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숨은 명소, 바다가 갈라지는 서건도
신비의 바닷길, 제주에도 있다.
모세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바다가 갈라지는 섬, 우리나라에도 여러 곳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뭐 내막을 알고 보면 그리 신기한 현상도 아니지요. 바닷물 조수간만의 차이에 의하여 하루에 두 차례, 썰물 때가 되면 바다의 바닥을 드러내 자연스럽게 길이 나는 것이지요. 알려진 명소들은 대부분 육지와 섬으로 연결이 되어있기에 걸어서도 섬으로 들어갈 수 있어 그 신비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제주도에도 이처럼 바다가 갈라지는 신비의 섬이 한곳 있는데요, 바로 서귀포 앞바다에 있는 서건도라는 곳입니다. 육지라고 할 수 있는 제주본섬과 서건도와의 거리는 불과 300여 미터, 밀물 때에는 육지와 떨어져 있어서 외딴섬인 것이 확연하게 구분이 되는데,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바다가 갈리면서 섬으로 걸어 들어 갈수 있도록 길이 나는 것입니다. 그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서귀포시 강정동에서 바닷가로 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조그마한 몽돌해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동쪽으로는 범섬이, 그리고 서쪽으로는 해군기지가 눈에 들어오는 해안길, 제주올레7코스가 이곳을 스쳐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곳이기도 합니다.
바로 앞에 조그마한 무인도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마침 최저의 썰물 때라서 그런지 바닷물이 완전히 갈라져 바닥을 시원스럽게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근처에는 강정 악근천의 물줄기가 이곳까지 연결되어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개울을 형성하고 있어 지나는 사람들에게 청량감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이 섬의 이름의 유래는 썩은섬-썩은도-서근도를 거쳐 현재의 '서건도'라 부르고 있다는데요, 이처럼 안내판을 설치하여 명소로 지정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섬입니다. 다만, 조수간만의 차에 의해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시간을 맞춰서라도 한번쯤은 들어가 볼만한 숨은 명소입니다.
저도 이곳을 자주 지나쳤지만 이처럼 바다가 시원스럽게 열린 장면은 자주 보질 못했습니다. 그냥 부담 없이 평상복 차림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바다가 갈라진 길을 걸어 들어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몽돌이 완전히 드러난 바닷길입니다.
범섬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섬을 지키고 있는 물허벅상과 섬으로 올라갈 수 있는 나무 계단이 눈에 들어옵니다.
서건도에 대한 안내판이 완전히 지워져 내용을 알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찾지 않고 명소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린 탓일까요?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안내판에는 '자연환경보전법 제18조에 의거 2002.11.5 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는 글씨가 적혀 있었습니다. 강정 해군기지 또한 같은 지역에 해당되는 곳이었습니다.
나무계단을 걸어 올라갑니다. 섬에 아무것도 없을 것 같고 뭍에서 보기에 규모가 아주 작을 것 같지만 섬으로 들어가 보면 그 규모에 또 한번 놀라게 됩니다.
섬에는 이처럼 사람들의 쉬어 갈수 있도록 전망대와 벤치가 설치되어 있어, 이곳이 그냥 무인도로만 남아있는 섬이 아니란 것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찾는 사람들이 없지만 한때는 이곳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쉬어 갈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탐방로 시설을 조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물빛이 아주 곱습니다.
구름에 가렸지만 한라산의 풍경도 손에 잡힐 듯 아름답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섬의 둘레를 따라 길지는 않지만 이렇게 정갈한 탐방로도 만들어져 있습니다.
탐방로를 걷다보면 보리수나무가 지천에 널렸습니다.
보리수 열매가 탐스럽게 열렸습니다 익은 것을 몇 개 따먹어보니 달코롬한 향이 입안에 감돕니다. 아직 다 익지는 않았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완전히 익을 것 같습니다.
바닷가로 내려가는 계단도 있습니다.
아래로 내려가면 이곳 서건도의 토질에 대해서도 눈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곳은 '수중화산섬'으로 섬 전체가 아주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기원전 1세기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파편과 동물 뼈, 등 고고유물들이 발견되기도 하고 심지어 사람이 살았던 주거흔적까지도 발견되어 고고학계의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현재 이 섬에는 저 혼자 있습니다. 새소리만 들릴 뿐, 아주 조용합니다. 산책로를 따라 깊숙이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산책로는 다양하게 여러 갈래로 갈려 있습니다. 하지만 걸어보면 거기가 거기입니다. 섬이 워낙 좁으니까요.
다시 해변으로 난 산책로
이곳의 풍경이 아주 압권입니다. 범섬이 근사하게 잡힙니다.
산책로에는 대부분 나무숲이 우거져 있어 싱그러움을 더해줍니다. 더위를 피해 여름철에 이곳을 찾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사람은 이곳 서건도를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이기에 썩은 섬이라 부른다고 하고, 섬 전체가 썩은 흙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는 사람도 있고, 태풍과 파도에 쓰레기들이 몰려와 섬에서 썩으면서 악취가 진동하여 썩은 섬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악취 같은 것은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때 묻지 않은 신선함을 섬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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