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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맛집&카페

초등생의 혼을 빼놓은 맛집, 서귀포 천짓골

by 광제 2012.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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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아, 대체 어떻게 삶았을까

청정 돼지고기의 본고장 제주도에 살면서도 이런 돼지고기는 처음 먹어봤습니다.

물놀이를 마친 뒤라 시장이 반찬이라 그랬던 것은 절대 아닙니다. 양념갈비, 삼겹살, 오겹살, 흑돼지구이, 바비큐 등 온갖 돼지고기 다 먹어봤지만 이번처럼 맛있는 돼지고기는 처음 먹어봤습니다. 제주도에서 돼지고기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 중 하나인 '돔베고기'지만 그냥 돔베고기가 아닙니다. 일단 한번 보시면 군침 삼키지 않고는 못 베깁니다. 궁금하시지요?

아이들과 함께 중문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마친 뒤, 그냥 제주시로 넘어오기가 아쉬워서 서귀포 시내로 향했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고기가 먹고 싶다는 아이들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였습니다. 마침 오래전에 기억해뒀던 한 곳이 떠오르더군요. 돼지고기를 아주 독특하게 요리하여 내놓는 곳입니다.

무엇보다도 이곳을 찾아가겠다고 마음먹는 사람이 가장 염두에 둬야할 부분은 사전예약입니다. 고객의 주문을 받고나서야 삶기 시작하며, 고기의 질과 맛도 고객의 취향에 따라 요리를 해야 하는 것이 이유입니다. 최소한 미리 삶아두는 돼지고기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손님의 취향에 따라 삶아진 돼지고기, 금방 삶아내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고기, 기대가 되지 않습니까? 한번 보시지요.



중문에서 서귀포시내까지 오려면 약 20분이 소요됩니다. 사전에 예약을 마친 상태입니다. 예약을 할 때에는 살을 선호하는지 비개를 선호하는지, 부드러운 고기를 원하는지 쫄깃한 고기를 원하는지를 알려줘야 합니다.  도착하니 이미 좌석은 만원, 겨우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이집에서 차려지는 밑반찬입니다.
어묵과 두부, 계란반찬 등 몇 가지를 빼고는 대부분 돼지고기와 곁들여 먹는 반찬들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이것! 바로 맬젓(멸치젓)입니다.
구운 돼지고기든지 삶은 돼지고기든지 돼지고기와는 환상적인 궁합을 보이는 최고의 반찬이지요. 찍어 먹기만 하면 고기특유의 잡내를 없애주고 쉽게 질리는 것을 막아줍니다.


잠시 후, 주인아주머니께서 우리가 주문한 돼지고기를 꺼내옵니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먹기 좋게 썰어서 나와야 할 돼지고기가 덩어리 채로 탁자위에 놓여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집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요리방식입니다. 금방 삶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고기, 미리 주방에서 썰어 놓으면 식어버려 맛이 떨어지지요. 도마와 칼을 직접 주인장께서 들고 와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썰어주십니다. 


제주산 돼지고기를 재료로 한 오겹살 수육덩어리입니다.
삶았을 때 갈비에 붙어있던 살 부분에 약간 붉은 빛이 도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사진에는 잘 표현이 안 되었지만 실제로는 붉은 빛이 살짝 돌고 있는 아주 맛나게 보이는 살점이었습니다.

쉽게는 수육, 제주도에서는 '돔베고기'라고 부르는 이 요리방식은 사진에 보는 것처럼 나무로 된 도마 위에서 직접 고기를 썰어먹어야 제 맛입니다. 예로부터 제주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방식, 밑반찬도 필요 없고 그저 조선간장이나 맬젓 하나만 있으면 충분했습니다.


