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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숨 막히는 고대 합격자의 노트정리법

by 광제 2010.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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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고려대학교의 2011학년도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있었는데요,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의 절친한 이웃의 자녀가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경사가 아닐 수 없지요.
더군다나 제주도처럼 지방출신 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지난해 도내 최고의 명문고에서 수위를 놓치지 않으며
일류대학을 예상했던 지인의 자녀가 수능에서의 한순간 실수로 인하여
이류 대학에 지원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터라
상위권에 있는 학생들이 얼마나 치열한 입시 경쟁을 치르는지 짐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 이번에 고려대에 합격한 자녀를 둔 집에 놀러갈 일이 있어
축하도 할 겸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뭐 까놓고 본다면 한해에도 수천 명의 신입생을 뽑는 일개 대학교에 합격한 것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합격한 사실보다 더욱 궁금한 것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공부를 했느냐가
솔직히 더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궁금하다하더라도
이런 부분들을 대놓고 얘기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요.
한참을 망설이다가 방으로 들어가더니 노트한권을 들고 나옵니다.
정확히 말하면 노트라고 보기엔 좀 그렇고 수험생이 사용하던 연습장이었습니다.
수학문제를 풀면서 사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연습장으로 썼던 노트를 받아들고
첫 장을 펼쳐본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시력이 좀 안 좋긴 하지만 안경을 쓰지 않고는 읽지도 못할 정도의 깨알 같은 글씨,
장수를 가득 채우며 하나하나 풀어나간 수학문제는
도무지 연습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아니 노트정리도 이렇게 까진 못할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숨이 턱턱 막힐 지경입니다.


수학문제를 풀면서 사용한 노트는
줄조차도 그어지지 않은 일반적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연습장이었습니다.
문제를 풀어나간 줄이 오히려 노트에 그어진 줄보다 더 확실한 것 같았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은 일부러 이렇게 쓰려고 해도 못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필기도구도 연필 외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깨알 같은 작은 글씨로 문제를 풀어놨는데도
알아보지 못하는 글씨는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중요한 문제의 난이도에 따라
별 표시를 해 놓은 것을 보고 나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는 없더군요.
 


학창시절에 이렇게 까진 공부를 못해봤고,
몇 년 후면 수능생이 될 자녀를 둔 부모의 눈에 비춰진
고득점자의 노트정리법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걸 느꼈습니다.
240페이지에 이르는 손때가 잔뜩 묻어있는 연습장,
시험공부를 하는 동안 계속해서 사용하는 바람에
비록 너덜너덜해지긴 했어도 노트 속에는
그동안 한가지의 결실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땀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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