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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집 구경도 못하고 돌아서야했던 이상한 집들이

by 광제 201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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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이 초대해 놓고 식당에서 밥먹이는 이상한 세태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집을 장만했다는 희소식과 함께 집들이가 있으니 놀러오라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축하해줄 일이 생긴 것입니다.
그 동안 전세를 살다가 어렵게 돈을 모아 생전 처음 자신의 보금자리를 마련했으니 축하를 받아 마땅합니다.
새로운 보금자리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지인이 집들이를 한다며 초대를 한곳은 그의 보금자리가 아니고 인근의 식당입니다.
새로운 집이 좁은 집도 아니면 비교적 넓은 평수인데도 불구하고 식당에서 집들이를 한다니 조금은 어이가 없습니다.
행여 집이 좁아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새로운 보금자리 곳곳을 여러 이웃들에게 보여주며
덕담을 주고받는 것이 집들이의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집으로 초대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식당으로 초대를 하는 아이러니함에 안 갈수 도 없는 노릇입니다.
혹시라도 식사를 마치고 잠깐 집안구경이라도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바램은 여지없이 무너집니다.
놀기를 좋아하는 몇몇 지인들은 집들이 때는 화투도 치며 좀 놀아줘야 집안이 잘된다며 자리제공(?)을 요구해 보지만
집들이 주인공은 기다렸다는 듯이 여관방 열쇠를 건네줍니다.
결국은 집들이에 초대를 받고 갔다가 집 구경 한번 못하고 식당 밥만 먹고 돌아온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황당한 집들이의 유형이 요즘 들어 부쩍 늘었습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내가 뿌린 것은 거둬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부조금을 받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집들이를 밀어붙인다고 하지만 최소한 집 구경은 시켜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수십 년 전 제가 어렸을 때의 집들이는 굉장히 큰 대소사 중 하나였습니다.
모두가 힘들게 살던 시절이라 이웃이 어렵게 집을 장만하여 집들이를 하면 동네잔치는 말할 것도 없고
이웃 동네에서도 모두가 나서 축하를 해주곤 하였습니다.

집들이 선물로도 성냥이나 초 또는 비두 등 새로이 꾸리는 가정에 꼭 필요한 물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길조의 상징으로 여겨진 성냥이나 초 등이 특히 많았는데 집안에 언제나 행운이 일어나기를 바란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새로이 보금자리를 마련한 집주인이나 이를 축하해주는 동네사람들이나
아무런 사심 없이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모두가 같이 흥을 돋우며 한바탕 신명나게 벌어지는 동네잔치는
하루 종일 계속되곤 하였습니다.

이렇게 이웃과 친척들이 차려놓은 음식을 함께하고 축하와 덕담을 주고받는 것이 전부였던 그 시절,
요즘처럼 현찰을 봉투에 넣어서 주는 경우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보기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정겨웠던 오래전의 집들이 풍경을 바쁜 현대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에 와서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집들이의 궁극적인 목적은 원천적으로 무시를 하고 금전적인 잣대로만 볼썽사납게 퇴색되어가는 요즘의 세태를
과연 어떻게 판단해야할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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