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토박이가 알려주는 고사리 채취의 모든 것
“축구 경기와 같은 제주도 고사리 꺾기”
“고사리 채취 보감”
제주도에는 요즘 고사리채취가 한창입니다. 전국적으로 맛이 뛰어나다고 소문이 난 제주고사리는 봄이 되어 새싹이 돋는 3월말부터 시작되어 고사리가 잎이 피어버리는 5월 말까지 계속됩니다. 비슷한 시기에 길을 가다가 차량들이 길가에 세워져 있는 것이 보이면 십중팔구는 고사리 채취 차량들입니다.
길가에 세워진 고사리 채취 차량들
제주도에는 우리나라 다른 곳에서는 들어볼 수 없는 고사리 장마라는 말도 있습니다. 본격적인 6월장마가 시작되기 전 4월에 찾아오는 잦은 비 날씨를 고사리 장마라고 부릅니다. 비가오고 난 뒤 다음날 찾아가면 고사리들이 새순이 우후죽순 올라오는데, 바로 그런 이유에서 생겨난 제주도만의 용어입니다.
고사리를 채취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정성스럽게 무쳐 먹으면 소고기보다 맛있는 고사리는 제주도민들에게 있어서는 제사상에 올릴 용도로 가장 많이 쓰입니다. 일 년 동안 있을 차례 상이나 제사상에 직접 정성스럽게 채취한 고사리나물을 올리려는 것입니다. 때문에 항상 질 좋은 고사리만을 선호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질 좋은 고사리를 짧은 시간 안에 많이 채취할 수 있을까요? 오랜 세월 동안 봄철만 되면 고사리를 꺾어 온 토박이 제주도민들은 이 부분에 관한한 도사(?)들이지만, 젊은 도민들이나 이주도민들은 잘 모르는 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위트를 좀 가미하여 고사리를 선수처럼 꺾는 방법을 소개할까합니다.
고사리 채취는 스포츠 경기다?^^
준비물이나 주의사항은 아래에서 다시 소개하는 걸로 하고 본론부터 들어갑니다. 고사리 채취는 단순하게 산나물을 캐는 수준이 아니라 스포츠 경기처럼 다양한 행동을 요구합니다.^^
당장은 어느 지역에 고사리가 많이 나는지 그 정보부터 파악을 해야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고시리가 많이 있는 지역을 찾아 갔더라도 그다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사리는 눈에 잘 띠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지나간 자리라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닙니다. 외려 다른 사람 꽁무니만 쫒아 가면 고사리가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곳곳에 고사리들은 존재합니다.
남다르고 탁월한 위치 선정, 자세를 낮추고 주변을 파악할 줄 아는 매의 눈초리,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빠른 손놀림, 스포츠 경기에서나 볼 수 있는 자세들을 요구하는데요, 남들하고 같이 가면 유독 제가 많은 양의 고사리를 채취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이쯤에서는 제 자랑입니다..ㅋㅋ)
고사리는 한철에 아홉 번을 채취한다고 하였습니다. 고사리 새순은 일거에 올라와서 일거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봄철 내내 매일같이 다른 새순이 올라온다는 예기입니다. 지난날에 사람들이 몰렸던 곳이라도 다음날 찾아가면 또 채취할 수 있는데, 그것이 그 이유입니다. 같은 지역을 자주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사리는 어떠한 곳에 많이 자랄까요? 나무숲이나 평지에는 고사리들이 별로 없습니다. 가시덤불이 많은 곳을 주변으로, 그리고 거친 식물들이 많이 자라는 곳에 고사리들은 많습니다. 그래서 옷차림이나 준비물에도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하는 까닭입니다.
사진으로 다 소개 할 수는 없지만 준비물도 간단하게 소개해 드릴 텐데요, 통계를 보면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길 잃음 사고의 절반은 고사리 철에 발생한다고 합니다. 고사리를 꺾는 일에 열중하다 보면 방향 감각을 잃을 수 있고 자신도 모르게 숲속 깊은 곳까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길을 잃게 되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려면 준비물을 철저히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 진드기를 대비한 바지와 튼튼한 트래킹화
- 비를 대비할 수 있는 옷차림과 장갑
- 고사리를 담을 수 있는 배낭과 손가방
- 난청지역이 많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호각
-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물
- 여분의 배터리
*길을 잃지 않는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은 고사리 채취에만 몰두하지 말고 항상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근처 지형을 익혀 두는 것입니다. 또한 일정한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으며, 벗어날 때에는 동료들에게 어느 방향으로 간다고 자신의 위치를 알려 주는 것도 좋습니다.
