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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축제

관람객만 봉! 돈만 보이는 축제 어떡하나

by 광제 2012.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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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로 전락해 가는 제주최고의 방어축제
 

사전에 일기예보를 파악하지 못한 대가치고는 너무나 당황스럽더군요.
하루전날까지는 대체로 맑은 날씨였는데, 눈을 뜨고 보니 하늘을 잔뜩 덮고 있는 먹구름에 추적추적 비까지 내리는 날씨,
여기에 강한 바람까지 불어대고 있으니 참으로 암담합니다. 근래 들어 한 번도 빠트린 적이 없는 축제에 가는 날이었기 더더욱 그렇습니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최남단 모슬포항에서는 방어축제가 열렸지요.
올해로 12번째를 맞고 있는 축제로 자리돔축제와 더불어 제주도의 대표적인 해양문화축제이기도합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자리돔 축제는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는 늦은 봄에 열리지만 방어축제는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늦가을에 열린다는 점입니다.

쌀쌀한 날씨에 열리는 축제라곤 하지만 열기만큼은 여느 축제 못지않게 뜨겁습니다.
방어축제 하나로 해마다 15~20만 명이라는 관람객들이 국토 최남단에 있는 모슬포항을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매년 이 축제를 앞두고 글도 올리고 축제 당일에는 직접 참여하기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축제를 즐기려는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어민들의 소득과 지역경제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픈 마음 또한 없진 않았기 때문이지요.

오늘 글은 소비자인 관람객을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방어축제의 부당함을 꼬집고자 하는 글입니다.


 

4일간 방어축제가 열렸던 모슬포항 모습이다.

4일간 계속된 방어축제, 앞서 이틀은 비교적 맑은 날씨 속에 축제가 치러졌지만 제가 찾아간 셋째 날은 정말 최악의 날씨였습니다.
이러다 혹시 축제가 연기되는 것은 아닐까. 막상 가보면 천막들만 덩그러니 남아있고 사람들이 모두 대피해 볼썽사나운 축제장으로 변해있는 것은 아닐까. 오만가지 생각들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축제가 열리는 모슬포항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이게 웬일입니까.
읍내로 들어서면서부터 유난히 차량들이 정체되는가 싶더니 축제장에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습니다.
가만있으면 옷이 흠뻑 젖고도 남을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고 동풍이 강하게 불고 있는 날씨, 여기에 기온까지 떨어졌더라면 흡사 한겨울 진눈깨비 날씨를 연상케 하는 날씨, 이런 악천후에 아랑곳없이 많은 사람들이 축제장을 찾아줬다는 것은 행사 주최 측의 입장에서 보면 한없이 고맙고 충성(?)고객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충성(?)고객들을 대상으로 펼쳐지는 축제한마당이 자세히 살펴보면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운영되고 한철 장사로 치러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축제장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방어축제 최고의 하이라이트인 맨손으로 방어잡기 모습이다.


"준비~~~시작!"

사회자의 신호와 함께 가두리 안으로 뛰어드는 사람들,
주로 어부들이 입는 옷으로 알려진 가슴까지 오는 작업복을 입은 십 수 명의 참가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맨손으로 방어를 잡으려고 달려드는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집니다. 이게 바로 방어축제에서 하이라이트격인 맨손으로 방어 잡기 프로그램입니다.

머리위로 쏟아지는 빗줄기와 쌀쌀한 늦가을 바람 정도는 이들에게 문제가 되질 않아 보입니다.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손에는 모두 장갑을 끼고 있으며, 남보다 빠르게 방어를 낚아채려는 열망으로 반팔 티셔츠로 갈아입는 것은 보통, 심지어 웃통을 벗어젖힌 참가자도 눈에 띱니다. 요리조리 가랑이 사이로 도망가는 방어 떼를 쫓아 헛손질을 해대는 참가자들을 보며 구경꾼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날 줄 모릅니다.


방어잡이 성공한 참가자

진정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 건 단 3~4분,
많은 참가자들이 최소 한 개 이상의 방어를 맨손으로 잡아 소기의 성과(?)를 올린 반면, 의외로 상당수의 참가자들은 단 한 개의 방어도 잡지를 못했던 것입니다. 참가하는데 의의를 둔 참가자들도 있을 진 모르지만 대부분 방어를 직접 맨손으로 잡아보는 짜릿함도 느껴보고 직접 잡은 방어를 손질하여 제철방어의 쫄깃함도 맛보고 싶었던 것이 참가자들의 바람이었을 겁니다.


