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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는 봤나요? 옥돔으로 만든 물회
입에서 녹아내리는 살점....
제주도 토박이인 저도 이번에 처음 먹어봤습니다. 토박이가 제주도 특산품인 옥돔을 처음 먹어봤다는 게 말이 됩니까. 하지만 구이라면 모를까 물회라면 납득이 가는 분 많으실 겁니다. 여간해선 먹기 힘들지요.
여름철만 되면 별미로 많이 찾는 물회 종류, 특히 제주도에는 자리물회와 한치물회가 유명한데요, 유명한 물회 음식점은 서귀포지역에 많이 있답니다. 뭐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서 서비스도 엉망 돼버렸지만 말입니다.
그렇다면 제주시권에는 정말 유명한 물회 음식점이 없는 걸까. 며칠 전에 수소문해서 찾아 나섰답니다. 그렇게 해서 찾아간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신제주권에 있었네요. 밥시간 때에 가면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는데, 그것은 안 봤으니 모르겠고요. 식당 안에 들어가서 보니 딱 첫눈에 들어온 것이 옥돔물회랍니다.
들어는 보셨나요, 옥돔물회? 아마도 구이로는 많이 드셔봤을지 모르지만 생선회나 물회는 처음 보시는 분 많을 겁니다. 옥돔은 제주근해에서 많이 잡히는 제주도 특산품 중에 하나이지요. 제주도 대표생선으로 과거에는 임금님의 수라상에만 오를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기도 했었지요.
잡히면 바로 죽어 버리는 생선으로 물회를?
구슬옥(玉)자를 사용할 정도로 고급어종인 옥돔이 횟감으로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신선도 유지입니다. 다른 물고기들은 바다 밖을 나와 횟집의 수조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지만 옥돔만큼은 바다에서 잡히자마자 죽어버리는 생선입니다. 옥돔을 수조에서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때문에 옥돔물회를 취급하는 음식점 또한 쉽게 찾을 수가 없답니다.
이렇게 예민한 옥돔을 생선회나 물회로 요리를 해 제공하는 음식점들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물어보지 않아서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제 생각으로는 급냉을 시켜 보관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자리물회 먹으러 왔다가 얼떨결에 먹어보는 옥돔물회, 무슨 맛일까요. 먹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방송에 나왔었다는 액자는 이곳에도 있네요. 이제는 너무 흔해서 오히려 액자 없는 집이 이상할 정도입니다. 액자가 걸린 만큼 맛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기다려보니 다른 물회보다 만들어 내는 시간이 조금 더 길더군요.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이 음식점의 내부도 잠깐 살펴봅니다.
잘 먹고 잘살자는 쥔장님의 간결한 멘트가 시선을 잡아끄네요. 말처럼 쉬우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메뉴판도 잠시 살펴봅니다. 주로 생선을 이용하여 만들어 내는 요리를 팔고 있네요. 제주도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들입니다. 그런데 이곳 또한 조림의 가격이 만만치 않네요. 갈치조림이 3만5천원, 고등어조림이 2만3천원, 흠...금가루를 뿌렸나봅니다. 맛은 둘째치고 조림이 이리 비쌀 이유가 있나요?
제주도 음식점들 중 가격조정이 가장 시급한 메뉴라고 봅니다. 돈 많은 분은 사 드시구요. 물회의 가격도 조금 쎄지 않나 생각했는데, 직접 먹어보니 돈이 아깝지는 않더군요. 국 종류는 제가 다음에 다시 가서 먹어보려구요.
식탁 한켠에 놓여있는 식초입니다. 물회에는 없어서는 안 될 양념이지요. 빙초산 원료와 사과식초가 놓여 있네요. 취향에 맞게 넣어 먹으라는 배려로 보여 집니다.
잠시 후 내어온 기본 밑반찬입니다. 뭐 많이 봐오던 반찬들이지만 눈에 확 띄는 것이 있지요? 소개하고 넘어갑니다.
이게 바로 콩잎입니다. 제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주말이나 방학 때면 어머니와 같이 콩밭에 김매러(제주에선 검질매러 간다고 함) 갈 때면 반찬이 따로 필요 없었지요. 쌀이 귀했을 때라 조팝이나 꽁보리밥에 맬젓(멸치젓)만 들고 가면 걱정이 없었답니다.
제주도의 맬젓입니다. 콩잎에 밥과 맬젓을 얹어놓고 싸먹으면 정말 일품이었는데요, 솔직히 당시에는 먹을 것이 없던 시절이라 맛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이렇게 별미로나 가끔 먹을 수 있네요. 콩잎에는 반드시 맬젓을 얹어 먹어야 제 맛이 나는데, 그것은 바로 콩잎에서 나는 비린내를 맬젓향으로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설명하는 사이에 옥돔물회가 나왔습니다. 푸짐하지요?
잘게 썰어진 옥돔의 살점, 그리고 야채가 듬뿍 들어 있네요. 물회 특유의 시큼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네요.
국물도 살짝 간을 봅니다. 혹시 그거 아시지요? 제주도에선 물회를 만들 때 반드시 된장으로 만든다는 거, 예로부터 냉국이나 물회에는 그냥 생된장으로 간을 했답니다. 처음 드시는 분들 거북해 하시던데, 일단 맛들이면 다른 건 못 먹습니다.
국물맛을 보니 제 입맛에는 식초가 조금 덜 들어간 듯하네요. 강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처음에는 약하게 식초를 친 후, 약하다 싶으면 알아서 더 넣으라고 식초를 따로 준비를 해놓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빙초산 원료로 조금 더 넣었답니다. 이거 조심하지 않으면 아까운 음식 베립니다. (팁:수저에 따르되 절대 음식위에서 따르지 말 것)
처음 먹어보는 옥돔물회지만 생각보다 맛이 있더군요. 우선은 옥돔 자체가 비린내가 나지 않는 생선이라서 그런지 살점에서 잔 냄새가 전혀 없습니다. 구이에서 먹어왔던 부드러운 살점과 크게 다르지 않게 익히지 않은 살점 또한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조금 과장한다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고나 할까요.
콩잎에 밥도 싸 먹어 봅니다. 콩잎은 배추잎과는 다르게 아주 작기 때문에 한 잎 갖고는 모자랍니다. 네 장을 겹쳐 놔야 겨우 밥을 얹어 넣을 만 합니다.
밥과 맬젓을 차례로 올려놓고 싸 드시면 됩니다. 처음 드시는 분들은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답니다. 콩잎에서 나는 향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거든요.
옥돔 건더기를 밥위에 올려놓고도 먹어 봅니다.
어느새 그 많던 물회 한 그릇, 얼음이 채 녹기 전에 다 비워 버렸네요.
음식점의 이름도 조금은 독특합니다. 엉덩물 물회,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도 물어보질 못했네요. 신제주의 중심지인 더호텔(구 남서울호텔)뒷편에 자리 잡고 있답니다. 물회가 많이 땡기는 여름철이라 시원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맛집 정보: 전국맛집, 제주맛집, 신제주맛집, 엉덩물물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연동 291-116(T.064-748-8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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