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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런 제주

환상의 숲이라는 한라산둘레길, 직접가보니

by 광제 2011.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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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처음 드러낸 비밀의 정원, 다녀온 후기

낭패 볼 수도 있는 한라산 둘레길, 조심해야

1970년대 산림녹화사업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었던 한라산 둘레길이 지난 29일 개통이 되었습니다. 산림청에서 추진한 사업으로는 지리산 둘레길, 울진 금강 소나무 숲길에 이어 세 번째로 추진하는 트레킹용 숲길입니다.

제주올레길이 제주해안의 절경과 제주민가의 소박함을 마음껏 보여주는 길이라면, 한라산 둘레길은 밀림숲속 비밀의 정원에 감춰져 있었던 비경과 역사를 만끽할 수 있는 숲길입니다. 제주에 숨겨졌던 또 매력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심 기대를 하며,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제1구간이 개통된다는 서귀포자연휴양림 인근에 있는 무오법정사로 향했습니다.

<산림청 홍보대사인 이용식씨의 사회로 진행된 개통식>

<각계 인사가 참석한 개통 테이프커팅식>

대충 준비하고 개통한 느낌 지울 수 없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만 안고 돌아왔습니다. 산림청과 제주도에서는 한라산 둘레길 개통 소식을 언론에 알리면서 한라산으로 집중되는 탐방객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했으니 제주도민뿐만이 아니라 관광객들의 편의 또한 염두에 뒀어야 한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파란색 원안이 개통된 제1구간>

이번에 첫 번째로 개통된 제1구간은 일제강점기 때 물자를 옮기던 병참로와 표고재배 운송 시 사용하였던 기존의 옛길을 그대로 활용하였습니다. 비록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였다고는 하나 표고재배농가나 오름 동호회 등 제주도민들이 알게 모르게 출입을 하던 곳이라 길이 뚜렷하게 나 있는 곳입니다. 여기에 리본과 안내판 몇 개를 설치한 것 외에는 탐방객을 위한 시설이 전무한 실정입니다.

정보전달 혼선, 탐방객만 혼쭐

문제는 지형을 잘 아는 지역사람이라면 모를까 처음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자칫 엄청난 사고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라산 둘레길 제1구간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부족할뿐더러 안내판에 의존해야 할 초행길 탐방객들이 도움이 될 만한 안내판이 너무 성의 없이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탐방객들이 가장 혼란을 겪었던 표고재배장 부근, 확실한 유도표지판이 없음> 

가장먼저 아쉬웠던 것은 홍보의 미흡, 언론에 보도된 자료로는 제1구간이 서귀포휴양림에 있는 무오법정사에서 돈내코 계곡에 이르는 9km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언론에 보면 무오법정사에서 시오름까지 9km라고 보도된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잘못된 것이지요. 일관되게 무오법정사에서 시오름까지 5.5km구간이며, 시오름에서 돈내코까지는 미개방임을 확실히 알렸어야 했습니다.


<시오름에 설치된 안내판, 반환점이라고 보충설명도 있어야 하는데,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아 많은 탐방객들이 아직 미개방된 돈내코로 향함>

때문에 이런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한 많은 탐방객들은 법정사에서 돈내코계곡에 이르는 9km구간을 모두 걸어간 후, 방향에 대한 안내판도 전혀 없는 한라산 깊은 계곡에 발이 묶여 갈팡질팡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왕복으로 시설 된 사실 정확히 알렸어야

한라산 둘레길은 해발 600~800지대로 한번 잘못 들어가 길을 잃으면 어떤 사고로 이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험난한 곳입니다. 더군다나 둘레길에서 해가 졌을 때 지형을 처음 접하는 탐방객들이 제대로 길을 찾기란 더더욱 힘듭니다. 탐방시간에 제한을 둬야하는데, 이런 부분이 전무하다는 겁니다.

여기 중요한 내용이 있습니다. 산림청과 제주도에서 배포한 자료에 보면 한라산 둘레길은 탐방객의 편의를 위해 전체 둘레길을 왕복 5∼6시간에 걸을 수 있도록 구간별로 나눠 개설한다고 했습니다. 시작점과 종점이 있는 올레길을 걸어봤던 탐방객들에게 갔던 길을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은 익숙하지 않은 환경입니다. 문제는 '왕복'이란 사실을 탐방객들은 숙지를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몇 시 이후에는 출발해서는 안 되며, 반환점까지는 몇 시간이 소요되고, 시간이 부족하면 어느 정도 지점에서 가던 길을 되돌아 와야 한다고 분명히 알려줘야 하는데, 이런 안내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둘레길에서 방향을 잃어 발생하는 사고를 어떻게 처리하려는지 궁금하더군요.