참가자들이 수에 맞게 방어를 풀어놓아 행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재주(?)가 좋은 한 참가자가 여러 마리를 잡게 되면 상대적으로 한 마리도 건지지 못하는 참가자가 생기는 것입니다. 설마 이대로 보내겠어? 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번에는 사회자가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참가자들을 따로 불러 모아 조그마한 이벤트를 열었지만 단 두 명에게만 행운이 돌아간 것, 처음에는 모든 참가자들에게 최소한 한 마리의 방어는 들려서 보내는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상당수의 참가자들은 2만원이란 금액을 참가비로 내고도 온몸을 물속에 던져가며 희생(?)을 했던 것입니다.

대회라는 것이 참가자에게 모든 행운이 돌아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남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을 때라야 그 가치를 인정받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이지요.
이런 사실만 놓고 본다면 이들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처럼 보여 질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축제입니다.
지역특산 해산물인 방어를 널리 알리고 그로 인해 어민들의 소득에 이익이 되고 더 나아가 지역경제에 보탬을 주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일 것입니다. 한마디로 일 년에 한번 열리는 축제로 돈벌이를 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란 말입니다.

궂은 날씨에도 먼 길을 달려와 주머니 털어가며 행사에 참가해준 그 고마움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방어 한 마리는 못주더라도 최소한 방어 맛이라도 보여줘야 바람직한 것 아닌가요?  물론 참가자 또한 방어 한 마리 먹고 싶어서 맨손잡기를 참가한 것은 아닐 겁니다. 행사의 취지 자체가 돈벌이가 아니라, 관람객들은 웃고 즐기는 축제여야 하고 주최 측은 관람객에게 즐거움을 주고 물론 방어축제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제주시에서 열렸던 해녀축제가 문득 떠오릅니다.
지금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축제장을 다녀봤지만 해녀축제처럼 진짜 축제다운 축제는 보질 못하였습니다.
다양한 테마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수천 명에 제주해녀들과 축제 참가자, 그리고 관람객들까지도 한데 어울려 즐기는 형식으로 치러졌기 때문입니다. 보통, 축제라고 하면 축제가 갖고 있는 의미는 퇴색되어 버리고, 먹거리 장터로 인식되어 온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늘 실망만 안고 돌아서곤 했었는데요, 최소한 축제를 내세워 장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날로 고령화되어가는 해녀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해녀문화를 널리 알리며, 관람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려는데 최대한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였던 축제였다는 것이지요. 소라축제에 가면 시장에서 보다 비싼 가격으로 소라를 사먹어야 하고, 방어축제에 가면 방어 시식한번 못하고 오는 것이 현실입니다. 꽃 축제나 여타 다른 축제도 다를 바 없습니다. 비싼 가격에 호주머니 탈탈 털어 먹거리 장터에서 음식 한번 사먹고 오는 게 전부였지요.


해녀축제의 한장면, 한 데 어우러진 잔치, 저렴한 먹거리 장터가 눈길을 끈다.

하지만 해녀축제는 완전 달랐습니다.
해녀물질대회에서 해녀들이 잡은 소라들은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제공된 것은 물론, 축제장에 마련된 먹거리 장터에서는 이윤을 남기려는 장사가 아닌, 원가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관람객들에게 제주도의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하였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같은 땅 제주도에서 열리는 축제인데도 이렇게 다를 수 있단 말입니까.

이번 방어축제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면 얼마나 관람객을 봉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띠는 부분은 앞서 말한 맨손으로 방어잡기 행사입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참가비 2만원을 균일하게 받는 이 행사는 축제 당일 오전 10부터 시작하여 오후 6시까지 참가자 10명 이상만 모이면 수시로 치러지고 있었습니다. 행사장에 풀어 놓는 방어 또한 철저하게 참가자의 수에 비례하여 풀어놓는 것은 물론, 주최측에서 준비해둔 방어 중 가장 씨알이 작은 2kg미만의 소방어(일반적으로 3~4kg는 중방어, 5kg이상은 대방어로 분류됨)에 가까운 방어들로만 채워 놓는 다는 것이지요.

