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으로 변해가는 제주올레, 피곤한 주민들
-직접 보고온 올레길 쓰레기 실태-
사람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참 좋아합니다. 찌든 일상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그 시간만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함으로, 사람들의 여러 가지 욕구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오감을 만족시켜주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때론 그것은 일상에서의 엄청난 활력소가 되기도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자연이 주는 그 고마움을 잠시 망각하는 경우가 있는 듯합니다.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또 그 사람들이 자연을 찾아 떠나지만 언제까지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그 자리에 있어줄 지는 의문입니다. 어느 순간에는 고마움을 모르는 무지한 사람들을 원망하며 대 재앙을 안겨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게 바로 자연의 힘입니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레저인구들로 인하여 산이나 들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도의 올레길이 그러합니다. 제주올레길이 양탄자가 깔려 있는 길인 줄 착각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그 몸살은 이미 도를 넘었습니다. 사람들은 제주올레에서 어렸을 적 소풍놀이의 추억을 찾으려고 하는 가 봅니다.
올레길에 쓰레기가 넘쳐난다 하여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찾아 나서 봤습니다. 서귀포 해안의 한 올레코스, 우려했던 쓰레기는 불과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눈에 띠기 시작합니다. 대부분이 음식물용 쓰레기들입니다. 과자봉지에서 과일 껍질, 페트병 등이 아주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심한 경우 쓰레기를 봉지 채 버린 경우도 자주 보입니다.
버려진 쓰레기들
올레길이 이어지는 한 마을 안을 지나칠 때였습니다. 할머니들이 길가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무엇인가 줍고 있습니다. 한눈에 연세를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연로하신 분들입니다. 알고 보니 마을의 주민들이 올레꾼들이 훑고 지나간 길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줍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버려진 쓰레기의 양에 또 한번 놀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할머니들이 돌아가며 쓰레기를 줍는 날은 불과 2~3일에 한번, 삼삼오오 모여 마대를 손에 들고 마을의 끝에서 끝에까지 쓰레기를 주워 담아내면 얼마 지나지 않아 50리터짜리 종량제 봉투 서너 개는 거뜬합니다. 할머니들이 쓰레기를 직접 줍는 이유를 들어보니 그럴싸합니다. 사람들의 심리가 쓰레기가 있으면 더 버린다고 합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주워 없애야 덜 버린다고 하니 기가 찰 일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올레길에 쓰레기가 많은 걸까요? 제주올레는 한 개의 코스 평균거리가 약 16km에 이릅니다. 결코 만만한 거리가 아닙니다. 제주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 그대로, 자연그대로에 만들어진 코스라 편의시설이 있을 리 없습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체력충전을 위해, 또는 여행의 즐거움을 이곳에서 찾기 위해 먹을거리를 직접 챙겨 넣고 길을 나서야 합니다.
그렇게 발생된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바람에 하루가 멀다 하고 쓰레기가 넘쳐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나하나 쯤이야 해서 버린 쓰레기가 환경을 황폐하게 하고 연세 드신 마을의 할머니들까지 마대를 들고 길가로 나서게 만드는 것입니다. 개개인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본인이 직접 챙겨 간다면 이런 어이없는 광경은 안 봐도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매력이 깃들어 있는 제주올레, 잠깐 스쳐가는 열광이기 보다는 영원히 시들지 않는 열광의 길이 되기 위해서는 무지한 행동으로 인하여 황폐되는 것만은 막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이 길을 아름답게 지키지 못하면 우리의 아들딸들이 걸어볼 길은 없습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파르르의 한라산과 제주]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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