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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5도의 한라산에 사는 고양이
어제는 전국적으로 엄청나게 추운 하루였지요.
제주도의 한라산에도 강추위가 몰아쳤는데요,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서의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는 되어 보이더군요.
여기에 강하게 바람이 불다보니 백록담 근처에는 가만히 서있기 조차 힘든 날씨였답니다.
예보에 의하면 간혹 햇볕은 보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등산하는 내내 잿빛으로 뒤 덥힌 한라산의 날씨,
오랜만에 악천후의 짜릿(?)한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완전 녹초가 되어 버렸습니다.
잘 다녀왔냐는 아내의 말에
"응..고양이하고 놀다왔지..뭐"
"한라산에 고양이가 있어?"
"응..나도 처음봤어..이렇게 추운날씨에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더만..."
"어머나 그 녀석..뭐래? 자기가 호랑이인줄 착각하는 거 아녀?"
호랑이로 착각하냐는 아내의 말에 빵 터져버린 한라산 고양이 사연.....
그렇습니다.
어제는 영하 15도에 폭설이 내린 한라산에 살고 있는 고양이를 만난 날입니다.
엄동설한의 한라산 해발1500고지에 고양이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또한 이곳에서 무얼 먹고 살아가는지 자세히는 알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고양이만의 어떠한 사연은 있는 것은 아닐 런지요.
고양이 이야기는 밑에서 하기로 하고 우선 악천후의 한라산 풍경 먼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해가 뜨기도 전인 새벽첫차를 타고 도착한 성판악 휴게소,
이곳의 기온을 보니 영하2도를 가리키고 있더군요.
이 정도의 기온이면 백록담에는 최소 영하 15도는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파란 하늘만 볼 수 있다면 좋겠는데,
한라산의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기에 간혹 실망스러운 날씨를 만날 때도 있답니다.
출발한지 2시간 10분 만에 도착한 진달래밭 대피소,
이쯤 되면 한라산 정상의 날씨를 대충 가늠할 수가 있는데,
여전히 잿빛으로 드리워진 하늘을 보니 오늘은 백록담을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예상대로 잿빛 속에 숨어버린 백록담입니다.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이야 오늘 못 보면 내일 또 보면 되지만,
육지지방에서 원정 산행을 오신 분들은 이런 날씨 만나면 참 아까울 것 같습니다.
서있지도 못하는 강한바람과 추위에 등산객들은 서둘러 하산하는 모습입니다.
관음사 코스로 하산할 때의 설경입니다.
올겨울도 어김없이 용진각 계곡에는 산악훈련을 하는 산악인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언제 봐도 환상풍경을 보여주는 용진각 계곡 인근
여기는 해발 1500고지에 있는 삼각봉 대피소입니다.
대략 12시30분경, 이곳에서 미처 못했던 점심을 해결하던 때였지요.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아니, 이런 고지대에 웬 고양이?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지만 사람들이 시선이 모이지는 걸 보니 잘못들은 건 아닌가 봅니다.
대피소 입구쪽에서 서성이는 고양이를 포착할 수가 있었습니다.
잠시 서성거리다 어디론가 갔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점심을 해결한 뒤,
하산을 하려고 대피소를 나와 보니
조그마한 나무아래에서 바람을 피해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던 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민가에서는 길고양이들을 심심찮게 보아왔지만
이렇게 깊은 산중에서 고양이를 만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혹한의 겨울,
이곳의 기온이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운지역이라
과연 저 고양이가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게 더 궁금하였습니다.
너무 가여운 마음에 그냥 갈수가 없더군요. 이리오라고 손짓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마치 오랜만에 헤어진 주인을 보듯, 반갑게 달려오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처음 보는 고양이지만 상대를 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분노의 눈빛으로 고양이를 바라보면 상당히 경계를 하지만,
선한 눈빛으로 고양이를 바라보면 경계를 풀고
오히려 가까이 다가와 친근감을 표시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반갑게 쓰다듬어 줬더니 자리를 뜨지도 않더군요.
심지어 무릎사이로 들어와 부비부비까지 하더니, 나중에는 무릎 위에서 거리낌 없이 올라오더군요.
배는 곪지 않고 사는지, 무엇이라도 먹을 것을 줬으면 좋겠는데,
가방에 들어 있는 것이라곤 초콜릿 하나밖에 없더군요.
강아지들은 초콜릿을 주면 매우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던데 고양이는 모르겠더군요.
그래도 혹시나 해서 살짝 줘 봤는데, 먹지를 않더군요. 초콜릿은 체질이 아닌가 봅니다.
하산을 하면서도 마음에 걸려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하더군요.
한라산 통제 안내판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마치 보초를 서는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 잘 견뎌내야 할텐데...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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