철저하게 씨알이 작은 것들로만 가두리에서 골라내고 있는 모습이다. 조금 크다 싶으면 곧바로 골라내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띠었다.

행사에 참여해서 받은 방어인데도 이렇게 손질요금을 따로 받고 있다.

이에 비해 눈에 띠는 행사가 하나있습니다.
바로 방어 무료시식코너인데요, 이 코너야 말로 방어축제 본래의 취지에 어울리는 것뿐만 아니라 축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입이 즐거운 축제, 그에 따라 흥을 돋궈줄 수 있는 축제로 비춰지는 것은 물론 크게는 방어 맛을 보지 못한 관람객들에게 방어 육질의 우수성을 알리고 방어를 홍보할 수 있는 최고의 코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코너가 운영되는 시간은 하루 중 달랑 두 번, 오후2시와 4시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열리는 것이 전부입니다. 구색만 갖추고자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부분입니다.

공교롭게도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시식코너 운영을 최소화 하는 것은 곧 먹거리 장터의 호황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자고로 축제란 입이 즐거워야 하는 법, 축제장에서 마련한 시식코너가 부실하니 사람들은 장터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장터는 관람객들을 상대로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요?


한 장터에서 받아본 차림표이다.
분식 수준의 간단한 요리들을 빼고는 대부분 만 원 이상,
통돼지 바비큐인 경우, 한 접시에 3만원을 넘고 있습니다.
차림표만 놓고 본다면 가격이 비싼 건지 저렴한 건지 자세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실태를 직접 보고나면 까무러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우리 일행이 주문했던 통돼지 바비큐(3만원)와 방어머리구이(1만5천원)이다.

성인 네 명은 충분히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주문한 바비큐입니다.
실제로 갈비뼈만 접시를 차지하고 있어 고기의 양으로 따진다면 혼자 먹으면 딱 좋을 양이더군요.
새까맣게 타버린 방어머리는 대체 이걸 사람이 먹으라고 준건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이게 전부해서 4만5천원이라니 이정도면 간 쓸개 다 내놓으란 소리하고 뭐다 다르단 말입니까.


통돼지 바비큐 속에 감춰진 양배추가 웬말인가. 양배추로 채워진 바비큐가 3만 원이다.

바비큐를 먹다보니 더욱 기가 찰 일이 벌어집니다.
얼핏 보기엔 접시에 들어있는 것은 모두 바비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바비큐를 몇 점 집어먹고 보니 아래쪽에는 죄다 양배추를 깔아놨더군요.
양배추, 대체 무슨 용도로 돼지고기 밑에 깔아놓은 것일까요. 고기의 양보다 많아 보이는 양배추,
고기와 곁들여 먹으라고 깔아놨다면 할 말은 없지만 생전 이런 조합은 봐본 적이 없습니다.


오징어 몇 점 들어있는 만 원짜리 해물파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기대해서 주문했던 먹거리가 이정도인데,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그냥 일어서려다가 같이 간 아이들에게 미안하여 만 원짜리 파전을 추가 주문했는데 이 또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축제란 자고로 관람객과 주최측인 지역이 서로 윈윈하는 행사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축제를 관람하는 사람들은 축제에 참가함으로서 그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삶을 직접 체험하고 짧은 시간이지만 눈과 입이 즐거워야 하고, 주최 측에서는 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문화를 관광객들에게 알려 차후 지역경제의 기반으로 삼는 것을 최대 목적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지 한철장사 돈벌이로 축제를 이용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입니다.


축제 공연 모습이다.

그렇다고 해서 관람객들을 위한 행사가 전혀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가요제라든가 각종 축하 공연, 지역의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마을사람들의 공연,
아이들을 위한 각종 대회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 또한 풍부한 것도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행사인 방어잡이와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먹거리 장터에서의 꼴불견은 가장 큰 약점으로 관람객들에게 실망을 안겨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언론매체를 타고 사전에 홍보된 축제한마당,
많은 사람들은 정말 순수한 목적으로 축제장을 찾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축제장을 찾아주는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이런 분들이 돈으로 보인다면 이런 축제는 오래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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