면 어떻고 차디찬 시멘트 바닥이면 어떠리. 털썩 주저 앉아 따뜻한 국물이라도 들이켜야 한다. 사실 국수를 들이키는데 무슨 반찬이 필요하리. 시장이 반찬이다.

체온을 보존하고 밤새 추위와 싸우려면 비록 식사시간이라 할지라도 외투를 벗을 수 없다. 오히려 더욱 옷깃을 여미고 모자를 눌러써야 밤추위와 싸워 이길 수 있기에...눌러쓴 모자에도 가려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노모들의 이마에 그어진 세월의 흔적 굵은 주름이었다. 

그나마 뜨신 국물로 속을 채우니 조금은 견딜 것 같다. 다시금 바쁘게 움직여야 할 시간. 모두들 제자리에 돌아가 능수능란한 손놀림들이 전개된다.


털어내어진 그물들은 또다시 바다로 나가기 위하여 정리를 하고 어선으로 실려진다.

배위에선 어부들의 바쁜 손놀림이 시작되고 있는 새벽에 가까운 시간. 이제 그물이 실려지면 또다시 바다로 나가야 한다.



인간의 세상뿐만이 아니고 모든 생물들의 세상에도 차별이 존재하기는 하나 보다, 하긴 그 차별 또한 인간에 의해서 자행되어지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물에 걸려 올라온 물고기들도 선별 작업을 거친다. 고품종은 고품종대로 냉동차에 실려진다. 그외에 별볼일 없고 값어치 없는 물고기들은 위에 그림처럼 실려져 사료로나 쓰여질 것이다.

노모들의 끈적한 땀냄새가 어촌마을 특유의 비릿한 냄새를 삭혀 버리는 가슴시린 철야의 현장, 밤새 노모들의 얼굴에 드리워진 있었던 어두운 그림자들, 이제 조금 있으면 동쪽에서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면 굽어진 등과 통증으로 시달리는 허리에 꿀맛 같은 휴식은 전해 줄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른 삶의 현장으로 달려가야 할지...어찌됐건 밤이 오면 다시 비린내나는 이곳으로 달려 나와야 한다. 오늘따라 어선들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들이 밤바다의 반사되어 더욱 서글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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