돼지고기는 따뜻할 때 먹어야 제 맛이기 때문에 식기 전에 먹기 위한 제주사람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지요. 도마는 제주사투리로 '돔베'라고 하는데, 고기를 도마 위에 놓고 먹는다 하여 '돔베고기'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돔베고기는 푹 삶아서 기름기를 쫙 뺏기 때문에 느끼하지 않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어서 다른 고기에 비해 질리지 않고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데, 청정 지역인 제주도에서 키운 돼지고기라면 금상첨화입니다.  



이곳에서는 네 가지 맛을 권유합니다. 도마 가장자리에 놓인 왕소금 또한 그 방법 중 한가지로 쓰일 것입니다.


주인아주머니의 손길이 빨라집니다.
소리 없이 부드럽게 시작되는 칼질, 이집의 고기는 식기 전에 맛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가장 먼저 맛을 봐야하는 방식이 바로 왕소금에 찍어 먹는 맛입니다.
다른 양념이 없어 고기의 질감과 깊은 맛을 가장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실제로 굉장히 부드럽고 맛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삶아낼 수 있는지, 이집만의 삶은 비법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는 바로 맬젓이 비결입니다.



맬젓을 찍은 살점을 상추에 올려놓고 양파와 마늘, 된장을 올려놓은 뒤 싸서 먹는 방식입니다. 잡냄새가 나는 돼지고기라면 모를까, 이집의 돼지고기는 그냥 먹는 것이 좋더군요. 양파와 마늘의 강한 향이 맛을 떨어뜨리는 것 같아, 이 방식은 한번으로 족했습니다. 


도마 위에 가지런히 썰어진 돼지고기 오겹살, 그리고 왕소금, 그리고 이집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묵은지 김치입니다.


개인적으로 돼지고기를 먹을 때 가장 어울리는 반찬은 바로 이 묵은지입니다.


이집에서 세 번째로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고기가 입안에서 살살 녹습니다.


무채에 싸먹는 돼지고기의 맛은 네 번째로 추천하는 맛입니다.


환상적인 맛을 보여줬던 오겹살의 구조를 한번 보시지요. 느끼하지 않고 부드러운 맛을 냈던 비밀 중  하나는 바로 고기의 질도 한 몫 단단히 한 것 같습니다. 오겹을 넘어 칠겹은 되어 보이는 군요.

공기밥은 추가요금을 내야하지만 국은 그냥 제공됩니다. 뚝배기 그릇에 담겨져 있어 조금 독특해 보이는 이 국은 바로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몸국입니다.

고기를 건져낸 국물에 갖은 양념과 고기의 내장 일부 그리고 고기를 발라 낸 뼈를 넣어 진한 국물이 우러나게 푹 고아낸 후 해초의 일종인 모자반을 풀어 넣습니다. 이게 바로 몸국입니다.



기름기가 쫙 빠져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워 아이들 입맛에서 질리지 않고 많이 먹을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장점, 중학생인 아들과 초등생 딸애와 조카, 평소 고기를 많이 먹는 애들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젓가락질이 쉴 새 없이 돌아가더군요. 이렇게 맛있는 고기는 처음 먹어본답니다.

결국, 오겹살 한덩어리로는 부족하여 추가로 주문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였습니다. 두 덩어리는 먹기에는 조금 양이 많을 것 같아 추가 주문한 것은 삼겹살입니다. 오겹, 삼겹, 구분해 놓고 있었지만 맛의 차이는 별로 모르겠더군요. 알고 보니 아이들도 있고 해서 특별히 맛있는 부위의 삼겹을 준비했다고 하더군요. 


이집의 차림표입니다.

같은 돔베고기인데, 오겹살과 삼겹살의 가격이 다릅니다. 맛도 조금 다르지만, 양에서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오겹은 600g, 삼겹은 400g이라더군요. 성인남자 2~3명이라면 오겹 한 덩어리에 몸국 곁들여 밥 한 공기 먹으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차원이 다른 돼지고기 한번 맛보시고 싶다면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서귀포시 천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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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천지동 | 천짓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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