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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라면 먹고 학교 가랬더니, 빵 터진 딸의 반응

by 광제 2010.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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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딸애를 여우라고 하나요? 


라면. 참 좋아 하시죠? 라면이 국민적인 부식(또는 주식)거리로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애들을 앞에 두고, 배 곪았던 지난시절 얘기를 할 때조차도 오죽했으면 "밥 없으면 라면 먹으면 되죠."라고 했을까요.

어른들이야 부식이나 간식거리도 가끔씩 라면을 즐겨 드시지만, 애들은 또 그게 아니지요. 오히려 밥보다는 라면을 더 좋아합니다. 아마도 주식으로 먹으라고 해도 마다할 애는 없을 듯.

저희 집인 경우 새벽 7시면 알람이 울리고 가족 모두가 잠에서 깬 후, 아내는 아침식사준비를, 애들은 차례대로 욕실로 들어가서 눈꼽 떼고, 학교 갈 준비하고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평소와는 다르게 아내가 알람을 듣지 못했는지 8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잠에서 깬 것입니다. 이런 경우 보통 난리법석을 떨어야 합니다. 물론 저희 집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아침밥을 준비하려던 아내, 도저히 시간 내에 밥을 차릴 수가 없음을 알아차렸는지, 애들에게 큰소리로 외칩니다.

"얘들아~ 오늘 아침밥은 라면이다~~"

이 말을 듣고는 3학년 딸애가 대꾸를 합니다.

"또 라면 먹고 학교가라고?"

"얘는 사람 잡겠네..내가 언제 라면 줬다고 그래?, 오늘만이니깐..잔소리 말고 먹엇!"

"에이~~할 수 없지 뭐...먹기 싫어도 먹어야지.."

거실에 앉아 주의 깊게 들었던 아내와 딸의 대화내용은 이렇습니다. 아침으로 라면을 먹고 학교가라는 아내, 그리고 라면은 먹기 싫지만 이번만큼은 참고 억지로 먹어준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딸애.

그런데 아빠인 제가 알기론 녀석들이 라면을 싫어 해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더군다나 밥 대신 먹는 라면이라면 그야말로 대환영이었지요.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죠.

"니네들 원래..라면 좋아했었지 않냐?"

이 말을 들은 딸애가 애써 딴청을 피우며 눈을 슬그머니 흘깁니다. 뭔가 꿍꿍이가 숨어 있는 듯한 표정입니다.

잠시 후, 라면을 다 먹은 딸애가 가방을 챙겨들고 나가면서 꼬깃꼬깃 접힌 쪽지를 슬그머니 건네주고 현관으로 향합니다. 가방을 챙기러 들어갔다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아빠에게 전할 메시지를 적어 온 듯합니다. 아내가 애들을 배웅하러 나간사이 쪽지를 슬쩍 펼쳐봤습니다.

"아빠 쉿! 엄마에게는 싫은 척 해야 돼"


처음에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메모의 내용을 이해하고는 입안에 고인 침이 튀겨져 나갈 정도로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혼자였으니 다행이지 누가 있었으면 이 무슨 망신이랍니까.

아침에 반강제로(?) 먹은 라면 얘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딸애의 메모에 의하면 엄마는 좋아하는 내색을 하는 것 보다는, 싫은 내색을 해야 좋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라면을 자주 먹기 위한 나름대로 꾀를 부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게 어찌 돌아가는 건가요? 엄마가 딸의 의중에 완전히 말려들었다고 봐야 하는 건가요? 내가 자식을 키우는 것이 아니고 여우를 키우는 것 아닙니까?

<민족의 최대명절인 추석이 사흘앞으로 다가왔네요, 모든 님들 뜻깊고 유익한 명절날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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