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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공항에서 깨질 것이 없냐고 물어보는 진짜 이유

by 광제 2012.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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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벌어진 공항직원의 행동에 아연실색

항공기를 이용하여 여행을 할 때면 짐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항공사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 한사람이 무료로 가지고 오를 수 있는 수하물의 양은 30kg 내외더군요.
30kg 중 일부는 휴대수하물이라 하여 기내에 직접 가지고 오를 수 있는 수하물이며,
일부는 위탁 수하물이라 하여 탑승수속을 할 때 위탁을 하여 따로 부치는 짐을 말합니다.

비행기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내 반입을 선호하는데요,
보통 귀중한 물건이나 전자제품, 노트북 등이 그것들입니다.
하지만 비행기에 오르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무거운 짐을 직접 들고 오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화물로 부쳐도 되는데, 왜 굳이 직접 들고 타려는 걸까.
처음에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는데, 며칠 전에 그 이유를 확실히 알고 말았습니다.

제주에서 홍콩의 첵랍콕 국제공항까지 이동할 때였습니다.
가끔이지만 외국으로 나갈 때면 제주에서 김포로 이동한 후 다시 인천을 통해서만 외국으로 나갔었는데요,
제주에서 직항노선을 이용해 보니 정말 편하더군요.
제가 이용했던 항공기는 홍콩국적의 D항공사로서 제주국제공항 내 수속은 국내의 A항공사가 대행을 하고 있더군요.



제가 가지고 있던 여행용품은 배낭 하나와 어깨에 메고 있던 카메라 한 개,
카메라는 그렇다 치더라도 배낭까지 힘들게 기내에 반입하고 싶지는 않았답니다.
수하물로 부쳐야지 하고는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고 기다렸지요.
수속을 하던 여직원, 잠시 후 화물용 코드표를 가방에 부착하면서 하는 말이
"가방 속에 깨질 물건은 없지요?" 이러는 겁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참 친절하다고 생각하였지요.

이러한 질문을 받았던 적이 이번 뿐만은 아닙니다.
외국으로 나갈 때만이 아니라, 국내 항공기를 이용할 때에도 수하물을 부칠 때면 곧잘 들을 수 있었던 질문이 아닌가 합니다.
항상 느껴왔던 거지만 고객들의 물건 하나하나 세심하게 살펴주는 모습이라 보여 져 정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을까요?
처음부터 좋은 감정을 갖고 올랐던 D항공의 홍콩행 비행기내에의 서비스는 참 맘에 들었습니다.
승무원들도 대체로 상냥하고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만, 일부 중국인 여행객들의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만 빼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았던 느낌은 그리 오래가지 않더군요.
제주를 출발한지 약3시간 만에 도착한 홍콩의 첵랍콕 국제공항, 처음 접하는 홍콩의 공항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멈춰선 비행기 곁으로 수하물을 내리기 위한 이동용 컨베이어와 트럭이 서서히 접근을 하더군요.
공교롭게도 제가 앉았던 자리가 오른쪽 맨 뒷자리였기 때문에 생생하게 볼 수가 있었지요.



그런데 경악할 만한 일이 비행기 창문너머에서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컨베이어 옆에는 화물을 옮기려는 공항 직원들이 대기를 하고 있던 상황,
잠시 후, 비행기에 실려 있던 가방들이 컨베이어를 타고 내려오는가 싶더니, 재빠르게 직원이 낚아채더군요.
그리고는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 공항 바닥에 그대로 내팽개치는 것이었습니다.

어찌나 놀랬던지, 툭하고 그냥 성의 없이 내려놓은 수준이 아니라, 아예 가방을 던져버리는 수준이었습니다.
여행자의 가방으로 보이는 빨간색 트렁크 백,
누구의 것인지 모르겠지만 고객의 소중한 가방이 영문도 모른 채, 어이없는 수난을 당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본 것입니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내팽개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런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던 동료직원,
같은 직원이 저지른 행동이 너무 과격했다 싶었는지 쓰러진 가방을 똑바로 세워 놓는 모습도 보이더군요.
하지만 여기까지 뿐이더군요.
서둘러 내려야 해서 이후의 광경을 담아내지는 못하였지만
컨베이어를 타고 내려오는 가방들은 모두 이 직원들의 손에 의해 사정없이 던져지고 있었습니다.

더욱 염려가 되었던 것은 나의 소중한 배낭도 저들의 손에 던져질 것이라는 사실,
그러고 보니 비행기를 타기 전 수속을 담당하던 여직원이 한말이 귓전을 때리더군요.

"가방 속에 깨질 물건은 없지요?..가방 속에 깨질 물건은 없지요?"

수속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탓은 아닐 겁니다.
공항 내에서 화물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항공사소속 직원들이 아니고 공항에서 따로 채용한 인력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항공사에서는 워낙 고객들의 수하물 손괴 사고가 빈번하다보니 고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보여 집니다.


사진에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먼지투성이가 되어버린 배낭

하지만 이러한 항공사의 노력에 비해 공항 내 직원들의 마인드는 엉망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의 가방을 나르다보면 허리가 많이 아프기도 하겠지요.
매번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 채로 고객들의 소중한 가방을 바닥에 내팽개쳐서야 되겠습니까?

비단 외국의 경우만은 아닐 거라고 보입니다.
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수하물로 부친 가방들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사연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어쩌다 한번 실수로 일어나는 일이겠지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눈앞에서 직접 황당한 일을 겪고 보니 그냥 넘어갈 일로 보여 지지가 않습니다.
공항 측의 조속한 개선책은 물론, 남의 물건은 내 물건보다 더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서비스 의식도 직원들에게 주입시켜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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