어떤 분들은 잎이 다 피어버린 고사리를 꺾는 분들도 많던데요, 이런 고사리는 질겨서 먹지도 못합니다. 금방 돋아난 어린 고사리를 꺾어야 하는데요, 육안으로 봐서 어린아이의 움켜쥔 손을 닮아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가장 부드러운 고사리는 손으로 잡고 꺾었을 때 뚝 하고 부드럽게 꺾어져야 합니다. 꺾어져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붙어 있으면 질긴 고사리, 이미 시기를 놓친 고사리라 할 수 있습니다.
고사리를 꺾는 시간대는 새벽에 일어나서 이동을 하고 2~3시간 작업을 하고 해가 중천에 뜨기 전에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저희들도 2시간 정도 하고 끝냈습니다.
예전에는 채취한 고사리를 그냥 집으로 갖고 갔는데요, 이번에는 차에 오르기 전에 그 근처에서 일차적으로 손질을 하고 가기로 하였습니다. 고사리를 삶고 말려서 보관하다보면 간혹 벌레가 생기고 날파리들이 끓을 때가 있는데, 고사리의 이파리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털고 가려는 것입니다.
채취한 고사리는 흐르는 물에 씻어줍니다. 깨끗이 씻을 필요는 없고요, 혹시 모를 잡초나, 이물질, 그리고 고사리에 묻어 있을 먼지 정도만 씻어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대충 씻었으면 커다란 냄비에 고사리를 넣고 삶아줍니다. 물의 양은 고사리가 다 잠기지 않아도 되고, 고사리의 양은 사진처럼 뚜껑이 닿을 정도로 가득 채워도 무방합니다. 물이 끓을 때 뚜껑을 열어주면 됩니다.
고사리는 삶는 시간은 냄비에 담긴 고사리의 양에 따라 다르고 화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는 작은 냄비는 30분, 큰 냄비는 50분을 끓였습니다.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직접 고사리를 만져보는 것입니다. 중간 중간 손으로 잡아보고 눌러지면 익은 것입니다. 명심할 것은 덜 익어도 안 되겠지만, 너무 익어 버려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다 익었다고 판단되면 되면 흐르는 물에 식혀줍니다. 국수를 삶고 찬물에 식혀주는 것과 같습니다.
참고로 고사리는 말려서 먹기도 하지만, 익힌 상태로 무쳐서 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말리지 않고 익히기만 한 고사리를 먹을 때에는 반드시 지켜야할 사항이 있습니다. 고사리에는 티아미나아제(thiaminase)라는 독성 성분이 들어 있어 반드시 익혀 먹어야하는 동시에 익힌 고사리를 서너 차례 물을 갈아가며 담가두었다가 섭취를 해야 합니다.
고사리는 양치류(fern)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로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일부 몇몇 나라를 빼고는 거의 먹지 않는 식물이라고 합니다. 너무 춥거나 더운 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에 퍼져 있습니다. 삶아서 나물 또는 국거리로 쓰기도 하고, 뿌리줄기에서 녹말을 채취해 빵을 만드는데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 뿌리줄기는 기생충에 효과가 있으며, 인디언들은 기관지염을 치료하기 위하여 뿌리줄기를 날로 먹었다고 합니다.
삶고 식힌 고사리는 물이 빠지게 어느 정도 놔둡니다.
이제는 볕이 잘 드는 양지에 말려주면 됩니다. 깔개는 바람이 잘 통하는 그물 같은 것이 아주 좋습니다. 가능한 고사리가 겹치기 않도록 고르게 펴서 말려줍니다.
볕이 강하고 오전시간대에 말리기 시작했다면 하루 만에 말릴 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바싹 건조하기 위해서는 이틀 정도는 햇볕에 말려야 하며, 요즘 가전제품으로 나오는 건조기에 말려도 무방합니다.
다 말린 고사리입니다. 이정도로 바싹 말렸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고사리는 그냥 나물로 무쳐 먹어도 좋지만, 비빔밥이나 육개장에는 필수 재료로 쓰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중국산 고사리들이 많이 들어오는 까닭에 시중에서 구입해서 먹는 고사리는 안심할 수 없지만, 본인이 직접 채취한 고사리라면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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