곳곳에 위험 도사리고 있어, 처음 걷는 관광객 낭패 볼 수도

둘레길 중간 중간에 샛길로 유도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도심지로 향하는 길이라면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1115번 도로는 중산간에 나 있는 대중교통이라고는 전혀 없는 산록도로입니다. 지리도 모르는 탐방객들을 외딴도로인 산록도로로 유도해서 어떡하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산록도로가 어떤 도로인지 자세한 안내를 해 뒀으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조차 없습니다.



동백의 향기와 편백나무숲이 우거져 있고 계곡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고만 했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내용도 전무합니다. 우선은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에는 탑방객을 전면 통제해야 합니다. 평소에는 건천인 한라산 계곡은 집중호우가 내리면 십중팔구 발이 묶일 수 있다는 것도 알려야합니다. 또한 낭떠러지가 있는 계곡에 대한 안내판, 그리고 한라산에서 언제 어디서 출몰할지 모르는 들개와 맷돼지에 대한 안내도 전혀 없는 실정입니다.


<집중호우시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계곡>

자연훼손을 최소화 한다고 하여 화장실과 편의시설이 없는 것은 이해한다고 하지만, 한라산 등반로에도 설치되어 있는 구급함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탐방로의 사정은 한라산등반로보다 험합니다. 탐방 시 환자가 발생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구조요청을 할 수도 없습니다. 거의대부분의 탐방로에선 3G 신호가 거의 잡히질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만큼 깊은 산중이란 얘기가 됩니다.


<3G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는 한라산 둘레길>

한라산둘레길, 환상의 숲길 제1구간은 중간 중간에 강정천과 악근천 외에도 수많은 이름 없는 계곡을 건너야 하며 동백나무와 상록활엽수인 붉가시나무 붓순나무를 비롯해 졸참나무 서어나무 등이 자생하고 있으며 아름드리 편백나무 숲도 조성돼 있어 산림욕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또한 제주 4․3 사건 당시 무장대를 토벌하기 위한 경찰 주둔지, 일제 강점기 '하치마키도로(머리띠를 두른 형상을 뜻하는 일본식 표기)'로 불리던 병참용 자원수탈 통로와 숯가마 터, 화전민 터 등 제주도의 역사적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뜻 깊은 곳이기에 더욱 애정이 가는 둘레길입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을 오라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아 보이는 한라산 둘레길이었습니다.



이렇게 부족한 부분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굳이 탐방을 하겠다는 분들을 위하여 제가 간단하게 나마 팁을 알려드릴테니 반드시 숙지했으면 좋겠습니다.
 

한라산둘레길 제1구간 탐방TIP

-반드시 2인 이상이 움직일 것
-대중교통은 1100도로를 운행하는 버스의 정보를 습득하고 이용할 것
-돈내코 방향으로 진입하지 말 것
-자가용이용자는 무오법정사 주차장을 이용할 것
-반드시 갔던 길로 되돌아올 것
-돌아올 시간을 감안하여 늦은 시간에는 진입하지 말 것
-반환점은 시오름까지로 5.5km 지점임(돈내코까지는 추후개통)
-시오름까지의 왕복은 3~4시간이 소요됨
-옛길을 그대로 활용, 돌부리와 맨땅이라 미끄러질 수 있음
-계곡 아래로는 절대 접근하지 말 것(낭떠러지 있음)
-비가 오는 날에는 탐방을 금지할 것(계곡에 물이 불어 되돌아오지 못할 수 있음)
-들개와 맷돼지가 출몰할 수 있으니 스틱을 들고 있으면 방어를 할 수 있음
-무오법정사 주차장 외에는 구간 내에 화장실이 없음
-반환점에서 되돌아오지 않고 안내판을 따라 1115번도로(산록도로)로 가고자 한다면, 미리 차를 대기하였거나 혹은 지나는 차량, 콜택시를 부를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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